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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의 밀덕] 한화가 회사를 쪼개야만 했던 '분산탄 리스크'의 실체

레바논 전쟁 당시 어린 아이 죽게 했던 치명적 무기…한국은 금지 협약 비준 거부

2020.09.22(Tue) 15:59:43

[비즈한국] 지난 7월 30일 한화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방산부문 분산탄 사업을 물적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분할된 신설회사는 주식회사 코리아 디펜스 인더스트리로 알려졌으며 독립법인으로 분할 사업에 특화된 자체 개발 및 생산 역량을 갖추고 책임경영체제로 운용된다고 밝혔다.

 

한화가 분산탄 사업을 물적 분할한 배경에는 ESG가 큰 영향을 주었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지난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UN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이슈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방위산업을 포함한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한화 입장에서는,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분산탄 사업을 계속할 경우 회사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를 받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분산탄은 단 한발로 광범위한 지역과 장비들을 제압 및 파괴할 수 있지만 불발탄이 발생해 민간인 피해가 크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휴먼 라이츠 워치 영상 캡처

 

그렇다면 분산탄이 왜 세계적인 문제로 떠올랐을까. 영어로 ‘클러스터 밤(Cluster Bomb)’으로 불리는 분산탄은 파편 또는 자탄을 탄에 탑재하여 지정된 거리에서 탄두 또는 탄통를 개방해 자탄을 흩뿌리는 방식으로 밀집 지역의 적을 공격하는 특수한 폭탄이다. 분산탄은 항공폭탄, 미사일, 포탄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단 한발로 광범위한 지역과 장비들을 제압 및 파괴할 수 있어 과거에는 환영 받는 무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2006년 레바논 전쟁 당시 이스라엘 군이 사용한 분산탄에서 떨어진 자탄 가운데 40%가 불발이 되었고, 이러한 자탄들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 특히 많은 아이들을 죽게 만들었다. 결국 지난 2010년 2월 유엔은 공식적으로 분산탄 금지 협약을 발표했고 38개 국이 조약을 비준했다. 

 

네덜란드에 위치한 팍스(PAX)라는 단체는 분산탄을 만들거나 이를 사용하는 무기를 제작하는 업체와 투자하는 회사들의 리스트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팍스 제공

 

우리나라는 북한의 위협 때문에 해당 조약에 비준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가 가면 갈수록 많은 나라들이 동참하고 있다. 특히 분산탄과 관련된 국제적인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눈여겨봐야 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보유한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는 분산탄 반대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에 위치한 팍스(PAX)라는 단체는 분산탄을 만들거나 이를 사용하는 무기를 제작하는 업체와 투자하는 회사들의 리스트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발간된 보고서 앞부분에는 여전히 분산탄을 제작하는 전 세계 방위산업체 7개 곳이 소개되었다. 7개 업체 가운데 3곳이 한화, 풍산을 포함한 국내 방위산업체였다. 

 

분산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산탄을 필요로 하는 군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다. 사진은 분산탄을 발사할 수 있는 대구경다연장로켓포 MLRS. 사진=국방부 제공

 

이밖에 보고서에는 수치의 전당(Hall of Shame)이란 제목을 통해 이들 업체에 투자한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기업은행 등 26개 국내 대기업과 투자사들을 적시했다. 팍스는 분산탄 제작회사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들에게 투자 중지를 권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분산탄은 단순히 국내 방위산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에도 문제가 될 수 있고, 유사시 분산탄을 사용할 경우 전쟁의 정당성에도 의문이 제기 될 수 있다. 

 

결국 분산탄을 필요로 하는 군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례로 조약에 비준하지 않은 미국의 경우 분산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더 이상 새로 만들지는 않는다. 또한 이를 대체할 신형 탄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부터 우리나라도 분산탄에 대해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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