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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태양계 떠나는 두 방랑자, 보이저와 뉴호라이즌스

뉴호라이즌스, 보이저 뒤따라 50AU 거리의 역사적 체크 포인트 통과

2021.04.26(Mon) 11:28:19

[비즈한국] 지난 21일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이 50AU 거리, 즉 지구보다 무려 50배나 먼 거리를 태양에서 벗어났다. 2006년 지구를 떠난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은 9년간 태양계 행성간 우주를 항해했고, 2015년 7월 성공적으로 명왕성 곁을 지나갔다. 이전까지 그 어떤 탐사선도 방문하지 못한 명왕성의 민낯을 보여준 뒤 빠르게 더 먼 우주를 향해 날아갔다. 2019년 1월 1일 새해 첫날 뉴호라이즌스는 최초로 명왕성보다 더 멀리 있는 카이퍼벨트 천체 곁을 지나는 역사적인 탐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카이퍼벨트를 누비며 태양계 밖으로 나아가고 있다. 

 

희미한 별들이 몇 개 찍힌, 시시해 보이는 이 사진에는 놀라운 사실이 담겨 있다. 정확히 말하면 놀라운 것이 담겨 있다기보단 담겨 있을 것이다. 이 사진은 지난 202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태양계 끝자락을 홀로 떠돌고 있는 탐사선 하나가 또 다른 비슷한 처지의 선배 탐사선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사진=NASA/Johns Hopkins APL/Southwest Research Institute

 

외로운 여정을 이어가던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은 태양에서 50AU 떨어진 지점에서 우주 탐사의 역사적인 체크 포인트를 지나게 되었다. 그 여정에서 뉴호라이즌스는 자신보다 무려 30여 년 앞서 우주로 향했던 대선배 보이저 1호 탐사선을 추억했다. 이 사진은 뉴호라이즌스가 멀리서 날아오는 전파 신호를 바탕으로 추정한 보이저 1호 탐사선의 방향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이다. 

 

보이저 1호는 현재 태양에서 약 152AU, 약 230억 km 떨어진 먼 우주를 떠돌며 태양계를 탈출하고 있다. 인류가 우주로 날려 보낸 인공 물체 중 가장 멀리까지 날아간 가장 멋지고 가장 외로운 탐사선이다. 이 사진을 촬영하던 당시 뉴호라이즌스는 보이저를 약 180억 km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촬영했다. 당연히 탐사선 자체는 너무 작고 희미해서 사진에는 그 모습 자체가 찍히진 못했다. 하지만 전파 신호를 통해 추정한 보이저가 있어야 할 방향이 사진 속 노란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다. 아쉽게도 그 모습을 실제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저 작은 노란 동그라미 속 자신을 뒤따라 성간 우주로 뛰어들고 있는 먼 후배를 바라보며 흡족해하고 있을 보이저 탐사선을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보이저를 뒤따라 우주로 떠난 뉴호라이즌스는 보이저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원래 보이저 탐사선은 명왕성도 거쳐갈 계획이었다. 예정대로 보이저가 명왕성도 스쳐갔다면 우리는 이미 1986년에 명왕성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토성 곁에서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천체를 발견했다. 바로 토성 곁의 위성 타이탄이다. 

 

타이탄의 민낯을 처음 본 천문학자들은 당시 그 어떤 위성에서도 보지 못한 짙은 대기층의 존재를 확인했다. 지금껏 화성 못지않게 외계 생명체가 있을 법한 흥미로운 환경으로 추정되는 타이탄에 매료된 천문학자들은 깊은 고민 끝에 원래의 궤도를 틀어 타이탄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결정했다. 결국 보이저 탐사선은 당초 예정대로 꿋꿋하게 명왕성을 향해 날아가지 않았고 중간에 타이탄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빠르게 태양계 행성 공전 궤도면에 대해 수직으로 벗어나는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류는 토성과 그 위성 타이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채 거의 180년에 한 번 찾아오는 명왕성 탐사의 기회를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명왕성은 태양계 행성 중 유일하게 탐사선이 실제 사진을 찍어 보내지 않은 마지막 미지의 세계로 남게 되었다. 이후 오랫동안 관심 밖이었던 명왕성을 향해 다시 한번 인류의 탐사선이 방문을 시도했다. 2006년 1월 그랜드 피아노만 한 크기의 신형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우주로 날아갔다. 공교롭게도 뉴호라이즌스가 출발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지구의 천문학자들은 명왕성을 왜소행성으로 강등시켰지만, 이미 우주로 날아간 뉴호라이즌스는 예정대로 한때 행성이었던 명왕성을 향해 날아갔다. 

 

2006년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은 록히드마틴의 아틀라스 로켓에 실려 우주로 올라갔다. 사진=NASA


뉴호라이즌스를 떠나보내면서 천문학자들은 중요한 선택을 해야했다. 명왕성까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최대한 빨리 속도를 올려 보낸다 하더라도 10년은 걸리는 긴 여행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명왕성의 약한 중력에 탐사선이 안정적으로 붙잡혀 명왕성 곁에 계속 머무르게 하려면 속도를 너무 빠르게 할 수가 없다. 기껏 10년 가까운 긴 시간을 날아가서 명왕성 곁을 스쳐지나갈 수 있는 시간은 하루밖에 안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명왕성 곁에 계속 머무르는 궤도선 형태로 보내려면 속도를 다시 천천히 감속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 여행 시간은 배로 들 수밖에 없다. 

 

긴 토론과 고민 끝에 결국 천문학자들은 일단 서둘러서 명왕성까지 최대한 빨리 탐사선을 보내는 선택을 했다. 그렇게 뉴호라이즌스는 당시 시속 약 5만 8000km, 인류 역사상 우주로 날려보낸 인공 물체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우며 명왕성으로 날아갔다. 이 속도는 가장 빠른 제트기로 알려진 마하 3.5의 블랙버드 제트기보다 열세 배 이상 더 빠른 엄청난 속도다. 앞서 태양계 끝으로 날아간 파이어니어, 보이저 선배들보다도 더 빠르다. 

 

보잉 747 여객기, 블랙버드 제트기, 뉴호라이즌스 탐사선의 속도를 비교한 영상.

 

뒤늦게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간 뉴호라이즌스가 언젠가 앞서 천천히 날아간 보이저를 뒤쫓을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저 앞에서 천천히 퉁퉁 거리면서 날아가는 고물 보이저를 뉴호라이즌스가 으스대며 지나간다면 재밌지 않을까?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일단 보이저는 태양계 행성 공전 궤도면에 대해 거의 수직으로 벗어나고 있지만, 명왕성까지 방문해야 했던 뉴호라이즌스는 거의 공전 궤도면에 놓인 채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 애초에 방향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설령 방향이 똑같았다 하더라도 뉴호라이즌스가 보이저를 앞지르지는 못할 것이다. 

 

태양계 바깥으로 떠나고 있는 탐사선들의 궤적을 태양계 행성 공전 궤도면에 대해 비교한 그래프. 두 대의 보이저(노란 점선과 실선)는 각자 위 아래로 태양계 행성 공전 궤도면에 대해 수직한 방향으로 떠나고 있다. 반면 뉴호라이즌스(녹색 실선)는 공전 궤도면에 나란하게 떠나가고 있다. 이미지=NASA


처음 지구를 떠날 때의 속도는 당연히 구식 보이저가 더 느렸지만 보이저는 당시 180년에 한 번 찾아오는 절묘한 타이밍 덕분에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거대 행성들을 순서대로 모두 스쳐 지나가며 이 행성들의 중력 도움을 받았다. 그 덕분에 각 행성에 플라이바이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빠르게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현재 계산에 따르면 보이저는 태양계에서 멀어지면서 점차 속도가 느려져 시속 6만 1000km로 먼 우주로 나아가게 된다. 반면 중간에 목성 플라이바이 한 번만 경험한 뉴호라이즌스는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시속 4만 7000km로 떠나게 된다. 

 

앞으로 한 30년이 더 지나면 뉴호라이즌스도 앞선 보이저 선배가 지나간 체크 포인트를 지나가며 꾸준히 뒤따라 가겠지만, 아무리 쫓아가도 보이저를 앞지르지는 못할 것이다. 최신의 기술력으로도 앞선 구시대의 노하우,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의 행운을 이기진 못하는 모양이다. 

 

보이저 1호는 목성과 토성에서 두 번, 보이저 2호는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에서 총 네 번의 플라이바이를 통해서 속도를 급하게 올리는 여행을 이어갔다. 덕분에 먼 거리에서도 빠르게 태양계 탈출 속도를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가속됐다.

 

뉴호라이즌스도 벌써 지구를 떠난 지 15년째다. 그 사이 태양에서 지구보다 50배 더 멀리까지 날아갔다. 말만으론 얼마나 잘 느껴지지 않을 텐데, 이 정도면 지구에서 보는 우주와 뉴호라이즌스가 보는 우주의 모습이 다를 정도로 먼 거리다. 

 

실제로 앞서 뉴호라이즌스가 태양에서 약 46AU 떨어진 거리를 지나던 중 재밌는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뉴호라이즌스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 중 하나인 4.2광년 거리의 프록시마 센타우리와 7.9광년 거리의 울프 359 두 별을 관측했다. 그리고 같은 날 두 별을 지구에서 찍은 사진과 비교하면 재밌는 차이를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먼 배경 별에 대해 프록시마 센타우리와 울프 359 두 별이 보이는 위치가 살짝 다르다! 똑같은 별을 지구에서 봤는지, 명왕성 너머에서 봤는지, 보는 방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보이는 시차가 발생한 것이다! 그나마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웃 별들이기 때문에 지구와 명왕성 너머에서 본 시차가 더 뚜렷하게 확인되었다. 

 

지구와 뉴호라이즌스에서 찍은 별의 사진을 비교하면 두 지점에서 바라본 별의 시차를 확인할 수 있다. 위 두 사진이 프록시마 센타우리, 아래 두 사진이 울프 359의 모습이다. 사진=NASA/Johns Hopkins APL/Southwest Research Institute


지구와 명왕성 너머의 뉴호라이즌스가 동일한 별을 볼 때 시차가 발생하는 원리. 이미지=NASA


결국 엄밀하게 말하면 지구에서 보는 밤하늘 별의 좌표와 명왕성 너머 뉴호라이즌스가 보고 있는 밤하늘 속 별의 좌표는 일치하지 않는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둘이 바라보는 밤하늘의 차이는 더 뚜렷해질 것이다. 이미 서로 다른 밤하늘을 보며 살아갈 정도로 우리와 뉴호라이즌스는 아득히 먼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아주 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보이저도, 뉴호라이즌스도 신호가 잡히지 않을 만큼 먼 성간 우주의 어둠 속으로 떠나게 될 것이다. 그때는 두 탐사선이 서로가 어디를 날아가고 있는지조차 보지 못할 정도로 멀어질 것이다. 언젠가 우리가 날려보낸 인공물체들이 오히려 태양보다 다른 별에 더 가까이 접근하며 지나가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현재 천문학자들은 보이저 1호가 그리는 궤적과 태양계 주변 이웃 별들의 움직임을 비교해서 먼 미래 보이저가 접근하게 될 다음 행선지를 추측하고 있다. 탐사선뿐 아니라 별들도 계속 우주 공간을 움직이면서 태양계로부터 떨어진 거리가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은 프록시마 센타우리가 가장 가까운 별이지만 먼 미래에는 또 다른 별이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보이저 1호는 앞으로 약 4만 년이 지나면 기린자리 방향에 있는 글리제 445 별에 약 1광년 안팎의 거리까지 접근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때는 보이저 1호에서 태양보다 글리제 445가 더 가까운 별이 될 것이다. 

 

시간에 따라 태양계 바깥 주변 별들까지 떨어진 거리가 변화하는 것을 표현한 그래프. 앞으로 약 4만 5000년 정도가 지나면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글리제 445가 될 것이다. 이미지=wikimedia commons

 

만약 그 별 곁에도 지구처럼 이제 갓 우주 여행을 꿈꾸는 천진난만한 지적 문명이 살고 있다면, 불현듯 자기들 항성계 바깥에서 날아온 보이저 탐사선을 보면서 놀라워하고 열광하지 않을까? 마치 우리가 한때 태양계로 불쑥 찾아왔다가 쏜살같이 떠난 수상한 손님 오우무아무아의 정체를 두고 두려워하고 열광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마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다른 외계인들 입장에선 오히려 우리가 외계인이라는 너무나 뻔하지만 망각하기 쉬운 이 사실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반 세기 가까운 우주 탐사 역사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인류는 보이저 1·2호, 파이어니어 10·11호, 그리고 가장 최근의 뉴호라이즌스까지 총 다섯 대의 인공 물체를 태양계 바깥으로 떠나보냈다. 그마저도 아직 태양계 외곽의 혜성들이 떠도는 오르트 구름은 진입하지도 못했다. 앞으로도 한 300년은 더 지나야 보이저가 오르트 구름에 진입하고, 다시 3만 년을 더 지나야 오르트 구름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우리는 아직 그 어떤 흔적도 고향 바깥으로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한 존재인 셈이다. 태양계라는 고향에 갇힌 채 계속 조용히 숨어 살다시피했던 우리의 존재를 바깥의 다른 누군가 알아봐주길 바라는 건 어쩌면 아직은 기대하기 어려운 꿈이지 않을까. 인류의 우주적인 외로움을 달래주고자 기약 없는 항해를 이어가고 있는 탐사선들이 언젠가 그 답을 찾아주길 바랄 뿐이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1699-6

https://www.nasa.gov/feature/nasa-s-new-horizons-reaches-a-rare-space-milestone

https://www.nasa.gov/feature/nasa-s-new-horizons-conducts-the-first-interstellar-parallax-experiment/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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