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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킨 공장의 위생보다 불량한 '위기대응 태도' 파문

SPC '영상 조작 가능성' 제기로 책임 회피…식약처 '전 공장 해썹 부적합' 발표

2021.10.06(Wed) 16:24:04

[비즈한국] “생산 설비에 대해 미흡하게 관리한 점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리며, 개선을 위한 총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철저한 위생관리 강화 활동과는 별도로 보도 내용에 대한 확인과정에서 제보 영상에 대한 조작 의심 및 식품 테러 정황이 발견되었다. 이는 식품 테러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계획적인 소행으로 추정된다.”

 

9월 29일 공장의 위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바로 다음 날 ‘던킨’을 운영하는 SPC그룹 비알코리아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보도 내용을 확인 중이며, 전 생산센터에 대해 식약처 점검이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선제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지만 보도된 폭로 영상의 조작 의심 및 식품 테러 정황이 발견됐다’는 게 요지다. 첫 보도 이후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회사 측의 입장은 이게 전부다. 

 

10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채비에서 SPC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가‘SPC 던킨 추가영상 공개 및 공익제보자 보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보현 기자

 

지난주 SPC그룹 산하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도너츠 안양공장에 위생 문제가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KBS를 통해 최초 보도된 내용에는 환기장치에 기름때가 껴 있고, 이물질이 반죽에 떨어져 있는 비위생적인 환경이 담겼다. 회사는 다음 날 사과문을 올리며 영상이 조작된 정황을 발견했다며 민주노총 소속인 내부 직원의 신상을 특정하고 무기한 출근정지·직무배제 처분까지 내렸다. 

 

하지만 식약처 조사 결과 분위기는 크게 반전됐다. 10월 1일 식약처는 보도된 인천공장을 포함해 나머지 4개 공장(김해·대구·신탄진·제주)에서도 식품 등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 내용이 확인됐으며 HACCP(해썹) 평가 부적합 판정이 났다고 발표했다. 영상 조작이라는 던킨 측 주장이 무력화 된 셈이다. 그럼에도 던킨은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을 유지했고 결국 5일 제보자와 SPC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폭로 영상을 공개했다. 

 

추가 영상에서는 더욱 충격적인 위생 관리 현황이 드러났다. 도넛 라인 위 천장 환풍기에 검은 때가 껴 있고, 도넛에 시럽을 바르는 레일 바닥에는 곰팡이처럼 생긴 검은 물질이 묻어 있다. 제보자는 기자회견에서 “레일의 틈을 따라 아래에 둔 통으로 시럽이 떨어지면, 이를 다시 모아 재사용했다. 회사에 여러 차례 위생 문제를 지적했지만 개선의 의지가 없었다”고 폭로했다.

 

#커뮤니티에 ‘만석닭강정’과 비교글 다수 올라와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베스킨라빈스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 매장을 다수 운영하는 대중적인 브랜드이기에 소비자들의 충격도 그만큼 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먼지 한 톨도 용납하지 않는) 반도체 공장만큼 깨끗하게 운영하라’는 요구가 우스갯소리로 나온다. 

 

2018년의 만석닭강정 사건과 비교하는 글도 다수 올라오고 있다. 당시 인기를 끌던 만석닭강정은 기름때 낀 조리시설과 음식물이 굴러다니는 주방의 모습이 보도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사과문을 게재하고 ‘무균실’을 콘셉트로 한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대중의 신뢰를 회복해나갔다. ‘만석반도체’​라는 별명도 이때 얻었다. 위생불량 사건 이후 대처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면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 셈이다.

 

SPC그룹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도너츠 공장의 식품위생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폭로한 제보자가 10월 6일 추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출처=SPC 파리바게뜨 시민대책위

 

 

이 때문에 업계에선 SPC그룹의 위기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비자의 신뢰를 가져올 수 있는 개선책보다 영상 조작과 정치 공작이 이면에 있다는 걸 강조함으로써 문제의 핵심을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홍보 담당자는 “이미지는 대중에게 깊게 각인된다. 조작 여부를 떠나 식품 회사에 치명적인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으니 직원과 가맹점을 위해서라도 사과와 재발방지, 개선을 위한 노력 계획 등을 먼저 강조했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영상 조작 가능성과 정치공작이라는 프레임을 들고나와서 이후 대중에게 역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온라인을 통해 강하게 결집되는 대중은 과거와 달리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 위기관리 핵심은 ‘투명한 정보 공개’

 

교수 및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 위기관리의 핵심은 투명한 공개’라고 입을 모았다. 장동한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 교수(전 한국리스크관리학회 회장)는 “이슈가 터진 직후 원인을 논할 게 아니라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약속 먼저 확실하게 했어야 한다. (영상 폭로의 배경에 대한) 원인 규명은 사후에 추가적으로 진행해도 되는 문제였다. 지속 성장을 추구하는 비즈니스에 있어 평판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9월 29일 최초 보도 바로 다음 날 ‘던킨’을 운영하는 SPC그룹 비알코리아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진=던킨 홈페이지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던킨 사례와 같은 위기 상황에선 정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신뢰 회복을 위한 지름길이다. 초기 회사 측은 민주노총 소속 직원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영상 조작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위생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식약처 발표와 추가 영상 폭로까지 이어지면서 역풍을 맞지 않았나. 사실을 숨기거나 다른 이슈로 덮게 되면 더 큰 부작용이 온다”고 조언했다. 

 

한편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SPC그룹의 대처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회사는 노동조합을 끌어들여 이슈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위생 관리가 미비했다는 것’이다. 공익제보자를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압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뭔지 회사를 빼고 모두가 알고 있다. 이미 식약처 조사 결과도 다 나오지 않았나. 식품기업에서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개선하지 못할망정 발뺌부터 하고 나서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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