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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투자] 단타도 무서운 '비트코인' 투자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

선물 ETF 상장에도 불안감 여전…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소액 투자해야 '승산'

2021.11.24(Wed) 15:15:29

[비즈한국]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투기 광풍이 불었다. 당시 튤립을 소유하는 것은 품위 유지 수단으로써 여겨졌지만, 점차 재산 축적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튤립 열풍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튤립 가격이 더 오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사람들도 주변 사람들이 높은 가격으로 매매해 수익을 내는 것을 보고 더 비싼 가격에 투기에 참여했다. 심지어 빈곤층도 한탕주의에 빠져 여태껏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튤립을 사는 데 혈안이 됐다. 귀족부터 빈곤층까지 튤립 사기에 몰두한 투기 열풍은 물가를 폭등시키는 주범이 됐다.

 

이후 튤립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튤립 가격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여기다 법원에서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자 가격은 최고치 대비 수천 분의 1로 폭락했다. 파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해외 도피자도 발생했으며 사회 전체가 불안해졌다. 이 사건은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이자, 가장 어처구니없는 버블로 꼽힌다.

 

비트코인이 현대판 튤립버블로 거론되고 있지만, 거품은 좀 처럼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현대판 튤립버블로는 비트코인이 거론된다. 금융사 직원 A씨는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정작 자신은 실물경제에 맞닿아 있었지만, 실제로는 비트코인을 전도유망한 투자 수단으로 생각했다. A씨는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비트코인과 같은 화폐가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투자해야 한다는 그의 설파에도 주변 사람들은 “허상을 좇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 그가 대박을 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새 차를 바꾸기도 하고, 고급 호텔을 자주 드나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가상화폐가 큰 인기를 끌면서 비트코인 말고도 가상화폐만 수백 종이 생겨났으니 그런 소문이 맞을 법도 했다. 투기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고 폭락을 거듭하면서 그는 한동안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가상화폐가 ‘4차 산업혁명의 미래’​라고 믿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계속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다. 미국 주식은 물론, 가상화폐까지 관심을 두고 있다. 자산증식의 기회를 박탈당한 젊은 층들은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 더욱 적극적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국 20~30대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 젊은 층 10명 가운데 4명꼴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투자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기간은 1~6개월 미만 38.0%, 6개월~1년 미만 35.5%로, 단기 투자를 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규모는 500만 원 미만 62.5%, 100만 원 미만 31.1%, 100만~500만 원 미만 31.1%로 비교적 소액 투자에 집중하고 있었다.

 

30대 직장인 B씨는 최근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자 노트북을 새로 장만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2주 사이 다시 약세를 지속하자, “쪽박찼다”고 말했다. B씨는 “500만 원 이상은 투자하지 않는다”라면서도 “기회가 되면 더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젊은 층은 물론, B씨 마저 소액 투자에만 나서는 이유는 뭘까. 투자할 만한 장래성을 따지기보다는 단기 자산증식이 가능하면서도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비트코인은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매력 있다”고 말한다. 다만, “높은 변동성을 고려해 낮은 비중으로 편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비트코인이 먼 훗날 제도권 안으로 완전히 들어올 날이 올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이라 현물 가격과 괴리가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제도권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현물 ETF 상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은 보고서에서 “선물 ETF를 통한 기관투자자 자금 유입도 가능하지만, 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효율성이 월등한 현물 ETF 출시가 사실상 가상자산 투자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입장이어서 제도권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SEC가 현물 ETF 상품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시세조종을 부추길 수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 때문이다. 

 

캐나다와 일부 유럽 국가들은 가상화폐 현물 ETF를 승인한 바 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대부분의 다른 지역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해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가상화폐를 인플레 헤지 수단으로 여기되, 낮은 비중으로 투자해본다면 높은 변동성에도 이기는 투자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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