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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달 표면 크레이터에 '블랙홀'의 흔적이?

달 크레이터를 통해 암흑 물질의 유력 후보, 원시 블랙홀의 존재가 입증될지도 모른다

2021.12.06(Mon) 12:24:17

[비즈한국] 지난 2019년 1월 21일 달이 태양을 등지고 있는 지구 그림자 속으로 숨는 월식이 진행됐다. 그런데 달이 숨으면서 붉고 어둡게 물든 순간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달 위에서 아주 짧은 순간 동안 밝은 섬광이 포착된 것이다. 달 표면에 운석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섬광이었다. 하필이면 월식이 한창 진행되면서 많은 지구인들이 모두 달에 주목하고 있는 동안 달에 운석이 충돌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벌어졌다. 

 

월식이 진행되는 동안 포착된 운석 충돌 순간의 섬광, 마침 많은 사람들이 달에 주목하고 있던 순간이라 많은 이들이 운석 충돌 순간을 목격했다. 사진=ESA


천문학자들은 MIDAS(Moon Impacts Detection and Analysis System, 달 충돌 검출 및 분석 시스템)를 통해 실시간으로 달 표면에 운석이 충돌하며 남긴 섬광들을 분석한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월식이 진행되는 동안 약 0.28초의 짧은 시간 사이에 섬광이 빛나고 사라졌다. 말 그대로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섬광을 남긴 운석은 약 40kg의 질량과 30~60cm 크기의 운석으로 추정된다. 충돌의 규모는 TNT 1.5톤에 달하는 위력이었고, 달 표면에는 10m 크기의 새로운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충돌 직후 운석이 부딪힌 표면의 온도는 약 5400도까지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높은 온도로 인해 크레이터 중심 주변의 광물에도 큰 변형이 가해졌을 것이다. 

 

평균적으로 매년 달 표면에는 10m 이상의 크레이터들이 140개 이상 만들어진다. 그런데 최근 달 표면에 남아 있는 크레이터의 기원에 관한 아주 색다른 가설이 제시되었다. 운석 충돌이 아닌 더 놀라운 것이 충돌하며 생긴 흔적이 섞여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정체는 바로 빅뱅 직후 태초의 우주 때부터 존재하고 있던 원시 블랙홀(primordial blackhole)이다. 

 

정말 달 표면에는 단순한 운석이 아닌 아주 작은 원시 블랙홀이 충돌하며 만든 흔적이 남아 있을까? 일반적인 운석과 원시 블랙홀이 충돌하며 남긴 흔적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달 표면의 크레이터를 통해 원시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을 시험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달 표면에 남아 있는 크레이터 중에는 운석이 아닌 블랙홀이 부딪히며 남긴 흔적이 있을지 모른다!

 

우리 우주는 밝게 빛나고 있는 별과 가스 구름과 일반 물질뿐 아니라 빛을 흡수하지도 방출하지도 않는 미지의 물질, 암흑 물질로 함께 채워져있다. 게다가 이 암흑 물질은 우주 전체 질량의 80%를 채우고 있다. 눈에 보이는 질량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질량이 우주에 훨씬 많다.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많은 암흑 물질의 정체는 무엇일까? 

 

과거 일부 천문학자들은 이 미지의 질량을 설명하기 위해, 아주 작은 크기 안에 아주 많은 질량이 모여 있는 초고밀도 질량 덩어리들의 존재 가능성을 고민했다. 이러한 가상의 초고밀도 질량 덩어리들을 MACHO(MAssive Compact Halo Object)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중심의 별 없이 혼자서 우주를 떠도는 덩치 큰 떠돌이 행성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는 아주 높은 밀도로 작은 크기로 뭉쳐 있는 미니 블랙홀들도 가능하다. 태양에 비해 수 배 이상 무거운 일반적인 항성 질량 블랙홀이 아니라 지구나 달 정도로 훨씬 질량이 가벼운 블랙홀이라면 수 밀리미터 크기로 아주 작게 존재할 수 있다. 

 

우리 은하 헤일로를 떠도는 고밀도 질량 덩어리들이 우리 은하의 부족한 암흑 물질을 설명하는 후보로 거론된다. 떠돌이 행성이나 작은 블랙홀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지=NASA


특히 천문학자들은 빅뱅 직후부터 아주 작은 크기의 원시 블랙홀들이 많았을 것이라 추정한다. 하지만 이런 작은 크기의 블랙홀들은 아직 그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다. (블랙홀치고는) 상대적으로 질량이 많이 가벼워서 주변 시공간에 남기는 흔적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블랙홀들은 전부 태양의 수십 배 정도로 무거운 항성 질량 블랙홀, 또는 은하 중심에 살고 있는 태양 질량의 수백만~수억 배에 달하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아직까지 가설로만 존재하는 초미니 원시 블랙홀의 존재를 달에 남아 있는 크레이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원시 블랙홀이 달 표면에 충돌하며 남긴 크레이터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평범한 돌멩이인 운석이 충돌할 때 남기는 크레이터와 원시 블랙홀이 부딪쳐 남기는 크레이터는 그 모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운석이 충돌하면 납작한 바가지 모양으로 둥글게 크레이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사방으로 튀어나간 파편들이 쌓이면서 크레이터를 감싸는 둥근 벽이 된다. 이렇게 분출된 여러 파편이 다시 주변에 떨어지면서 그 주변에 작은 크레이터들도 함께 만드는 경우가 많다. 또 충돌한 운석이 아예 달을 뚫고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충격으로 인해 크레이터 정중앙에는 작게 솟은 봉우리도 함께 만들어진다. 

 

달 표면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운석 크레이터 중 하나인 티코 크레이터(Tycho Crater). 중앙에 봉우리가 솟아 있다. 사진=NASA/LRO

 

하지만 원시 블랙홀이 충돌한다면 약간 다른 모양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진행한 고해상도 충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10¹⁶-10¹⁹kg 정도의 가벼운 미니 블랙홀이 달에 부딪히면 이들은 곧바로 달을 뚫고 관통해서 지나간다. 그래서 더 깊게 파인 크레이터를 남길 수 있다. 운석 충돌 때와 달리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파편의 양이 많지 않아 크레이터 외곽에 쌓이는 먼지의 양도 많지 않다. 또 블랙홀은 달에 부딪혀도 그대로 관통하기 때문에 크레이터 중앙에 작은 봉우리를 남기지 않는다. 

 

달 표면에 운석이 충돌하는 경우(왼쪽)와 블랙홀이 충돌한 경우(오른쪽)를 재현한 시뮬레이션 결과 비교. 운석이 충돌하면 달을 관통하지 못하지만, 블랙홀이 충돌하면 달을 관통해 지나가면서 약간 다른 형태의 크레이터가 만들어진다.


실제로 달 표면의 세밀한 지형도를 보면 중앙에 봉우리가 보이지 않고 주변에 작은 크레이터나 높게 쌓인 파편의 흔적을 보이지 않는 수상한 크레이터들을 간간히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천문학자들은 바로 이러한 독특한 모양의 크레이터들이 어쩌면 단순한 운석이 아니라 원시 블랙홀이 부딪히며 만들어진 흔적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던졌다. 

 

(구글 어스처럼 달 표면의 전체 지도를 세밀하게 제공하는 구글 문 서비스가 있다. ​​ 클릭해서 원시 블랙홀이 남겼을지 모르는 달 표면의 수상한 크레이터 후보들을 직접 찾아보시길! 빅뱅 우주론의 가장 중요한 수수께끼 중 하나인 원시 블랙홀의 증거를 최초로 발견하는 영광을 노려보자!)

 

이번 가설에 따르면 달에 부딪힌 원시 블랙홀은 그대로 달을 관통해 반대편으로 뚫고 지나가게 된다. 따라서 달에 처음 부딪힌 부분뿐 아니라 정반대편 표면에도 비슷한 형태의 크레이터를 함께 남긴다. 이것이 이번 가설을 입증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달 표면에서 수상한 크레이터를 발견한다면 정확하게 그 정반대편의 달 표면에도 비슷한 형태의 크레이터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동일한 원시 블랙홀이 달을 관통하면서 연이어 만든 크레이터들이라면 이 정반대편에 있는 두 크레이터의 규모나 형태는 아주 비슷할 것이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천문학자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달 표면에 남아 있는 다양한 크레이터들을 자동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말로 정반대편에 마주보며 만들어진 독특하고 동일한 형태의 크레이터 쌍들이 발견된다면 오래전 달에 부딪힌 원시 블랙홀들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새로운 열쇠가 될 것이다. 

 

둥글고 깊게 파인 형태를 보이는 달 표면 크레이터. 사진=ISRO

 

곧 재개될 유인 달탐사에서도 이번 가설을 시험하는 중요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 원시 블랙홀이 달 표면에 부딪치면 일반적인 운석이 충돌할 때보다 훨씬 높은 온도로 순식간에 충돌 부분이 가열된다. 암석의 광물은 온도에 따라 성질이 크게 달라진다. 즉 광물 입자의 크기나 형태를 보면 굳기 직전의 온도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알 수 있다. 유인 달탐사를 통해 의심되는 크레이터의 암석과 일반적인 운석 충돌이 남긴 크레이터의 암석을 비교해서 정말 광물의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한다면 이 역시 원시 블랙홀에 의한 충돌을 입증하는 좋은 증거가 될 것이다. 

 

정말로 태양계 천체들과 우주를 떠도는 초미니 원시 블랙홀들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면, 달뿐 아니라 수성, 금성, 화성, 목성과 토성 주변의 위성, 그리고 우리 지구에도 이러한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 물론 지구는 지속적인 풍화 침식으로 인해 원시 블랙홀과의 충돌이 남긴 흔적을 온전히 확인하기는 어렵겠지만, 풍화 침식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다른 태양계 천체들도 좋은 시험 무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기권에서 공중 폭발한 소행성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던 퉁구스카 대폭발 사건은 어쩌면 지구에 찾아왔던 미니 블랙홀에 의한 것은 아니었을까? 사진=Don Davis


어쩌면 지구에서도 우리 모르게 원시 블랙홀이 충돌한 적이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단순히 운석 충돌이었다고 생각한 사례에도 어쩌면 원시 블랙홀에 의한 것이 있을지 모른다.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지역으로 무언가 떨어져 거대한 폭발과 함께 숲 전체가 사라져버렸다. 숲의 나무가 완전히 누워버리는 엄청난 위력의 폭발이었지만 지구 표면에는 일반적인 크레이터가 남지 않았다. 게다가 충돌 지역에는 일반적인 운석 크레이터보다 훨씬 더 많은 철 물질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은 철을 다량 함유한 소행성이 지구 대기권에서 공중 폭발한 것이라 추정했다. 

 

하지만 어쩌면 퉁구스카 숲을 날려버린 폭발의 진짜 범인은 당시 지구를 관통하고 지나간 원시 블랙홀이 아닐까? 그래서 일반적인 크레이터의 흔적도, 살아남은 운석 조각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과연 빅뱅 직후 지금까지 살아남아 태양계 천체들을 관통해 지나가고 있는 초미니 원시 블랙홀들이 있을까? 이들의 존재가 입증된다면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암흑 물질의 존재를 조금이나마 설명할 수 있게 될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아주 작은 원자만 한 크기의 초소형 원시 블랙홀이 우리의 가슴을 관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

https://academic.oup.com/mnrasl/article-abstract/505/1/L115/6296428?redirectedFrom=fulltext

https://ras.ac.uk/news-and-press/research-highlights/space-rock-hit-moon-61000-kilometres-hour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486/3/3380/5480892

https://www.nasa.gov/centers/marshall/news/lunar/lunar_impacts.html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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