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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시장 진출 이유가…업계 반대 불구 강행한 현대차의 진짜 속내는

'5년 미만, 10만 km 이내' 차량만 취급…“신차 판매에 유리한 구조 만드는 게 궁극적 목표”

2022.03.22(Tue) 19:01:50

[비즈한국] 중고차 시장은 정보 불균형이 심한 ‘레몬마켓’으로 불린다. 차를 파는 사람은 높은 가격을 받길 원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정보는 숨기길 원한다. 이 결과 허위매물, 주행거리 조작, 불투명한 가격산정 등으로 소비자는 손해를 보는 일이 잦았다. 시고 맛없는 레몬만 있는 것처럼 저급품만 유통되는 레몬마켓은 애초에 중고차 시장을 빗대 만들어진 용어다.

질 낮은 중고차에 데인 사람들이 매매를 꺼리고 결국 맛있는 ‘오렌지’가 자취를 감춘 중고차 시장에 올해 대격변이 예고됐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 중고차 시장 진출 길이 열리면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관할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지난 17일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업종으로 미지정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현실화됐다. 이에 중고차 시장이 ‘오렌지 마켓’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기업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판매업 진출이 허용되면서 시장 체질이 개선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매매 시장. 사진=박은숙 기자


#골목상권 침해?…시장 체질 개선이 우선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관련 논의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허용됐다. 심의위원회는 “중고차 판매업은 도·소매업이나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보다 소상공인 비중이 작고, 소상공인의 연평균 매출액은 크다”며 “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이 낮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요건 가운데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대기업이 새롭게 진출하는 시장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저품질의 상품이 거래된다는 평가를 받던 중고차 시장은 조금 다른 경우다.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약 26조 원이다. 거래 대수는 2020년 기준 387만 4304대로 신차 판매 대수의 2.2배에 달한다. 활발하게 거래되는 큰 규모의 시장이지만 소비자 불만은 지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올해 초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중개·매매 관련 상담 건수는 4663건이다. 2018년 9096건, 2019년 8174건, 2020년 6087건으로 줄고 있지만 피해는 여전하다.

심의위원회는 시장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원회는 “완성차업계의 진출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지만 중고차 시장은 지속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완성차업계의 진출로 중고차 성능·상태 등 제품의 신뢰성 확보,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독과점 문제도 있지만…신차 판매 유리한 조건 만들기 위한 초석?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중고차 사업 절차에 들어간 업계는 품질과 성능 면에서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중고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망설였던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중고차 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그동안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 간 이해득실로 결정이 미뤄지면서 중고차 시장의 혼란과 소비자들의 피해만 가중됐다”며 “중고차 가격 산정 불신, 허위·미끼 매물, 주행거리 조작, 사고 이력 조작, 피해보상의 어려움,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불안 등 방치됐던 소비자피해를 근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완성차 대기업들은 신뢰 구축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업들의 진출 배경을 살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사진=박정훈 기자


현대차가 내놓은 핵심은 ‘신뢰 구축’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시행하고 있는 고품질의 ‘​인증 중고차’​ 시스템을 활용, 통합 정보 포털을 구축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인 7일 이 같은 내용의 중고차 사업 방향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 1월 이미 경기도 용인에 사업자 등록도 마친 상태다. 현대차는 ‘5년 미만, 주행거리 10만㎞ 이내’ 차량 중 품질검사를 통과한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중고차 판매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 외 중고 차량은 직접 판매하지 않고 기존 업체에 넘기고, 중고차 업체들과의 상생을 위해 2024년까지는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해 늘려가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의 진출로 정보 비대칭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독과점 우려’가 제기된다.

수원에서 중고차매매업에 종사하는 A 씨는 “자동차 매매단지를 찾는 고객이 3분의 1은 줄었다.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라며 “현대·기아차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압도적이다. 대기업들이 자리를 잡은 후에는 중고차 가격이 ‘올려치기’ 될 수도 있다. 기존 시장에 부조리가 있다면 개선책을 고민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2021년 기준 각각 약 72만 대, 53만 대를 판매했다. 양사 합산 점유율은 국산차의 87.6% 수준이다. 기존 중고차 업계에서는 완성차 시장을 점유한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예측하지 못한 독과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반발이 거세다. 

독과점 문제를 넘어 완성차 기업이 왜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려 하는지 살필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스마트시티 전문가 위원으로 활동하는 강상구 변호사(법무법인 제하)는 “완성차 기업들은 단순히 중고차를 팔아서 수익을 남기겠다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자사 브랜드 차량의 중고차 가격을 유지·관리하면서 신차 판매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중고차 시장 진출이 새로운 수익 사업 차원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강 변호사는 “중고차 마진 자체가 신차 마진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자사 중고차를 선별 매입해 인증 중고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전략은 큰 감가폭이 판매의 주요 장애 요인이던 수입차 업체들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신차 가격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며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신차를 판매할 때 부과하는 정도의 A/S 의무를 부여하는 게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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