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알쓸비법] 대놓고 베낀 '카피 제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지 못 한다면 디자인권·부정경쟁방지법 통해 법적 권리 찾아야

2022.05.23(Mon) 10:24:32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대기업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담은 중소기업 제품을 모방해 자사 제품처럼 출시하기도 한다.


카피 제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카피 제품의 의미는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상품 형태를 모방한 제품’만을 말하기로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용한 신제품을 내놨는데, 우월한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대기업이 제품의 형태를 그대로 모방해 직접 개발한 것처럼 출시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카피 제품으로 손해나 권리침해가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구제받고자 한다면 어떤 권리를 주장해야 할까?

 

우선 카피 제품(제작사)에 저작권을 주장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저작권은 창작 및 공표에 의해 성립하고 특별한 등록절차가 필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권리 주장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저작물)’을 대상으로 하는 권리로, 문예·학술·미술 등 문화적 창작을 보호한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공산품을 두고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은 어색한 면이 있다. 

 

그런 이유로 저작권은 문제의 대상이 공산품인 경우, 그 공산품과 분리해 독자성을 가진 경우에만 저작권으로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 제2조 제15호는 ‘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로써 이용된 물품과 구분돼 독자성이 인정’된다면 응용미술저작물로서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는다고 규정했다. 즉 독자성이 있어야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 조항을 읽어봐도 독자성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어렵다. 사실 독자성은 학계에서 수십 년간 논쟁이 이어지는 난해한 주제다. 법원은 이른바 ‘히딩크 넥타이’ 사건에서 넥타이에 인쇄한 도안은 넥타이라는 물품과 구분되는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도안을 복제한 것은 저작권 침해라는 판결을 했다. 하지만 비슷한 사안에서 독자성을 부인한 판결도 있어 법원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법원은 공산품의 형태 모방 사안에서 저작권을 다소 소극적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형상에 실용적·기능적 표현을 인정하더라도 그 형상을 실용적·기능적 요소로부터 분리해 인식하지 않으면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인권을 주장하는 방안은 어떨까. 여러 사건을 접해보면 디자인권으로 보호받는 사안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자인권은 상표권·특허권과 같이 특허청에 등록해야만 성립하는데, 디자인권을 등록하고 유지하는 데 많은 비용이 소요되므로 등록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 등 유행이 짧은 상품은 디자인권에 의한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 불과 수개월 사이 디자인의 가치가 소멸할 수 있어 디자인권 등록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또한 디자인권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신규성·창작성·공업상 이용가능성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보호를 주장하는 방안이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개정하는 법 중 하나다. 개정 방향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지적재산권법의 맹점을 메우는 것이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은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전시, 수입·수출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 중 하나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부정경쟁행위는 권리 등록을 받았는지,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등을 불문하고 상품 형태 자체를 모방하기만 하면(dead Copy) 부정경쟁행위가 성립한다. 선행 개발자의 비용과 노력에 무임승차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카피 제품에 대응하는 법안으론 저작권법·디자인권·부정경쟁방지법 등이 있다.

 

다만 보호 대상이 되는 제품의 형태가 동종 분야에서 흔히 보이는 통상적인 형태라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위 조항이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 부정경쟁행위를 부정하는 측(피고 등)은 동일·유사한 형태의 제품을 시장에서 유통하는 사례를 샅샅이 찾는 작업에 주력한다. 

 

조건은 또 있다. 제품의 형태를 갖춘 날로부터 3년까지만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보호된다. 이 때문에 보호받고자 하는 측은 출시 일자를 뒤로 미루려는 유혹을 느끼지만, 이 경우 동종·유사 상품이 시장에서 이미 유통된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미루는 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모방’ 여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모방이란 타인의 상품 형태에 따라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타인의 상품 형태를 모방했는지 여부의 관점에서 판단한다. 

 

자목의 부정경쟁행위는 권리 등록을 받지 않거나 창작성이 약해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법원이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부정경쟁행위 조항을 적용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사안이 보호 예외에 해당한다면, 별수 없이 저작권 등에 의한 보호를 생각해야 한다. 법률과 제도는 제각각 장단점이 있다. 따라서 여러 수단과 방법을 미리 염두에 두고 카피 제품을 향한 대응 방안이나 방지책을 모색해야 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알쓸비법] 차별화를 위한 광고가 넘지 말아야 할 '선'
· [알쓸비법] 재개발·재건축 분쟁, 법대로 하면 조합-시공사 누가 유리할까
· [알쓸비법] '가라 공고'의 추억
· [알쓸비법] 책 도둑은 그냥 도둑이다
· [알쓸비법] 비상장기업 투자 시 알아야 할 '드래그얼롱'의 조건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