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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향토 대기업 믿었는데…" 13년 미룬 '롯데타워' 안 짓나 못 짓나

영업중단 끝 극적타협…부산시 '의지' 확인했다지만 의심 눈초리 여전

2022.06.09(Thu) 10:23:11

[비즈한국]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지난 1일 부산 중구 중앙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의 불이 꺼졌다. 부산시가 전날인 5월 31일 롯데 측이 요청한 임시사용 추가 연장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롯데백화점 광복점과 롯데마트 등이 영업 중단 위기를 맞게 된 것. 다음 날인 2일 부산시와 롯데 측이 업무협약을 극적으로 타결하면서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영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지만, 롯데타워 사업이 십수 년간 지연된 만큼 부산 지역사회에서는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하다.  

 

부산 롯데월드타워 변경계획안. 사진=부산광역시 제공


롯데가 부산시에 약속한 ‘롯데타워’ 건립은 해묵은 지역 현안이다. 롯데는 2009년부터 13년째 롯데백화점 광복점을 ‘임시사용’하고 있다. 롯데는 부산시로부터 롯데백화점 광복점과 아쿠아몰, 엔터테인먼트동 등 상업시설에 대한 임시사용 승인을 약 1년 단위로 연장하며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롯데는 지난 1995년 옛 부산시청 부지를 매입하고 영도대교 앞바다 1만 2000㎡을 매립해 이곳에서 2009년부터 롯데백화점 광복점을 운영해왔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국내 최초 ‘시사이드(sea-side)’ 백화점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2014년 완공 예정이던 107층 규모의 관광시설 ‘롯데타운(현 가칭 부산롯데타워)’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됐다. 

 

롯데가 공유수면 매립지에 백화점을 건립할 수 있었던 배경은 부산롯데타워를 통한 ‘지역사회 공헌’에 있다. 롯데는 2000년 롯데백화점 광복점 건설 허가를 받으며 관광시설 및 공공시설을 포함한 롯데타워 건설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영업을 시작한 지 13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았다. 롯데는 이후 아쿠아몰(2010년), 롯데마트(2014)를 짓고 영업했으나 타워동은 골조공사에만 머물러 있다.

 

부산롯데타워 건립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롯데 측은 공유수면 매립지의 용도변경을 추진하며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지난 2018년 9월에는 부산롯데타워 부지에 대한 10년의 용도변경 제한기간이 만료되면서 “롯데가 롯데타워에 주거시설을 포함해 분양 장사로 수익을 내려고 의도적으로 부산롯데타워 건립을 지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부산시 안팎에서 롯데가 주거시설을 포함한 개발계획을 신청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며 비판여론 또한 팽배해졌다. 당시 지역 재계 유력 인사들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지역경제 기여’를 언급하며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부산롯데타워 건립이 요원했기 때문이다. 롯데가 부산의 향토 대기업이라는 인식이 옅어진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2019년 롯데는 공중수목원이 포함된 56층 규모로 계획을 축소했고, 부산시 경관심의위원회가 변경안에 대해 재심의 결정을 내리며 교착 상태에 빠졌다. 

 

결국 지난 1월 19일 부산시는 ‘부산롯데타워 건립 관련 기자설명회’를 여는 강수를 뒀다. 김필한 부산시 건축주택국장은 기자설명회에서 “2019년에 롯데타워 공중수목원 건립계획을 발표하고 3년이 지났으나 롯데에서는 하겠다고만 하고 이행한 것이 없다”며 지난 5월 31일인 롯데백화점 광복점 임시사용기간의 연장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롯데 측의 사업 추진 의지와 진정성이 부족해 ‘희망고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는 당초 지난 1월 부산롯데타워의 새로운 조감도를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 3월 조감도를 포함한 롯데타워 공사재개 문서를 제출했다. 3월 롯데타워 착공에 들어가 2026년 말 오픈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3월 28일에는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부산시를 찾아 롯데타워 건립 사업을 논의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임시사용 승인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했다.

 

절정으로 치닫던 부산시와 롯데의 갈등은 6월 1일을 기점으로 하루 만에 극적 봉합됐다. 부산롯데타워가 그룹 차원의 사업인 만큼, 부산시는 롯데 측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롯데쇼핑이 아닌 롯데그룹 경영진의 확답을 원했지만 롯데가 영업중단 위기에 놓이고 나서야 이를 받아들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2일 열린 ‘부산롯데타워 건립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 협약식에는 송용덕 롯데지주 공동대표가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와 함께 참석했다.  

 

부산시(시장 박형준)는 2일 오전 10시 시청 26층 회의실에서 롯데지주(주), 롯데쇼핑(주)과 (가칭)부산롯데타워 건립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부산광역시 제공


그러나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양측의 ‘​극적 합의’​가 이뤄진 시점이 공교로운 데다, 롯데쇼핑과 롯데지주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타워동 건립이 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부산지역 시민단체 부산경남미래정책의 안일규 사무처장은 “롯데가 부산롯데타워 사업비를 4000억 원 규모로 대폭 축소했으나, 그룹 차원의 자금 조달 계획이 없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롯데쇼핑은 최근 5년간 당기순이익 손실을 기록했고, 롯데지주의 재무활동 현금흐름 역시 적자”라고 전했다. 이어 “롯데가 내놓은 (롯데타워) 건축 변경계획을 살펴보면 실사용 층수는 24층에 불과하고, 시설에 포함된 콘텐츠 또한 부실하다”며 “​양측이 지방선거 당일 하루 만에 갈등을 봉합했고, 부산시가 공휴일인 1일 롯데타워의 도시계획사업 실시계획 변경인가를 고시한 것 또한 정치적인 의도를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는 임시사용 승인 여부와 별개로 도시계획사업 실시계획 심의 연장은 이미 결정돼 있었다고 전했다. 롯데 측은 지난달 12일 백화점 임시사용 승인 2년 연장 신청과 함께 도시계획사업 실시계획 심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도시계획사업 실시계획 심의 연장은) 임시사용 승인, 업무협약과 상관없이 사업 실시 여부를 심의하는 실시계획 인가”라며 “​이전에 결제가 완료됐고 수요일만 고시되기 때문에 1일 고시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4개월의 임시승인 연장 기간 동안 롯데 측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건축정책과 관계자는 “롯데가 지난 3월 말부터 타워동 공사를 재개했다”며 “롯데 측이 이번 협약을 통해 부산롯데타워 건립 약속과 지연에 사과를 전했기 때문에 향후 설계 변경 등의 진행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사업비 조달 계획은 공개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외부의 우려와 다르게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좋은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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