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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계도기간 끝난 헬스장 가격 환불기준 표시제, 과연 지켜지고 있을까

27일부터 정식 시행 됐지만 제대로 지키는 곳 없어…공정위 "충분한 정보 공개라는 원칙 따라야"

2022.06.28(Tue) 17:31:41

[비즈한국] 여름을 앞두고 다이어트와 체력 증진을 위해 헬스장·수영장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 도심을 걷다 보면 강렬한 사진과 문구를 내건 헬스장 광고도 쉽게 볼 수 있다. 자극적인 문구뿐만 아니라 솔깃하게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곤 한다. 소비자는 정말 이 가격에 등록할 수 있을까.

 

헬스장 앞 광고 배너에 적힌 내용으로는 소비자가 구체적인 가격 정보를 알기 어렵다. 헬스장 내부에도 자세한 규정을 명시한 경우는 드물다. 사진=심지영 기자


#계도기간 끝났지만 법 지키는 곳 드물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요한 표시·광고 사항 고시’ 개정안을 시행한 지 반년이 지났다. 고시의 목적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에 따라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개정안의 핵심에는 ‘체육시설업 가격표시제’가 있다.

 

체육시설 가격표시제란 종합체육시설업(실내 수영장을 포함해 2종 이상의 체육시설을 같은 사람이 한 장소에 설치해 운영하는 업)·수영장업·체력단련장에서 소비자가 등록신청서를 작성하기 전에 서비스 내용, 요금, 환불기준 등 중요한 정보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사업장 게시물과 등록신청서 모두에 중요 정보를 표시해야 하는 제도다. 소비자가 계약서를 쓰기 직전에야 정확한 가격을 알게되는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체육시설 가격표시제는 6월 26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적용 업종의 사업자 단체와 지자체에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라며 “계도기간에 소비자단체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업장의 자발적인 협조를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고시를 들여다보면 표시·광고할 중요 정보엔 구체적인 서비스 항목과 더불어 기본요금, 추가 요금 유무 여부까지 포함된다. 또한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는 경우 잔여기간의 이용료 환불 기준이나 보상 규정도 제시하도록 했다. 고시대로라면 소비자가 계약서 작성 테이블에 앉기 전에 환불규정까지 인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6개월의 계도기간을 지난 현장에선 가격표시제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을까. 제도가 정식 시행된 27일 직장인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여의도와 마포구 주변의 헬스장을 직접 찾아갔다.

 

회원을 많이 보유하고는 프랜차이즈 헬스장을 둘러봤다. 먼저 방문한 곳은 전국에 60개 가까운 지점을 둔 A 프랜차이즈로, 헬스장·필라테스센터·골프장·수영장 등 여러 시설을 한 곳에서 운영하는 브랜드다. 지점이 많아 쉽게 찾을 수 있는 데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곳이다. 

 

A 브랜드는 여의도에 2개 지점을 두고 있다. 이 중 한 지점은 ‘최대 40% 세일, 3개월 무료, PT 5회 무료’라는 문구를 넣은 광고 배너를 건물 앞에 세워뒀다. 배너만 봐서는 어떤 서비스를 할인하는지, 중도 해지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 등은 알 수 없었다. 나머지 지점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월 3만 원대, 월 3회 PT’라는 간결한 문구를 내걸었으나 매장 게시물에선 자세한 조건이나 환불 규정은 확인할 수 없었다. 

 

매장을 나와 개인 트레이닝이 1만 원대에 가능하다는 B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매장을 찾았다. 이곳은 독특하게 매장 앞에 서비스 내용, 가격표, 옵션 등이 적힌 차트를 둬 중요 정보를 훨씬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다만 이곳에서도 환불 규정은 찾기 어려웠다. 

 

이 밖에 유명 헬스 유튜버가 론칭한 브랜드, 프리미엄 피트니스 브랜드 등 매장 4~5곳을 더 찾아갔지만 눈에 띄는 곳에 가격표·세부 서비스·환불 규정을 모두 명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한 헬스장 다수가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어 상담을 거치지 않고 내부 게시물을 살피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전국에 40개가 넘는 지점을 가진 C 브랜드의 여의도 지점에서 입구에 질의응답 형태로 규정을 게시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일하게 휴회·양도 규정 등을 공개한 곳이지만, 대신 가격표는 찾을 수 없었다. 

 

서울 여의도의 한 프랜차이즈 헬스장은 질의응답 형태로 양도 관련 규정을 게시하고 있었다. 사진=심지영 기자

 

아쉬운 마음에 전국 약 30개 매장이 있는 D 브랜드의 헬스장을 찾아 나섰다. 마포구에 있는 지점을 방문해 매장 안팎의 게시물을 살폈다. 이곳은 헬스장과 필라테스센터·골프장을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광고 배너엔 헬스장과 골프장을 함께 쓰는 비용이 한 달에 8만 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솔깃할 만큼 저렴한 가격에 상담을 받기로 했다. 합리적인 가격이라면 등록까지 할 심산이었다.

 

매장에 들어서서 안내데스크와 상담 책상에 놓인 작은 안내판을 살펴봤다. 구체적인 가격표나 환불 규정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대부분 프로모션 안내였다. 상담을 위해 자리에 앉은 후에야 직원이 내민 자료를 통해 상세 가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자료에도 환불 규정은 적혀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계약서를 작성할 때 보여주는 듯했다. 

 

가격은 예상과 달랐다. 6개월까지는 월 10만 원이 넘었고, 12개월 회원권을 등록해야 월 9만 원대로 등록할 수 있었다. 여기에 강습료와 보관함 이용비는 별도였다. 보관함 등 옵션을 제외해도 비싼 가격에 난처해하자, 직원은 “명시된 가격에서 추가 할인이 들어간다. 매장마다 가격이나 프로모션이 다르다. 이곳이 저렴한 편이니 지금 등록하라”라고 설득에 나섰다. 아무리 할인한다지만 한 번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선뜻 결제할 순 없어 양해를 구하고 매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충분한 정보 잘 보이게 게시했는지 원칙에 따라 판단”

 

취재를 종합하면 체육시설 가격표시제는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모습이었다. 같은 브랜드라도 지점마다 광고물·게시물 내용이 제각각인데다, 환불 규정 공개를 꺼리는 것으로 보였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최근 3년(2019~2021년)간 헬스장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중 계약 해지 관련 사례가 92.4%에 달하는 등 피해가 잦은 만큼 중요 정보 표시는 시급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게시물 범위나 형식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이 있는 건 아니다. 안내데스크, 웹사이트 등에 명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광고 배너 등에 모든 중요 정보를 담기는 어렵다고 본다”라며 “따라서 잘 보이는 곳에 중요 정보를 게시했는지, 계약하기 전에 소비자에게 충분히 정보를 제공했는지 등 원칙을 기준으로 고시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라고 답했다. 

 

만약 사업자가 고시를 위반하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표시광고법에 따라 고시를 위반했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중요 정보를 포함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는 1억 원 이하로, 법인·사업자 단체의 임직원이 고시를 위반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태진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 사무국장은 “헬스장마다 가격과 할인율이 달라 환불규정도 다를 것이다. 필요하다면 공시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공시를 하면 인바디 측정, 무료 OT 등 매장에서 제공하던 세부적인 서비스까지 가격을 매겨야해 소비자에게도 부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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