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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촉사원 직고용 자회사 AJP '저질 일자리' 논란…애경산업 '상생'은 어디에?

불법파견 논란 피하려 만든 자회사…3개월 단기계약·근무일 일방 축소로 거센 항의

2022.06.28(Tue) 16:01:30

[비즈한국] 애경의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현장 직원들이 애경산업의 자회사 AJP의 근무 환경이 불합리하다며 거리로 나섰다. AJP는 불법파견 문제가 떠오른 2018년 애경산업이 판촉사원 400여 명을 직고용하면서 설립한 자회사다. 당시 애경산업은 고용 방식 전환을 통해 판촉 사원의 소속감을 강화하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AJP의 직원 절반 이상은 분기마다 계약을 하는 단기계약직이다. 판촉사원과 관리직으로 이뤄진 노조는 최근 사측이 근로계약서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근무일수 축소를 통보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인력 조정에 반발했다. 여기에 실사용자인 애경산업의 비용절감안에 따라 AJP가 인력 축소를 결정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애경산업의 ‘상생’에 물음표가 띄워졌다.

 

애경산업의 자회사 AJP의 판촉사원들이 사측의 근무일수 축소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을 비판하고 나섰다. 27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동 애경 본사 앞 집회 현장. 사진=강은경 기자

 

27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동 삼거리에 위치한 애경타워 앞에서 근로 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AJP 노조의 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는 올해 3월 노조가 결성된 이후 처음 열린 집회다. 노조가 지적한 문제는 크게 △3개월 단위 쪼개기 계약 △근무일수 강제조정 △휴일 대체동의서 작성 강요를 통한 불법휴일대체 △저임금구조 등 네 가지다.

AJP는 대형마트에 케라시스, 2080치약, AGE 20‘s 등 애경산업 생활뷰티 제품을 진열·판촉하는 인력의 공급과 관리를 맡고 있다. 사측은 애경 제품을 판매하는 현장 판촉사원들의 근로계약을 3개월 단위로 하고 있다. 한양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AJP지회장은 “7~8년 일한 직원들도 다 잘려나갔다. 지금도 2년 넘은 경력을 가지고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웃소싱 때부터 현재까지도 3개월 단기계약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약직 근로자의 계약기간은 원칙적으로 최대 2년이다. 2년을 초과한 근로자의 경우 무기 계약으로 인정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사측은 올해 초 계약 기간이 남은 직원들에게 근무일을 줄일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노조는 “3개월 단위 계약 안에서도 근무일수가 일방적으로 회사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며 “계약 기간 3개월이 채 되기도 전에 근무 일수를 강제로 축소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직원은 퇴사를 통보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계약 무시하고 근무일 37% 축소 통보

 

이마트에서 제품 진열 업무를 하는 직원 A 씨는 계약 기간이 한 달 남은 지난 2월 사측으로부터 근무일수를 열흘로 줄이라고 통보받았다. A 씨가 맺은 근로계약은 3월까지 월 16일 근무하는 내용이었다. A 씨는 근로계약서를 근거 삼아 사측에 거절 의사를 밝히고 남은 계약 기간을 채웠지만 다음 계약부터는 10일로 근무 일수가 축소됐다.

 

A 씨는 “계약서를 이미 작성했는데도 불구하고 3월부터 10일 근무를 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퇴사하라며 통보 받았다. 한 달에 월급 9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회사가 말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JP의 급여명세내역을 보면 월 10일 근무하고 받는 임금은 세전 87만 9400원이다. 공제 후 실수령액은 78만 원 수준이다. 조정의 폭은 다르지만 근무일수를 단축하는 조치는 애경 제품을 판매하는 전 사원에게 적용됐다. 한양희 AJP지회장은 “한 달 임금이 채 100만 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사실상의 해고 통보”라며 “많은 직원들이 퇴사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애경 본사 전경. 사진=이종현 기자


#휴일 대체 동의서 당연시하는 사측, 근로계약은 번복

 

사측이 근로계약을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애경 제품을 판매하는 사원 B 씨는 얼마 전 회사로부터 ‘7월에 5일 더 일하고 8월에는 5일을 뺀 일수만큼 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당시는 7월 근무가 열흘도 안 남은 시기였다. 7월에는 제품 판촉 행사가 많으니 기존 20일이 아닌 25일 근무를 하라는 뜻이었다. 

 

B 씨는 “단 급여는 원할 경우 실제 근무일에 상관없이 (각 월마다) 20일로 적용된다고 했다. 계약 사항도 무시한 채 고무줄 같이 회사 편의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근로계약서 내용과 달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직원의 지적에 담당자는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면 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휴일 대체 동의서 작성을 강요받고 있다는 주장이 터져나왔다. B 씨는 “법정 공휴일에도 휴일 수당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선택권 없이 회사가 휴일 대체 동의서를 강제로 작성하게 해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휴일 대체 동의서는 원래 쉬어야 할 휴일에 정상 근로를 하고, 특정 근무일에 쉬는 것을 동의하는 문서다. 근로자가 동의한다면 별도의 휴일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지만, 동의가 없다면 효력이 없어 수당을 추가로 줘야 한다.

 

노조에 따르면 그동안 현장 직원들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휴일 대체 동의서를 제출해왔다. 직원들은 노조 결성 이후 휴일 대체 동의를 거부하고 공휴일 근무 시 통상임금의 1.5배에 해당하는 휴일근로임금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아직까지 추가분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법 전문가 김남석 변호사(​법무법인 태원)는 AJP의 근로계약 형식, 휴일 대체 등의 조치에 대해 노동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3개월 단기계약으로 계속 고용을 하는데 2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 경우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해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휴일 대체 동의 없이 휴일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임금 체불에 해당해 형사처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JP 측과 노조는 6월 2일 한 차례 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본격적인 교섭을 위한 기본준칙을 합의하는 과정부터 삐걱거렸다. 교섭에 참여하는 노조 측 교섭위원의 근무시간 등 논의된 내용을 서명 전에 번복하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두 번째 실무교섭은 7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애경산업 측은 “드릴 말씀이 없는 상황”이라고만 답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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