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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금융상품 권유 금지' 금소법 개정안 실효성 있을까

투자 사기 피해자, 증권·운용 업계도 효과 의문… "서류 늘어나는 데 그칠 것" 현장 반응

2022.07.14(Thu) 17:10:54

[비즈한국] 금융기관이 소비자 동의 없이는 고위험 금융상품을 권유하지 못하도록 금융당국이 제재에 나서면서 사모펀드 투자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줄어들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부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감독규정(금소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6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금융교육협의회가 열린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행 금소법에서도 소비자의 요청이 없는 경우 방문·전화 등을 활용한 투자성 상품의 권유를 금지(불초청권유 금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넓은 예외를 인정하면서 장외파생을 제외한 대부분 투자성 상품에 대한 불초청권유가 가능했다. 

 

이에 금소법 시행령 개정안은 사모펀드를 포함한 고위험 상품의 불초청권유를 제한하면서 일반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2월 8일부터 시행할 개정 방문판매법 적용 대상에서 금융상품이 제외되면서 금융 상품 방문판매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기도 하다. 

 

금소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소비자의 구체적·적극적인 요청이 없는 투자 상품 불초청권유는 소비자의 사전 동의를 구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대신 소비자 동의를 구하는 방법은 서류, 문자 등 특별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제약은 더 있다. 사전 동의를 구했더라도 일반 금융소비자에게는 사모펀드, 장내·장외파생, 고난도상품 등의 권유가 금지된다(현행은 장외파생 상품만 금지). 금융사 등 전문 금융소비자에게는 장외 파생 상품만 권유 금지된다. 입법예고 기간은 8월 16일까지이며, 법제처 심사를 거쳐 하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다. 아직 반대의견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령 개정 소식에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는 소비자와 접촉하는 채널은 아니지만, 향후 사모펀드 판매에 관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며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판매 상황에 따라 상품 출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불초청권유 금지 범위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금융소비자이자 사모펀드 투자로 피해를 본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의환 전국 사모펀드 사기 피해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실제 투자 상품을 권유하는 현장을 보면 불초청권유를 목적으로 한 방문인지 아닌지 딱 잘라 구분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개정안이 부당권유를 한 금융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7월 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사모펀드 사기 관련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사모펀드 투자 권유받은 사례 중엔 금융사 직원과 평소에도 자주 교류하며 친분을 쌓은 경우가 많다. 전화나 방문을 수시로 하니 불초청권유라고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한 번 놀러가겠다’하고는 금융사 직원 여럿이 가서 일상적인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상품 소개를 하면. 이들을 신뢰하던 소비자는 크게 의심하지 않고 투자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도 금융당국이 부당권유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금융사에 유리한 결론이 나오곤 한다. 권유 금지 확대가 모호한 규정인 만큼 일반 소비자의 투자 피해를 막는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본다”라며 “나중에 금융사고가 터진 후에 금융사에 면피용 규정으로 작용할까 봐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직접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업계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영업 경험이 있는 B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나 은행을 통해 상품을 소개받는 소비자는 자본이 있고 투자성향도 공격적인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사전 동의 여부를 신경 쓰진 않을 듯하다. 현장에서 처리할 서류만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C 증권사 관계자도 “사모펀드 투자자를 정말 일반 소비자라고 볼 수 있을까. 애초에 고위험 상품은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지 않는데 사전 동의가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라며 “동의 방식에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서류로 쉽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 사이에선 소비자 보호가 목적이라면 고위험 금융상품을 전화나 방문으로 판매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모펀드 판매는 전화로 매매하는 경우가 없다. 대상도 일반 소비자가 아닌 소득 적격투자자가 대부분이다. 애초에 전화만으로 수억 원짜리 상품을 누가 가입하겠나. 전화나 방문판매 비중이 높은 건 보험업계”라면서도 “전화나 방문판매로 복잡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건 소비자에게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선 아예 금지하는 게 안전하다. 민원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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