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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회사생활] '노'라고 말하는 90년대생, '예스'밖에 모르는 70년대생

인공지능보다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가 더 중요한 이유

2022.07.21(Thu) 16:54:39

[비즈한국] 몇 가지 질문으로 칼럼을 시작하고자 한다. 조직의 생산성이 구성원들 간의 관계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면 독자 여러분은 쉽게 이해가 되는가? 더 나아가, 조직의 건강하고 지속적인 성장도 구성원들 간의 관계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지는가? 

 

많은 사람이 반문할 것이다. 혁신적 제품, 디지털 혁신, 인공지능(AI)과 같은 근사한 것들에 기업의 성장이 달려 있는 게 아니냐고. 현대자동차 같은 회사라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과 이를 위한 천문학적인 투자 같은 것들이 회사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가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언뜻 보면 그런 반문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관계라는 추상적인 말보다는 전기자동차나 혁신적이고 생산성 높은 앱 같은 명사가 훨씬 구체적이니까.

 

지금 기업과 조직에서는 생각이 서로 다른 여러 세대가 격돌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칼럼에서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과거 수직적 회사 문화 속에서 전혀 우선순위를 갖지 못했던 리더와 팔로어의 관계 말이다. 우리나라 기업에선 일이 정확하게 하달되고 결과가 상부로 전달되는 시스템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그 덕분에 고속 성장을 이루었다. 리더십도 부하직원을 어떻게 잘 다뤄서 좋은 결과를 낼 것인가에 집중됐다. 선심을 쓰듯 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그러려면 경청도 필요하다는 식의 리더십 교육이 진행됐다. 그마저도 요즘은 잘 하지 않는 듯하다. 새로운 시대의 기술에 대한 특강은 인기지만 리더와 팔로어를 위한 리더십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관계’가 다시 주요 화두가 됐다. 2019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갈등의 폭증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올라타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다. 

 

관계에 서툴고 과거 리더로부터 물려받은 상명하복의 유산을 답습한 현재의 리더는 답답하다. 조직의 윗자리를 꿰찬 70년대생 리더들은 말 그대로 울고 있는 형국이다. 구성원의 절반을 넘어선 밀레니얼 세대의 입바른 소리에 말문이 막히고 당황스럽다. 본전 생각이 매일 나지만 이 생각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라떼’가 한 잔 배달된다. 리더인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라고는 일을 ‘잘’ 거래하는 전통적인 방식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는데 신세대 직원들은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 접하는 멋진 교과서적 리더십을 요구한다. 게다가 각종 미디어는 신세대를 잘 이해해야 미래가 있다며 리더들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보도를 쏟아낸다. 

 

첫 칼럼에서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누군가를 평가하고 비난할 때는 나의 상태도 점검할 필요가 있어서다. 이것이 균형 잡힌 건강한 관계로 가는 첫걸음이다. 

 

지금 한국의 기업과 조직에서는 생각이 서로 다른 여러 세대가 격돌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세대 갈등이라는 관계의 문제로 몸살을 앓는다. ‘노(NO)’라고 말하는 것을 크게 주저하지 않는 세대의 등장은 ‘예스(YES)’라고 말하며 성장한 세대를 몹시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노무사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회의에서 상사가 나를 기분 나쁘게 했는데 고발할 수 있나요?”라고 젊은 직원이 문의를 해와 참 당황스러웠다고. 관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않고 무작정 외부로, 법적 방법으로 쉽게 눈을 돌리는 세태가 너무나 안타깝다.

 

외부 특강을 할 때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과거엔 100명 있는 조직에 갈등이 1쌍 정도 있었다면 지금은 2~3쌍으로 늘어가고 있는 국면이다. 그런데 2~3쌍만 갈등이 생겨도 전 직원이 그 이야기를 하느라 분주하고 즐겁다. 생산적인 미래를 이야기해도 모자랄 지금 같은 저성장기에 잘못된 관계로 인해 갈등하는 사람들의 뒷담화로 머릿속이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이다. 

 

우리가 당장 소매를 걷고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제대로 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것은 조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리더만의 과제가 아니다. 팔로어가 공감하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서로가 행복해지고 생산성을 높이는 관계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조직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조직의 핵심인 70년대생과 90년대생이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그 조직의 미래도 밝을 것이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2021년까지 총 신고 건수는 1만 5000건에 가깝다. 매년 10% 이상 증가했는데 2021년엔 6763건을 기록했다. 재택근무가 2년 이상 지속되었는데도 말이다. 물론 천만이나 되는 직장인 가운데 7000건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아직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동 걸리지 않은 상황일 수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고 다시 한 공간에 조직원들이 모인 지금, 갈등은 건기의 ‘대형 산불’처럼 번질 수도 있다. 재택근무 기간에 리더십이 향상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데믹 이후 갈등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직장갑질 119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을 통해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29.6%로 올 3월보다 6%나 높았다.

 

앞으로 이 칼럼에서는 세대별로 관계를 잘 만들어 갈 방법을 들려줄 계획이다. 리더와 팔로어 모두 조직생활을 조금 더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안을 제시하려 한다. 이를 통해 70년대생 선배들이 덜 울게 되고 90년대생 후배들이 멋진 파트너가 되는 조직의 미래를 꿈꿔본다. 우리 모두가 아직 ‘조정 기간’임을 잊지 말자. 

 

필자 박중근은 조직 관리 전문가로 2018년 캠프코리아를 설립해 기업 교육 및 코칭을 하고 있​다. 나이키코리아, 한국코카콜라, 아디다스코리아에서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하고 닥터마틴 한국 지사장을 역임했다. 부산외대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비즈니스 기획,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70년대생이 운다’ ‘오직 90년대생을 위한 이기적인 팀장 사용 설명서’가 있다.

박중근 캠프코리아 대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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