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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불광동 혁신파크에 세대 공존형 아파트 건설? 주민들은 "인프라 확충부터"

시립대 유치 진행되다 오세훈 재선 뒤 '싱가포르 구상' 깜짝 발표…은평구 반발 "경제 클러스터 조성"

2022.10.27(Thu) 16:22:23

[비즈한국] 서울시가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거주단지를 조성한다. ‘아이-부모-조부모’가 근거리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부지에 ​서울시립대 유치 등 인프라 개선을 추진하던 은평구청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혁신파크는 사회혁신활동 단체·기업을 지원하는 허브를 목표로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인 2015년 개장했다. 하지만 운영·관리부터 정체성 퇴색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새로운 활용 방법을 모색 중이다. 주민들은 베드타운인 은평구에서 개발 가능한 대규모 부지에 추가로 아파트나 주택단지를 짓는 것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서울시 정책 실험지의 전철을 다시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서울시가 서울혁신파크에 ‘세대 공존형 거주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수립하자 은평구청이 즉각 이견을 나타냈다. 서울시 은평구 불광역 인근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사진=강은경 기자

 

#서울시는 싱가포르 본뜬 직주 근접 실버타운 조성 의지

 

서울시는 현재 ‘서북권 신생활경제거점 조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서울혁신파크 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서울시가 용역을 맡긴 ‘혁신파크 부지 활용 기본 계획과 타당성 조사’를 보면 이 부지에 △융합형 공공 지원시설 △민간주도 핵심시설 △청년창업 기반 △문화·복지교육시설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고 박원순 전 시장의 계획을 한 차례 뒤집은 뒤 나온 전략이다. 2015년 은평구 불광역 인근 옛 질병관리본부 부지를 매입해 1단계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 사업을 마무리한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취임 직전까지만 해도 2단계 민자사업 착수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지난해 선거 유세 기간에 2단계 사업을 진행하는 대신 서북권 발전을 위한 경제문화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방향을 틀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있던 때보다 상권이 침체됐다는 평가에 공감한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싱가포르의 노인 특화 공공주택에서 착안해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3세대가 함께 생활하는 거주단지를 실험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캄풍 애드미럴티를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서울시 제공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주택단지를 짓는 방안이 나왔다. 오 시장이 지난 7월 30일 민선 8기 해외 첫 출장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한 뒤 이 부지에 ‘세대 공존형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서울시는 ‘골드빌리지(가칭)’ 시범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오 시장이 직접 찾은 싱가포르 실버타운 ‘캄풍 애드미럴티’를 본뜬 형태다. 도시 외곽에 있는 기존 실버타운과 달리 역세권 공공주택 한가운데 지어져 노년층 부모와 기혼 자녀가 가까이서 생활할 수 있는 세대 통합 단지다.

 

오 시장은 “부지가 꽤 넓고 복합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그 공간을 활용해 실험해보려 한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서울주택공사(SH)를 통해 앞으로는 재건축 임대 주택 단지에 이런 개념을 적용할 계획”이라며 이 같은 내용의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꺼내들었다.

 

#은평 주민들은 편의시설이나 대학 들어오길 바라

 

은평구청은 즉각 반발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오 시장의 깜짝 발표 다음날 “그간 서울시와 함께 검토한 계획안처럼 신경제 성장 동력 클러스터로 조성돼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복수의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지에서 세대 공존형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사전에 구청과 충분히 협의되지 않은 내용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통해 “주택을 포함한 상업·문화 콤플렉스로 조성하기 위해 복합개발 계획을 수립 중이며 고밀개발을 통해 신경제 거점으로 조성하는 계획은 변함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민간분양과 공공임대를 포함해 총 1000여 세대를 공급하는 기존 계획 내에서 소화 가능한 규모라는 설명이다.

 

서울혁신파크는​ 올 6월 기준​ 건물 17곳 중 3곳이 폐쇄 상태로 부지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약 11만 ㎡​에 달하는 대규모 부지의 활용 방안을 새롭게 세우고 있다. 사진=서울혁신파크 제공

 

하지만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약 11만 ㎡ 부지 안에 거주단지와 어린이집·노인시설, 규모가 큰 상업시설이나 대학 캠퍼스가 공존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다. 구청은 은평구가 재정자립도가 낮고 대형 컨벤션 센터와 같은 경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유일하게 대규모 상업개발이 가능한 서울혁신파크 부지가 강북 균형발전을 위한 곳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한다.

 

은평구는 재정자립도가 ​서울시 ​25개 구 중 23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공무원 급여도 중앙정부에 의존한다. 그동안 서울시와 은평구가 서울혁신파크를 통해 기업 유입이나 소비문화 발전을 꾀해 중장기적으로 관내 세입 개선을 기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민들은 상업, 문화 인프라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혁신파크 인근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변변한 쇼핑몰 하나 없다. 그나마 고양 스타필드가 생겨서 좀 나아졌지만 은평구 안에서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마트나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불광역 인근에서 30년째 거주한다고 밝힌 한 주민은 “질병관리본부가 나간 후 대학이나 기업이 들어오면 상권이 좋아지겠다며 주민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라며 “​주택·아파트 밀집 문제를 겪는 동네인데 여유 부지에 또 거주단지를 짓겠다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파크 부지 내 야외 공간. 사진=서울혁신센터 제공

 

상업 시설보다는 지역 발전과 젊은 인구 유입을 위해 본래 계획했던 2단계 사업대로 서울시립대 캠퍼스를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청주시로 이전한 후 서울시립대 제2캠퍼스 유치가 10년 넘게 거론된 만큼 추진 여건도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학 쪽에서도 고위급 인사들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의지를 적극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대학 이전 안을 폐기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혁신파크 부지에 거주단지 및 부대시설과 산업 시설, 대학 캠퍼스를 모두 구축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서울혁신파크는 역세권에 위치한 넓은 평지라는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다”며 “학생과 학교행정은 힘들어지는데 파급효과는 제한적인 제2캠퍼스를 두는 방안보다는 스타트업 등 일자리 시설과 복합 개발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선 서울시 관계자는 “낙후된 서북권을 중심으로 기업 시설 유치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된 정책이다. 기존 취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임대주택을 늘리는 게 목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혁신파크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는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 관계자는 부지 활용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외 발표 전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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