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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혁명 'XBRL' 연내 도입에 기업들 비상…공시 지연 속출하나

국제 표준 식별 코드 부여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미리 준비한 회계법인들 시장 선점 나서

2023.03.28(Tue) 18:15:35

[비즈한국] 올해 중 재무제표 본문과 주석 공시에 확대 적용되는 국제표준 전산 언어(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 방식을 두고 업계 내부에서 혼선이 커지고 있다. XBRL은 회계 투명성 관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간 비금융업 상장사의 재무제표 본문에만 활용됐던 이 방식은 기업 자산 규모별로 연내 도입을 앞두고 있다. 대기업 집단처럼 몸집이 큰 회사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해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사전 교육 등 충분한 안내 없이 의무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빠듯한 시간 안에 시스템 숙지부터 시작해 공시 업무에 적용해야 하는 탓에 공시 지연 사례가 속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이 연내 XBRL 확대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업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주석에 ​바코드​ 붙여 재무 분석 용이하게 개선

 

XBRL은 재무제표 상 각 계정과목의 수치와 항목에 일종의 ‘바코드’를 부여한 언어를 말한다. 기업 재무 정보의 생성과 보고, 분석 등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매출, 영업이익 등의 계정과목에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식별 코드를 부여하는 개념이다. 이 경우 각 기업이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도 데이터를 연동해 수치를 바로 비교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비금융업 상장사의 재무제표 본문만 XBRL 데이터로 개방돼 있었다. 주석이나 금융업 기업 재무제표를 활용한 재무 분석에는 한계가 존재했던 것. 특히 재무제표의 중요 사항이 기재된 주석 공시는 형식이 세부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기업마다 사용하는 표현이나 공개하는 정보 범위가 제각각이었다. 이는 해외 투자시장에서 한국의 회계 투명성이 저평가되는 요인이기도 했다. 주석에까지 XBRL을 적용한 경험을 가진 국내 기업은 미국에 상장돼 있는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SK텔레콤 등 8개 기업뿐이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재무제표는 표 형식으로 상당히 정형화돼 있지만 주석은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비슷한 회사 몇 개만 놓고 비교해 봐도 양식이 많이 다르다”며 “표준화 작업을 위한 체계 구축까지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십 수 년간 XBRL 방식을 정착시키려는 작업을 지속해 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3월 9일 공시와 회계 유관기관, 학계, 회계법인, 금융협회 등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재무공시 선진화 추진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킨 데 이어 오는 2~4분기 단계적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회계사에겐 새 시장…‘준비 미흡’ 외주 고민하는 기업들

​​

XBRL 의무 적용이 현실화되면서 금감원의 업무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각 기업이 표준형식에 맞게 작성·제출할 수 있도록 XBRL 작성기를 개선, 관련 공시시스템을 확보했고 지난해 4분기에는 해외거래소 상장사나 국내 주요 상장사를 대상으로 1차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적용 대상 기업 기준 등을 담은 플랜도 곧 발표된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하지만 기업 재무 일선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XBRL 주석 공시 적용’에 대한 충분한 안내나 지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규모나 인력 등을 고려해 가장 먼저 의무화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는 대기업에서 특히 혼선이 빚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 재무 담당자는 “현재의 공시 일정도 빠듯하게 진행이 되는데 XBRL용 작업이 추가된다면 공시 목표일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연내 도입을 추진하는 것 치고는 실무자 입장에서 제대로 된 안내나 교육 자료를 받지 못한 상태다. 아무리 계도 기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 3~6개월 안에 교육을 듣고 시스템에 적응해 업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10~12월에 시도된 1차 시범 가동의 결과도 윤곽이 잡히면서 우려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41개 기업이 교육을 들었고 그중 일부가 시범 공시에 참여했다. 이 기업들은 21년도 사업보고서를 샘플로 재무제표 본문과 주석 공시를 테스트했는데, 비금융 업종에 해당하는 소수 기업만이 주석 표준화율까지 반영된 단계로 완성한 것으로 확인된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작성한 사업 보고서 내역과 확정된 재무제표 본문 및 주석(DRT 변환 파일), XBRL파일을 모두 제출한 기업이 소수일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지출 기업도 작성 테스트에는 참여해 대상 기업들 대부분은 시뮬레이션을 해 봤다”며 “2차 시범 가동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인력 문제가 거론된다. 확대 적용에 따라 기업들에 추가 업무 부담이 예고돼 있지만, 사내에 XBRL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인력을 확보한 경우도 드문 데다 신규 채용을 한다고 해도 기존 인력과 마찬가지로 교육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XBRL 방식 의무화를 앞두고 일찍부터 서비스 체계를 다져온 회계 법인들이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추가 공시 작업부터 인력 부담 등을 짊어져야 하는 대기업 고객사에 대해 본격 영업에 나선 것. 앞서의 기업 재무 담당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추가 고용보다는 기존 인력에게 업무를 부여하거나 외부 법인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면서 “XBRL 시스템을 외주화 할 경우 예산 압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제도 순차 도입과 함께 2차 시범 가동을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3월 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플랜이 공개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의무화 과정에서 실무자들에게 충분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의회 등과 함께 실제 의무화 전에 상장사들에 제출인 교육 등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XBRL 본부 관계자는 “‘디테일 공시’라는 말처럼 첫 해에는 기업들에게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관련 교육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범준 교수는 “XBRL 방식을 활용하면 데이터를 활용하기 쉽고 수평 비교가 가능해 정보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다만 한국에 많이 알려진 기술 방식이 아니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발생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큰 상장사는 일정 부분 대비를 하고 있겠지만 (단계적 확대 시) 중소 상장사의 경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의무화 초기에는 처벌보다는 지원과 교육 등 계도 위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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