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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 신통기획 가는 창신동, 주민참여단서 갈등 또 불거질라

구청마다 구성 요건 제각각, 재개발 찬반 입장도 엇갈려…지자체 "다양한 의견 수렴 필요"

2023.05.12(Fri) 11:17:14

[비즈한국] 서울의 1호 도시재생지라는 이름을 내려놓고 신통기획으로 선회한 창신동에서 주민참여단 구성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주민참여단은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반영한다는 취지로 운영된다. 지난해 초부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1차 선정지에서는 이미 주민참여단이 참가해 기획안을 마련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고 최근에는 2차 지역에서도 참여단이 꾸려지고 있다. 창신동 역시 모집 단계에 들어섰는데 이를 계기로 개발 찬반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도시재생 선도 구역에서 신통기획으로 선회한 창신동에서 주민참여단 구성을 앞두고 개발 찬반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모집 전부터 실랑이…기대와 우려 엇갈려 

 

지난 4월 28일 종로구청은 창신9구역(창신동 23-606번지 일대)과 10구역(629번지 일대) 신통기획 후보지에서 활동할 주민참여단 모집을 시작했다. 종로구는 “지역 특성과 주민 의견을 반영해서 실현 가능한 정비계획을 세우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참여단은 5월 12일까지 2주간의 모집기간을 거쳐 구역당 10~15명 규모로 짜여진다. 공모일 기준으로 구역 내에 토지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면 지원할 수 있다. 

선정방식을 살펴보면 1차적으로 정량 요소로 지원자를 거르고 이후 다면 평가를 진행한다. 거주·소유기간, 추천인 수(5명 이상 시 만점), 주민 대표활동 여부 등으로 모집인원의 2배수를 선별한 다음 고득점자를 우선 선정하는 게 원칙이지만, 다양한 주민의견 수렴을 위해 연령, 건축물 용도, 재개발 찬반의견 등을 종합해 최종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종로구는 신청인원이 부족할 경우 관할 주민센터 추천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곳은 개발 여부나 방식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라 소유주들의 참가 열의가 높다. 5월 11일 현재, 최대 모집인원인 15명보다 많은 주민이 참가 신청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참여단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앞선 다른 구역들처럼 원활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10구역에 위치한 주택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는 주민 A 씨는 “이번에도 (개발이) 엎어지지 않겠나. 큰 기대는 없다. 모여서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어도 각자 자기 말만 하기 바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B 씨도 “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신청하고도 선정되지 않는다면 그것대로 문제가 될 거고, 이견 있는 사람들이 여러 명 포함될 경우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했다. 반면 주민 C 씨는 “신통기획으로 가기로 결정했으니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주민 편의를 위해 설치된 공중화장실. 사진=강은경 기자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도시재생 폐지와 신통기획 공모를 주도한 추진준비위원회와 개발 반대파,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일부 주민들이 주민참여단 활동을 계기로 충돌할 여지가 큰 상황이다. 하소현 창신9구역 재개발 추진준비위원장은 “참여단에 들어가서 재개발 사업을 막거나 주도권을 가지고 가려는 움직임이 있다.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비계획안을 만들기 위해 주민 의견을 듣겠다는 주민참여단 운영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개발을 저지할 마지막 기회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구청마다 각기 다른 해석…지자체 “다양한 입장 반영해야”

 

2021년 12월 말에 최종 대상지로 선정된 1차 구역들은 지난해 개략계획안을 마련하고 신통기획안을 수립하는 현재까지도 큰 문제없이 주민참여단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참여단 모집 단계부터 갈등이 터져 나온 창신동과는 대비된다.

 

풍납토성 주변 높이 규제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던 천호A1-2구역은 지난 4월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되면서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재개발 이후 예상 조감도. 사진=서울시


강동구 천호A1-2구역은 지난해 주민참여단을 구성해 현재는 지구지정을 위한 동의서를 걷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참여단 참가 하에 구청과 임시 추진위가 사업 방향을 논의하고 주민설명회 등을 병행했다. 신속통합 추진위 측은 “구청 안내에 따라 추진위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며 참여단의 역할은 사업 계획 등을 확인·검토하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1차 사업지 추진위 관계자는 “주민 참여단을 모시고 진행한 1차 회의에서 참여단은 계획과 방향을 모니터링했다. 이후 동일한 계획안으로 주민 설명회를 가졌다. 주민참여단은 관련 교육을 이수하지만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다양한 피드백은 어렵다. 사실 큰 문제 사항이 없다면 계획안을 변경하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 설명회의 사전 작업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주민참여단은 구체적인 계획 설계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명목상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기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신통기획 후보지가 된 창신동의 경우는 다르다. 뉴타운 후보지에서 지정 해제 1호가 되고, 이어 박원순 시장 체제에서 도시재생 선도 구역이었다가 다시 오세훈 시장의 신통기획 대상지가 된 창신동의 복잡한 역사가 갈등의 단초가 됐다. 아직 도시재생 폐지를 비판하며 개발 반대를 원하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정식 추진위 승인이나 조합 설립 인가 전 사업을 주도하려고 나선 소유주들도 있다. 

 

창신동 일대 9구역과 10구역은 지난해 말 서울시 신통기획 재개발 2차 후보지로 추가 선정됐다. ​창신9구역은 약 35%, 창신10구역은 약 42%의 동의율을 확보한 상태다. 공모 요건(30%)은 넘겼지만 사업 진행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66.7%)에는 모자라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진통이 예고됐다.​ ​ 

 

지난해 3월 오세훈 시장의 종로구 창신동 현장점검 당시 신통기획 찬반 주민들이 대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민참여단 구성 방식이나 운영과 관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각 구청마다 공고를 통해 밝히고 있는 모집대상이나 선정 방법, 활동 사항 등이 제각각이다. 성동구청은 마장동 382번지 주민참여단 모집대상을 “재개발을 원하는 만 19세 이상의 토지 등 소유자”로 한정했고 총 12명의 정원 중 모집인원 외 4명은 민간재개발 후보지 공모 신청 대표자와 대토지 소유주인 한양학원, (주)우연산업개발, 홍익교회 등으로 지정했다. 4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총 네 구간으로 나눠 각 연령대에 남녀 두 명씩 선정 인원을 정해놓고, 경합이 발생할 경우 이 일대에서 더 오래 거주했던 순서대로 선정한다는 기준도 공표했다. 

 

서울시는 각 구청 ‘토지 등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전제하에 구청 재량에 따라 재개발 찬반 비율을 정하라는 정도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관할 구청이 지역 상황에 맞게 구성 요건 등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다양한 입장을 가진 주민참여단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신통기획 방식을 통한 재개발이 확정된 게 아니고 후보지 상태이기 때문에 재개발을 할지 말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종로구청 역시 다양한 갈등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창신동의 경우 이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구청으로서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주민을 선별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거주 기간, 소유 기간을 들여다볼 것이고 주민대표 활동 여부나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얼마나 추천했는지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찬반 입장의 주민들을 어느 쪽이든 배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재개발 사업지에서 자주 발생하는 갈등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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