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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백브리핑⑤] 미·중 주도 AI 기술 전쟁, 약소국은 낄 자리도 없다

한국도 아직 갈 길 멀어…누가 패권 쥐느냐에 따라 국제질서 재편 가능성

2023.06.23(Fri) 16:22:30

[비즈한국]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바람이 거세다. 먼 미래에나 볼 줄 알았던 창의적인 AI가 우리 곁에 다가오자 전 세계가 들썩였다. 생성형 AI는 기술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지만 동시에 혼란도 불러일으켰다. 갑자기 이뤄진 기술의 진보를 제도와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윤리, 제도,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마찰음이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AI의 발전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춰야 한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AI 백브리핑’에선 고도화를 이룬 AI가 가져올 ‘멋진 신세계’ 이면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선진국 간에 AI 기술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패권을 잡은 쪽에 후발주자 국가들은 영향을 받게 된다. 사진은 5월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선보인 AI 장비. 사진=연합뉴스


최근 몇 년 사이 눈부시게 발전한 AI 기술이 미래의 핵심 동력이자 사회·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열쇠로 여겨지면서 주요 국가들은 AI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TTP),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지난 2월 발간한 ‘과학기술 & ICT 정책·기술 동향’ 보고서에서 “주요국은 AI 기술을 국가안보와 사회경제 시스템의 필수 기술로 인식하면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AI 기술력의 선두엔 선 건 미국으로, 중국이 그 뒤를 무서운 기세로 쫓고 있다.

 

ITTP가 실시한 ‘ICT 기술 수준 조사’에서도 2021년 기준 세계 최고의 AI 기술을 가진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으로 쳤을 때 중국은 93.3, 유럽은 92.9, 일본은 89.1, 한국은 86.9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서 기술 수준이란 기술개발의 단계별(기초·응용·사업화) 평가와 종합적 평가가 들어간 총체적인 수준을 의미한다. 중국은 2016년 71.8에 그쳤지만 5년 사이 빠르게 향상했다.

 

AI 기술 경쟁의 치열함을 보여주는 지표도 있다. 최고 기술국(미국)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데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을 나타내는 기술격차 추이는 미국(0)을 기준으로 중국은 0.8년, 유럽 1.0년, 일본 1.3년, 한국 1.5년으로 국가 간 차이가 크지 않다. 특히 미-중의 격차는 1년도 되지 않는다. 2016년에 2.3년이었던 걸 감안하면, 현 시점에선 기술격차가 더 줄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AI 기술 패권은 미국-중국-유럽이 주축이 돼 경쟁하는 구도다. 한국도 빠르게 따라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봉강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AI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AI 기술 패권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차세대 AI 시대가 다가오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한다”라면서도 “반드시 암울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AI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2022년 9월 과기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에서 △AI △AI 반도체 △5·6세대 이동통신 △양자 △확장가상세계 △사이버보안 6대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비전을 세웠다. AI의 경우 차세대 원천 기술 개발에 3018억 원을 투자하고, 슈퍼컴퓨터와 초거대 AI를 활용한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영역에서도 기업이 ‘데이터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네이버, 카카오, SKT, KT 등 국내 IT·통신 대기업은 초거대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처럼 기술력이 있는 국가는 패권 전쟁에서 전략을 세울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이나 저소득국가 등 기술 개발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는 전략을 세우는 것조차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주요국에서 AI 기술 패권 전쟁이 치열한 이유는 AI 기술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세계 경제 패권을 잡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성능 AI 기술은 범용적이어서 금융, 교육, 안보, 의료, 환경, 서비스 등 주요 산업 전반에 쓰인다. 고성능 AI를 적용한 산업이나 관련 플랫폼은 기술 주도권을 잡은 국가의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패권을 잡은 국가와 기술을 가진 기업이 AI 데이터를 차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술 제공으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AI를 개발하는 만큼 시장 독식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기술 패권 전쟁의 결과에 따라 국제 질서가 재편될 수도 있다. 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혁신전략연구팀 팀장은 ‘AI 기술 특성에서 바라본 미-중 기술 경쟁의 전개 과정’에서 “AI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이 산업의 지평을 변혁하고 국가의 위상도 결정한다. 19세기 이후 전기, 석유, 철강, 자동차, 전자 산업에서 미국이 영국을 제치고 강대국으로 부상한 것처럼 역사적으로 시대의 핵심 기술을 차지하는 국가가 세계 경제의 패권을 장악했다”라며 “최근 주목 받는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강대국, 특히 미국과 중국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AI 기술 전쟁이 결국 선진국 간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AI 기술이 국가 내, 또는 국가 간의 격차와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네스코는 세계 최초의 AI 윤리 지침인 ‘인공지능(AI) 윤리 권고’에서 이 같은 상황을 미리 경고했다. 권고에는 “어떤 국가나 사람이든 AI 기술에 공정한 접근권을 가져야 하며, 혜택과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의 보호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유네스코는 권고를 통해 “최빈개발도상국, 내륙개발도상국, 군소도서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중·저소득국가도 역량이 있지만 AI 윤리 논의에서 발언권이 미약하다. 공정성을 무시한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라며 “이들 국가가 AI 발전과 지식에 공평하게 접근하고 이익을 나눌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회원국에 “중·저소득국가의 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국제적 협력 차원에서 개발에 사용되는 AI 플랫폼을 제공하도록 노력하라”며 “인프라·인적자원·규제가 부족한 중·저소득국가가 시장 지배의 남용 가능성에 취약한 만큼, 불평등 예방에서 이들 국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국가 간 AI 기술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 개발력이 부족한 국가는 대응조차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박강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혁신전략연구팀 선임연구원은 “AI 분야에서 미-중 간 기술 개발과 활용, 표준과 규범 수립의 경쟁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한쪽이 기술 패권을 잡으면 경쟁 밖의 국가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예를 들어 미-중 패권 갈등으로 인해 미국이 중국 AI 기업을 제재하면, 중국 기업의 기술을 활용하는 다른 나라도 영향을 받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지금도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AI 기술 표준을 만드는 논의가 나온다. 이들이 표준을 정하면 후발주자로 AI 기술을 개발하는 국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며 “한국은 기술력이 있어 개발과 활용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인프라나 자원이 부족한 저소득국가에서는 전략의 선택지 자체가 적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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