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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임스 웹에만 찍힌 UFO가 있다?

허블에는 포착되지 않은 초기 우주의 '새빨갛고 평평한 천체' 관측

2023.08.21(Mon) 09:48:24

[비즈한국]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UFO도 찍을 수 있나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우주로 올라가던 당시 굉장히 재밌는 질문을 받았다. 지구에 찾아올 만큼 문명이 발전한 외계인이 존재하는가를 떠나서, 지구 바깥 우주를 관측하는 제임스 웹으로 지구 대기권 근처를 비행하는 미확인 물체를 포착할 수 있겠는가. 그 질문을 받고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동안 어떤 관측에서도 포착된 적 없는 UFO가 제임스 웹 사진에서 발견된 것이다.

 

물론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은 아니다. 천문학자들이 제임스 웹으로 발견한 UFO는 Ultra-red Flattened Objects, 아주 시뻘건 평평한 천체다. 말장난이라고? 너무 실망하지 마시길. 미확인 비행 물체인 UFO보다 이번 제임스 웹이 발견한 ‘찐’ UFO가 훨씬 더 신기한 존재일 수도 있을 테니까!

 

제임스 웹 사진에서만 보이는 수상한 천체 UFO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금 우주를 채운 다양한 은하들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선 먼 우주에서부터 은하의 모습을 확인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100억 년, 200억 년 전의 은하들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지금의 은하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야 한다. 아주 먼 옛날에 찍은 서울 풍경부터 비교적 최근에 촬영한 서울 풍경까지, 사진을 쭉 비교해야 서울이란 도시가 어떻게 변했고 사람들의 생활 풍경과 외모가 어떻게 변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허블을 비롯해 여러 망원경이 조금씩 더 먼 우주의 끝을 향해 관측 범위를 넓혀왔다. 하지만 여전히 빅뱅 이후 30억 년에 달하는 초기의 역사는 어둠 속에 숨어 있었다. 제임스 웹은 그 미지의 영역에서 희미한 빛을 담기 시작했다. 그간 확인조차 할 수 없었던 우주의 아주 어린 시절, 갓 태어난 은하들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는지를 제임스 웹 덕분에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단순히 이론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했던 우주의 어린 시절, 앨범의 빈 페이지에 드디어 실제 사진을 끼워넣고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초기 우주의 어린 은하들은 별의 재료가 되는 먼지가 가득했다. 시간이 지나고 은하가 나이를 먹으면서 먼지를 모아 별을 만들게 된다. 실제로 지금 우주에서도 나이가 많고 덩치 큰 은하들은 먼지가 훨씬 적다. 그런데 은하 안에 먼지가 많다면 관측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먼지 구름 자체가 은하의 빛을 더 많이 흡수하고 더 긴 파장의 적외선으로 재방출한다. 아직 먼지가 가시지 않은 어린 은하일수록 더 붉은 긴 파장의 적외선에서 희미하게 보이게 된다. 이런 은하들은 허블 망원경으로도 관측하기 어렵다. 허블은 파장이 더 긴 가시광선과 근자외선으로만 우주를 보기 때문이다. 

 

반면 적외선으로 우주를 보는 제임스 웹은 이들을 찾아낼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먼지로 자욱한 초기 은하를 포착하기 위해 제임스 웹의 NIRCam으로 앞서 허블 망원경이 관측했던 하늘을 다시 살펴봤다. 제임스 웹으로 초기 우주의 광활한 영역을 훑어보는 CEERS(Cosmic Evolution Early Release Science) 관측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앞서 허블이 관측한 CANDELS(Cosmic Assembly Near-infrared Deep Extragalactic Legacy Survey)와 동일한 영역을 다시 관측했다. CEERS는 허블 울트라 딥 필드의 더 깊은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그 첫 번째 관측 데이터가 발표됐다. 

 

CEERS 프로젝트로 관측한 하늘의 일부 영역. 사진=NASA, ESA, CSA, Steve Finkelstein(UT Austin), Micaela Bagley(UT Austin), Rebecca Larson(UT Austin)​


제임스 웹은 북쪽 하늘 큰곰자리와 목동자리 사이 하늘을 길게 훑어봤다. 이곳은 2004년에서 2005년까지 허블 망원경으로 관측한 영역이다. 제임스 웹은 이 작은 하늘에서 총 10만 개가 넘는 은하를 확인했다. 그 중에는 CEERS 관측으로 발견한 가장 먼 은하 ‘메이시의 은하’가 있다. 

 

메이시의 은하는 지금으로부터 약 134억 년 전, 빅뱅 이후 우주의 나이가 겨우 3억 9000만 년밖에 되지 않을 때의 모습을 간직한 우주 끝자락에 놓여 있다. 제임스 웹이 깨트린 새로운 기록이다. 메이시라는 이름은 CEERS 팀을 이끈 천문학자 스티븐 핀켈스테인의 딸 이름이다. 그는 딸의 아홉 번째 생일을 기념해 역사상 인류가 관측한 가장 머나먼 우주 끝자락에 딸의 이름을 새겨주었다. 천문학자인 아빠가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이다. 

 

CEERS 관측으로 지금까지 파악된 가장 먼 은하 ‘메이시의 은하’. 사진=NASA/STScI/CEERS/TACC/S. Finkelstein/M. Bagley/Z. Levay.

 

천문학자들은 CEERS 이미지에서 더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가시광이나 근자외선으로 봤을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자리에서, 제임스 웹의 눈으로만 보이는 무언가가 있다! 4.4μm보다 파장이 더 긴 적외선 빛에서만 밝게 무언가가 빛났다. 천문학자들은 허블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허블-다크(Hubble-dark)’ 은하 26개를 새롭게 포착했다. 모두 지금으로부터 약 100억 년 전, 우주의 나이가 빅뱅 이후 10억~30억 년 정도 지났을 때 존재한 초기 은하들이다. 

 

허블-다크 은하 중 12개는 특히 흥미롭다. 모양이 단순히 동그란 얼룩이 아니다. 옆으로 길게 찌그러진 평평한 원반의 모습이 또렷하다. 모두 거의 옆으로 누운 방향을 보이는 원반 은하들이다. 100억 년 전부터 이미 초기 우주에 납작한 원반 은하들이 드물지 않게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허블 이미지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왼쪽), 제임스 웹으로 보니 아주 붉게 보이는 천체가 나타난다(오른쪽).

 

특히 이상한 건 은하가 빨개도 너무 빨갛다는 것이다. 그것도 통째로. 보통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납작한 원반 은하들은 중심부에서 외곽으로 가면서 밝기와 색깔이 크게 달라진다. 대부분 은하 중심부에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붉고 노란 별들이 많이 분포한다. 은하 외곽 원반 바깥으로 가면서 새롭게 태어난 뜨겁고 푸른 어린 별들의 수가 많아진다. 그래서 원반 은하의 색깔은 은하 중심부에서 원반 바깥으로 가면서 붉은 정도가 줄어들고 푸른 정도가 늘어나는 색깔의 기울기(Color gradient)를 보인다. 

 

CEERS 관측을 통해 파악된 아주 긴 타원 모양을 한 붉은 천체, UFO들의 모습.

 

이번에 발견된 납작한 허블-다크 은하 12개는 은하 중심부에서 외곽까지 색깔의 변화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은하 중심부이든, 외곽이든 통째로 다 붉다. 천문학자들은 이 은하들이 너무나 많은 먼지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라 추정한다. 이제 막 탄생한 어린 은하여서 본격적인 별 탄생이 시작되기 이전이다. 별이 될 먼지 구름 재료들이 은하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래서 은하의 빛은 중심부이든, 원반 외곽이든 상관없이 모두 다 긴 파장의 붉은 적외선 쪽으로 치우쳐 보이게 된다. 비슷한 거리에 있는 다른 평범한 은하들과 비교해보면, 이들이 얼마나 선명하게 더 붉게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12개의 붉은 은하 대부분은 원반이 누워 있는 방향으로 관측된다. 그래서 원반 속 별 먼지에 의한 소광 효과가 더 극단적으로 벌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100억 년 전 머나먼 우주에서 새롭게 발견된, 빨개도 너무 빨간 평평한 원반 은하들을 ‘아주 붉고 평평한 천체’라는 뜻에서 UFO(Ultra-red Flatten Objects)라고 부른다. 천문학자답지 않게 꽤 유쾌한 네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누군가 내게 “천문학자니까 UFO 이야기해주세요!”라고 묻는다면, 그가 기대하지 않았을 우주 끝자락 붉고 희미한 천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미확인 비행 물체, 외계인보다 더 천문학적으로 가치 있는 초기 우주의 비밀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c1e1

https://aasnova.org/2023/05/24/red-galaxies-at-night-astronomers-delight-a-look-at-the-hubble-dark-universe/

https://iopscience.iop.org/collections/apjl-230504-220_Focus-on-CEERS-JWST-Survey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966e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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