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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전자기파, 뉴트리노, 중력파까지…새로운 천문학이 열린다

아주 가벼운 입자 '뉴트리노' 이용해 우리 은하 관측, 새로운 '우주 지도' 탄생

2023.09.25(Mon) 10:55:05

[비즈한국] 아래 사진은 아주 특별하다. 사진에 찍힌 주인공은 태양이다. 그런데 낮이 아닌 밤에 찍은 사진이다. 태양이 땅 밑으로 저문 밤에 찍은 태양의 모습이라니, 어떻게 밤에 지구에서 태양을 찍을 수 있을까?

 

사진=Kamioka Observatory/ICRR/Univ. of Tokyo


태양에서 날아오는 ‘뉴트리노’를 찍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지하 깊은 곳의 거대한 수조에 검출기를 빽빽하게 설치하고 뉴트리노를 기다리는 슈퍼-카미오칸데 검출기로 찍었다. 

 

뉴트리노는 아주 가벼운 입자로 알려져 있다. 어지간한 물체는 그대로 통과한다. 그래서 검출도 굉장히 까다롭다. 아주 드물게 검출기를 건드릴 때 그 흔적을 모으고 모아서 뉴트리노의 존재를 파악한다. 뉴트리노에게는 지구도 사실상 투명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 덕분에 물리학자들은 태양이 땅 밑으로 저문 이후에도 태양에서 날아온 뉴트리노를 포착할 수 있다. 

 

이처럼 뉴트리노는 어지간한 건 그대로 뚫고 날아오는 아주 가벼운 입자다. 이를 잘 써먹을 수만 있다면 우리 은하 원반 속 짙은 먼지 구름처럼 관측을 방해하는 수많은 방해 요소를 무시하고 머나먼 우주의 진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뉴트리노를 감지하는 것 자체도 아주 어렵다. 그동안 우리는 가시광, 전파,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 온갖 전자기파로 은하수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왔다. 그렇다면 뉴트리노로 바라본 은하수의 모습은 어떨까? 

 

최근 남극에 설치한 거대 뉴트리노 검출기를 이용해 완성된 우리 은하수의 첫 뉴트리노 지도가 공개되었다! 기존의 전자기파를 넘어서, 뉴트리노만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종류의 뉴트리노 천문학이 시작되는 순간을 소개한다. 

 

뉴트리노, 중력파라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 은하수의 모습을 공개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뉴트리노가 우리 몸을 통과하고 있다. 겨우 1초 만에 눈동자만큼의 면적을 수십억~수백억 개의 뉴트리노가 통과한다. 그런데도 눈동자는 전혀 따갑지 않다.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 워낙 가벼운 입자여서 모든 걸 뚫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지구에 오는 뉴트리노는 대부분 태양에서 날아온다. 천만 도를 넘는 태양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벌어질 때 수많은 뉴트리노가 튀어나온다. 또 지상에 도달하는 뉴트리노 중 상당 부분은 더 먼 우주에서 날아온 방사선, 우주선(線)이 지구 대기권을 때릴 때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런 우주선은 아주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 또는 은하 중심의 블랙홀 주변에서 가속된 입자들이 이런 우주선의 정체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구 대기 입자를 때리며 뉴트리노를 만들어내는 이 강력한 우주선의 기원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저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수많은 우주선이 사방에서 쏟아진다는 것만 알 뿐이다. 그렇다면 이 우주선들의 기원을 알 방법은 아예 없을까? 

 

이를 생각해보려면 우선 뉴트리노 천문학이 왜 최근까지도 큰 발전 없이 정체 상태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첫 번째 문제는 뉴트리노 검출 자체가 너무 까다롭다. 어지간한 건 다 통과하는 덕분에 무언가 시야를 막고 있어도 그 너머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검출기도 대부분 통과해버리기 때문에 애초에 검출 자체도 굉장히 어렵다. 밀도가 낮은 대기 중에선 정말 투명한 존재다. 그나마 밀도가 높은 물속이나 얼음 속이라면 뉴트리노 검출의 가능성을 찔끔 높일 수 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일본의 지하 수 km 깊이에 아주 거대한 탱크를 만들고 물을 가득 채운 검출기를 만들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슈퍼 카미오칸데 검출기다. 

 

지하 깊은 곳에서 뉴트리노의 흔적을 찾는 슈퍼 카미오칸데 검출기. 사진=Kamioka Observatory/ICRR/Univ. of Tokyo


아주 가끔 수십 억분의 1의 확률로 뉴트리노가 탱크 속의 물 분자를 때리고 전자가 튀어나올 수 있다. 이때 전자는 아주 빠른 속도로 튀어나온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물속에서 벌어진다는 점이다. 물속에서는 진공에 비해 빛의 속도가 조금 더 느려진다. 그래서 물속에서는 빠르게 튀어나온 전자가 물속의 빛의 속도보다 더 빨라지는 것이 가능하다.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소닉붐이 생기듯이, 물속에서 전자가 빛보다 빠르게 날아갈 때 일종의 빛 버전의 소닉붐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푸른 섬광이 새어나온다. 이를 체렌코프 복사라고도 부른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물에 잠겨 있는 원자로가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것도 같은 원리다.) 이 푸른빛을 감지하면 물 분자를 때린 뉴트리노가 얼마나 강한 에너지를 머금고 있었는지, 대략 어느 방향에서 날아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 

 

정확히 같은 원리를 활용해 물리학자와 천문학자들은 남극에도 또 다른 뉴트리노 검출기를 만들었다. 남극의 두꺼운 얼음에 2.5km 깊이까지 동그랗고 깊은 구멍 86개를 뚫었다. 각 얼음 구멍 안에 동그란 검출기 60개를 줄줄이 집어넣었다. 긴 얼음 구멍을 따라 한 줄로 길게 매달린 검출기들은 17m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 구멍 하나당 검출기 60개씩, 86개의 얼음 구멍을 모두 채웠다. 총 5160개의 검출기가 남극의 두꺼운 얼음 밑에 숨어 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뉴트리노가 얼음 속 물분자를 때리고 아주 드물게 체렌코프 복사를 방출하는 순간, 사방의 검출기가 그 빛을 감지한다. 남극 지하에 설치한 거대한 뉴트리노 그물, 아이스큐브 검출기다. 

 

남극 얼음 아래 설치한 검출기로 뉴트리노가 남긴 빛의 흔적을 찾는다. 사진=IceCube Collaboration/US National Science Foundation


이렇게 뉴트리노를 감지하더라도 다음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먼 우주에서부터 남극의 검출기까지 우주선이 날아오는 동안 수많은 성운, 또 지구 대기권까지 통과한다. 그리고 여러 방향으로 뉴트리노가 튀어나온다. 지구 대기 입자와 부딪히는 순간 이미 원래 우주선이 갖고 있던 정보는 다 사라진다. 지구의 검출기가 포착하는 건 그저 지구 대기 중에서 새롭게 튀어나온 뉴트리노일 뿐이다. 

 

게다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뉴트리노 중에서 지구 대기 중에서 만들어진 것과 아예 먼 성운에서 직접 날아온 것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단지 검출된 체렌코프 복사의 에너지, 뉴트리노가 날아온 방향 등을 통해 그 기원을 구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천문학자들은 아주 다양한 방향과 에너지를 갖고 있는 뉴트리노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통해 검출된 뉴트리노가 정확히 어느 방향의 하늘에서 날아온 것인지를 파악해냈다. 이를 통해 무려 10년간 아이스큐브로 관측한 뉴트리노가 은하수 어디어디에서 날아왔는지 지도를 그려냈다. 총 6만 개의 뉴트리노를 검출했다. 

 

은하수 방향에서 날아온 뉴트리노들의 분포를 표현한 그림. 가시광으로 본 은하수 지도 위에 푸른색으로 뉴트리노의 분포를 함께 표현했다. 사진=IceCube Collaboration/US National Science Foundation(Lily Le and Shawn Johnson)/ESO(S. Brunier)

 

가시광, 전파, 적외선, 자외선 등 전자기파로 봐왔던 은하수 모습에 비하면 훨씬 엉성하지만 뉴트리노로 처음 완성한 은하수의 모습은 아주 놀랍다! 그리고 유독 특정한 몇몇 방향에서 더 많은 뉴트리노가 쏟아져 나온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우리 은하 정중앙을 향한 방향이다. 아마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궁수자리 A* 초거대질량 블랙홀에 의한 것으로 추정한다. 또 그 위아래로 뻗어나가는 거대한 전파 거품, 페르미 버블과도 연관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은하 원반 위 아래로 곳곳에 뉴트리노가 조금 강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는 몇몇 방향들이 있다. 다만 아직은 이 몇몇 방향에서 더 많은 뉴트리노가 날아온다는 사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다. 이곳에서 별들의 폭발이 있었던 건지, 더 먼 외부은하에서 날아온 우주선 때문인지 정확한 기원까지는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발견은 수많은 뉴트리노가 어느 방향에서 날아오고 있는지, 뉴트리노만으로 우주의 지도를 그리는 게 가능함을 보여준 놀라운 성과다. 바로 뉴트리노 천문학이 시작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비록 뉴트리노 하나하나를 감지하기까지 긴 기다림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천문학자들은 앞으로 더 거대한 검출기로 확장할 예정이다. 지금의 아이스큐브보다 무려 10배나 더 거대한 아이스큐브 Gen2를 만들 계획이다. 뉴트리노로 바라본 은하수는 아직은 뿌옇게 보이지만, 머지않아 더 선명한 뉴트리노 은하수를 보며 베일에 싸인 우주선 입자들의 진짜 기원을 거꾸로 추적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인류는 기존의 전자기파로서의 빛을 넘어 뉴트리노, 심지어 중력파까지, 전혀 다른 새로운 눈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다른 종류의 천문학을 열어가고 있다. 뉴트리노뿐 아니라 중력파 분야에서도 새로운 관측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예 지구 바깥 우주 공간에 검출기를 띄워서 더 거대한 스케일의 중력파를 감지하는 LISA(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가 있다. 정삼각형 모양으로 세 개의 검출기가 지구 궤도를 따라 편대 비행하면서 광범위한 스케일에서 중력파를 검출한다.

 

계획에 따르면 LISA는 2037년에 우주로 발사할 예정이다. 앞서 2015년 LISA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LISA 패스파인더 미션이 진행된 적이 있다. 아쉽게도 당시에는 예상보다 너무 많은 노이즈가 확인됐지만 천문학자들은 계속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최근 천문학자들은 LISA를 준비하며 중력파 검출기로 보게 될 새로운 은하수의 모습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발표했다. 

 

중력파로 은하수를 관측한다면 어떻게 보일지를 구현한 시뮬레이션 결과.

 

LISA는 기존의 LIGO보다 더 미약한 소스가 만들어내는 중력파까지 감지할 수 있다. 태양 질량 수십 배 정도의 블랙홀보다 더 가벼운 블랙홀, 또는 중성자별과 백색왜성과 같은 아주 높은 밀도로 붕괴된 천체 두 개가 함께 서로의 곁을 도는 쌍성이 만들어낸 중력파를 보게 된다. 이러한 천체들을 천문학에서는 UCB(Ultra-compact Binary)라고 한다.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우리 은하 속 약 1000개의 UCB의 분포를 중력파를 통해 감지한 결과를 재현해 보여준다.  

 

수많은 고밀도 천체가 남긴 시공간의 떨림의 흔적이 마치 조르주 쇠라의 그림처럼 은하수를 점점이 채운다. 아직은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 결과일 뿐이지만, 머지않아 실제 중력파 관측을 통해 보게 될 모습이 기대된다. 뉴트리노와 중력파, 기존의 빛이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종류의 우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참고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c9818

https://www.icecube-gen2.de/index_eng.html

https://www.quantamagazine.org/a-new-map-of-the-universe-painted-with-cosmic-neutrinos-20230629/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7-022-01762-1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3881/acd3f1

https://aasnova.org/2023/07/10/featured-image-the-milky-way-as-seen-in-gravitational-waves/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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