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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회수 위한 상장' 서울보증보험 상장 철회한 까닭

탄탄한 재무건전성·고배당성향에도 수요예측 참패…전문가 "희망공모가 산정부터 잘못돼"

2023.10.24(Tue) 17:16:46

[비즈한국] 올해 하반기 공모주 대어로 꼽혔던 서울보증보험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국내 최대 종합보증보험사로 탄탄한 재무건전성과 배당 성향을 자랑하는 이 회사는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회수 계획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아왔다. 하지만 최대주주 지분 매각에 따른 주가 하방 압력과 희망공모가에 대한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보증보험 본사 사옥 전경. 사진=서울보증보험 제공

 

서울보증보험은 23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향후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공모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5영업일간 진행된 수요예측에서는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서울보증보험 희망 공모가(3만 9500~5만 1800원) 하단보다 낮은 금액에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보증보험 측은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초과하는 등 시중금리가 상승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으로 국내외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투자활동(IR) 과정에서 밝혔던 미래성장 전략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손익 경영을 강화할 예정이며, 향후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겠다”고 밝혔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1년간 기업공개에 공을 들였다. 2022년 8월 미래에셋과 삼성증권을 기업공개(IPO) 공동 주관사로 선정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준비를 시작했다. 이후 올해 6월까지 9개월간 주관사 실사를 마치고 8월 상장예비심사 관문을 넘었다. 지난 9월에는 공모 주식과 관련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희망 공모가격은 주당 3만 9500원~5만 1800원으로, 공모 규모가 상단 기준​ 3617억 원에 달했다.

 

서울보증보험은 기업공개에 나서면서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투자 요소로 내세웠다. 이 회사 지급여력비율(K-ICS)은 올해 1분기 기준 413%로 보험업법 감독기준인 100%는 물론 국내 일반 손해보험사 평균인 207%를 상회했다. 지급여력비율은 계약자들이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회사가 제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보험회사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쓴다.

 

막강한 배당 성향도 무기로 제시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해 별도 기준 순이익(5635억 원) 절반 수준인 2826억 원을 주주들에게 결산 배당했다. 최근 5년간 순이익 대비 배당 규모는 41% 수준으로 우리나라 증권시장에 상장한 6개 손해보험사 평균(19%)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서울보증보험은 12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상장 이후 지급여력비율 등을 고려해 현 배당 성향을 유지하거나 상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구주매출 100%인 기업공개 방식은 투자 매력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번 기업공개에서 공모 예고된 주식 698만 2160주 전량은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보유분이다. 통상 주식을 새로 발행해 공모주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신주 발행’ 방식과 달리 ‘구주 매출’은 공모주 매각 대금이 회사가 아닌 기존 주주에게 유입된다. 회사가 기술 투자금나 운영자금 등을 확보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신주 발행보다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잠재적 매도물량(오버행) 부담도 흥행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보증보험 상장예정주식 중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14%(982만 주) 수준이다. 하지만 상장 규정에 따른 의무보유기간 6개월이 지나면 최대주주 예금보험공사 보유 물량 5854만 주(전체 84%)가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 앞서 공적자금위원회는 2022년 7월 공적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서울보증보험 지분 10%를 기업공개로 구주매출하고, 향후 소수 지분을 약 2~3년간 시간 외 대량매매 등으로 매각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경영권 지분(50%+1주) 매각도 함께 거론됐다. 향후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이라는 주가 하방 요인이 예고된 셈이다.

 

애초에 희망공모가 산정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서울보증보험 공모주 희망공모가격은 회사와 유사한 기업들의 평균 순자산대비주가(PBR)를 기반으로 산출됐다. 유사기업으로는 국내기업인 삼성화재(PBR 0.67), DB손해보험(0.48)과 해외기업인 코파스(Coface, 0.97), 트레플러스(Travlers, 1.68)를 선정했는데, 국내 기업과는 시장 여건이 다른 데다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해외기업이 절반 포함돼 0.95라는 평균 PBR이 산출됐다. 국내 기업만을 유사기업으로 선정했을 때 공모가격은 낮아진다는 평가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기본적으로 지난 15년간 보험업종에서 기업공개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서울보증보험은 가격 메리트가 있어야만 했다”며 “국가별 기업 저평가(디스카운트)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국내기업은 다른 국내 기업과 회사 가치를 비교해야 한다. 하지만 공모가 산출과정에서 해외기업이 포함되면서 서울보증보험 희망공모가격은 국내 타 보험사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게 됐다. 회사 성장이 아닌 공적 자금 회수라는 공모 취지가 회사 고평가와 투자자 외면을 동시에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이번 수요예측과 기업설명회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우려했던 부분을 향후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은 국내 최대 종합보증보험사다. 각종 이행보증은 물론 전세자금 대출보증, 중금리 대출보증, 휴대전화 할부보증, 신원보증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2021년 계약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원수보험료)는 2조 203억 원으로, 국제신용보증보험협회(ICISA) 회원사 원수보험료 기준 세계 4위 수준이다. 회사는 2022년 연결 기준 매출 2조 6084억 원, 영업이익 7276억 원, 순이익 5635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서울보증보험 최대주주는 지분 93.85%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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