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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동묘 구제의류 매장,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에 일본인 관광객 와글

엔저로 미국·유럽 비싸지자 가까운 한국으로 몰려…10월 중국 제치고 일본이 방한객 1위로

2023.12.04(Mon) 17:32:59

[비즈한국] “최근 일본인 손님이 크게 늘어 ‘오이시(맛있다)’, ‘​다이죠부(괜찮다)’​ 같은 일본말을 배웠다.” 서울 동대문 닭한마리골목에 자리한 식당 주인 A 씨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최근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0월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23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은 11년 만에 1~10월 누적 방한객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는 “이러한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며 서울뿐 아니라 지방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의 수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늘어난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서울 동대문 닭한마리골목 전경. 사진=김초영 기자

 

#일본, 1~10월 누적 방한객 184만 명으로 방한객 점유율 ‘1위’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10월 누적 방한객은 888만 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3.9% 늘었다. 국가별 누적 방한객을 보면 일본이 184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154만 명, 미국 91만 명, 대만 79만 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일본인 관광객이 방한객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은 2012년 이후 11년 만이다. 올해 최대 월 방한객을 기록했던 10월에도 일본이 25만 5000명으로 전체 국가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러한 흐름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BC카드가 최근 5개년 동안 국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발생한 외국인 관광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가장 많은 매출 건수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50.7%)은 올해 들어 3위(12.8%)로 하락했다. 반면 일본은 올해 2019년(13.5%)보다 오른 19.5%로 전체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 건수를 기록했다. 미국(16.6%), 중국(12.8%), 대만 (11.0%)이 뒤를 이었다.

 

최근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방문하는 주요인으로는 역대급 엔저 현상의 지속이 꼽힌다. 엔화 가치가 낮아지자 미국·유럽 등의 여행 비용이 높아져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이 매력적인 관광지로 떠오른 것이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엔저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 올 기회가 많아졌다. 최근의 케이팝(K-pop) 공연 등도 부분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묘시장, 일본인 관광객 비중 가장 높아…인근 쇼핑몰도 같이 ‘북적’

 

한국에 온 일본인 관광객은 어디를 가장 많이 갈까. 서울관광재단이 작성한 ‘서울시 주요 상권 외국인 소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관광 홍보영상(서울에디션 23)에 등장한 주요 관광지 가운데 일본인 관광객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종로구 동묘시장(15.3%)이다. 중구 남산백범공원(13.0%), 마포구 망원한강지구(9.8%), 종로구 익선동(9.7%), 강서구 서울식물원(9.4%)이 뒤를 이었다.

 

6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부터 시작되는 동묘 벼룩시장은 빈티지를 찾는 젊은이들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3일 오후 동묘 벼룩시장은 맨투맨과 아우터를 담은 비닐봉지를 양손 가득 든 일본인 관광객부터 개인 방송을 통해 방문 후기를 말하는 일본인 관광객까지 다양한 이들로 붐볐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른 채 골목에 들어섰다. 일부는 대형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다녔다.

 

한국에 온 일본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종로구 동묘 벼룩시장. 사진=김초영 기자

 

상인들은 최근 일본인 관광객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을 두고 “한국 구제가 일본 구제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상인은 “일본 구제가 알아주지 않나. 일본 구제는 가격이 비싼데 우리나라는 저렴한 편이다. 그래서 관광객뿐 아니라 도매상도 많이 찾는다”며 “일본인 관광객은 10월에 가장 많았다. 지금도 많긴 하지만 그때보다는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최근 비즈니스 목적인 바이어들이 많이 온다. 이곳과 함께 광장시장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구제시장”이라고 말했다.

 

동묘 벼룩시장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한 두타몰도 일본인 관광객에게는 필수 관광 코스다. 인근에 쇼핑몰이 많다 보니 이 일대를 걷다 보면 쇼핑백을 든 채 일본어로 말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3일 오후 5시께 두타몰 1층 글로벌 스포츠웨어 매장에서는 일본인 커플이 커스텀 티셔츠를 제작 중이었다. 매장 직원도 일본인 관광객이 낯설지 않은 듯 응대를 이어갔다. 직원은 “일본인 손님이 50% 정도 늘었다. 이전에는 평일에만 많았는데 지금은 평일과 주말 모두 많다”고 말했다.

 

2층 여성복 매장 직원들도 일본인 손님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은 “전과 비교해 70% 가까이 늘었다”며 “개인 단위로 오고 주로 코트나 이너류를 사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 직원도 “최근에는 10명이 들어오면 6명은 물건을 구입한다. 주로 머메이드 치마, 블라우스를 선호하고, 니트나 재킷류는 생각보다 안 나간다”며 “중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고 일본, 싱가포르, 태국 손님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닭한마리골목, 저녁에는 일본인 손님이 더 많을 정도”

 

동대문 일대가 일본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얻으며 인근 음식점도 주목받고 있다.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은 일본 유명가수 코다 쿠미가 방문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지난 3일 오후, 닭한마리 골목은 친구 단위로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한 가게 앞에는 지점별 번호와 음식 가격 등을 알리는 안내문이 한국어와 일본어로 적혀 있었다. 본격적인 저녁 시간이 되려면 조금 이른 시각임에도 가게 안은 외국인과 한국인 손님으로 가득했다. 

 

식당 직원은 “(일본인 손님이) 최근 50% 이상 늘었다. 지난달까지는 거의 다 일본 사람들이었다. 예약도 많아서 하루 전에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였다”며 “낮에는 한국 손님이 그래도 조금은 있는 편인데, 저녁에는 거의 일본 손님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손님이 많다 보니 ‘오이시’, ‘다이죠부’ 같은 기본적인 말은 알아듣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음식 선호도는 높은 편이다. 크리에이트립이 1~10월 외국인 관광객의 서비스 이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표한 국적별 소비 트렌드에 따르면 일본은 ‘음식’이 전체 거래액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거래액의 40%가 K-푸드로, 거래 규모 상위 3개 국가(대만, 일본, 서양권 및 싱가포르) 가운데 가장 높았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식문화 경험도 체험 관광의 한 종류로, 점점 여행의 형태가 체험으로 넘어가고 있다. 체험을 통해 더 밀접하게 한 나라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며 “이렇게 된다면 서울뿐 아니라 지방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의 수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엔저 현상에 따른 일본인 관광객 수 증가를 두고는 “어느 정도 일정한 관광객 수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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