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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여전히 연기 욕심 많은 송중기의 선택, '로기완'

자연스러운 이북 말투에 노숙자 비주얼 과감한 선택…원작에 없는 '마리' 로맨스는 작위적

2024.02.29(Thu) 15:50:09

[비즈한국] 3월 1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은 ‘송중기’라는 이름 석자가 없다면 쉬이 선택하지 않을 만한 작품이다.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에 원작이 된 소설의 대중적 인지도도 그리 높지 않다. 영화로 두 시간 남짓 즐거운 시간을 꿈꾸는 이들에게, 벼랑 끝에 내몰린 탈북자의 삶은 그리 걸맞은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기완’을 선택한다면 아마 대부분 송중기라는 이름 때문일 것이 확실하다. 그만큼 이 영화에 송중기의 영향은 지대하다.

 

어머니의 유언을 품에 안고 벨기에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는 탈북인 로기완. 그러나 자신이 조선족이 아닌 탈북인임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은 지난하고, 낯선 땅에서 살아남는 것은 하루하루 처절함의 연속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함경북도 출신 탈북인 로기완(송중기)은 어머니 옥희(김성령)를 사고로 잃고 벨기에로 향한다. 자신에게 “살라”라는 유언을 남긴 어머니의 말을 따라, 어머니의 시신값으로 받은 달러를 품에 안고서 벨기에에서 난민 지위를 얻고자 분투한다. 그러나 난민 신청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처럼 요원하다. 요행히 첫 면접을 마쳤으나 다음 면접까지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그 기간 동안 살아남는 건 오직 자신의 몫이다. 얼굴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이방의 나라에서 로기완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처절할지는 상상력 없는 사람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영화는 쓰레기통을 뒤져 남은 음식을 먹고, 공공화장실에서 잠을 청하는 로기완의 모습을 면밀히 쫓는다.

 

그런 와중 만나게 된 이가 벨기에 국적을 지닌 한국인 마리(최성은). 마리는 로기완의 어머니 사진과 달러가 든 지갑을 훔치다 로기완과 엮인다. 마리는 로기완과 완연히 다른 듯 또 닮았다. 마리는 벨기에 국적을 지녔고, 출중한 실력을 지닌 사격선수 출신이며,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리도 로기완처럼 어머니를 잃은 아픔이 있고, 벨기에 국적을 지녔을지언정 타국에 사는 이민자라는 소외감은 지니고 있다. 지병으로 세상을 뜬 어머니(이일화)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조한철)에 대한 원망 등이 뒤섞여 삶의 의지를 잃은 마리는 마약을 하고, 불법 사격 도박에 나서는 등 스스로를 바닥까지 내려놓은 상태. 그런 그가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하는 로기완과 만나고 가까워지며 삶에 대한 태도를 바꿔 나가게 된다.

 

로기완과 달리 벨기에 국적을 지녔고 부유한 집안 출신의 한국인 이민자 마리. 벨기에 대표 사격선수로도 나설 만큼 출중한 실력을 지녔지만, 어머니를 잃은 아픔과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동질감으로 로기완과 가까워진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으로 표현한다. 지갑을 돌려준 마리를 공장 기숙사로 초대하여 밥을 짓고, 고기를 굽고, 된장국을 끓여 소박한 밥상을 차려내는 모습에서 두 사람 사이 싹트는 감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장면은 좋았으나 거기까지. 두 사람의 로맨스 전개는 사뭇 급작스럽게 느껴진다. 낯선 타국에서 절박한 상황에 놓인 두 남녀의 우연한 만남과 로맨스라는 점에서 김태용 감독의 ‘만추’도 설핏 떠오르지만, 로기완과 마리의 감정은 ‘만추’의 애나와 훈의 그것처럼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못한다. 배우들의 탓은 아니다. 애초 원작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에서 마리는 없던 인물. 영화 각색 과정에서 새로이 만들어진 이 마리라는 캐릭터의 서사에 관객이 수긍하지 못하니 자연 두 사람의 로맨스에도 수긍이 덜해지는 것. 엄마의 죽음 때문에 아빠를 미워하면서 마약은 물론 마피아가 얽힌 불법 사격 도박에 끼어드는 소녀 캐릭터라니, 이건 너무 작위적이지 않나.

 

어떻게든 살아 남고자 하는 남자와 삶의 의지를 잃은 채 방황하는 여자.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정반대이던 두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결국 사람, 결국 사랑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마리의 붕 뜬 서사와 로기완과 마리의 급작스러운 로맨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과는 별개로 배우들의 노력은 치하할 만하다. ‘화란’의 중간 보스 치건에 이어 이북 사투리를 구사하는 탈북인 로기완을 선택한 송중기의 도전이 단연 눈에 띈다. 자연스러운 이북 말투는 물론 노숙자에 버금가는 비주얼까지, 대중이 바라는 송중기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길을 걷겠다는 선언이 두드러지는 형국이다. 생각해보면 항상 송중기는 자신이 필요한 순간 과감한 선택을 해왔다. ‘성균관 스캔들’로 스타덤에 오르고 바로 뒤이어 ‘뿌리깊은 나무’에서 한석규의 아역인 젊은 이도를 선택한 것처럼, 역할의 비중과 관계없이 무려 ‘노 개런티’를 자청했던 ‘화란’의 치건을 선택한 것처럼. ‘로기완’을 선택한 송중기의 연기 욕심이 대중에게 얼마나 먹힐지 자못 궁금해진다. 마리 역을 맡은 최성은은 서사가 단단하지 못한 캐릭터임에도 고군분투한 것을 느끼게 한다. 조선족 선주 역의 이상희와 강한 여운을 남기며 로기완의 선택에 동력을 부여하는 어머니 옥희 역의 김성령도 인상적.

 

세상에 못 믿을 것도 사람, 그럼에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람이라는 것을 영화는 로기완과 마리는 물론 로기완과 공장 조선족 동료 선주와의 관계를 통해서 보여준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신동엽문학상 수상작인 조해진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삼았으며, ‘수학여행’ ‘MJ’ 등 여러 단편영화로 주목받은 김희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원작 소설은 최근 출간 13년 만에 리마스터판으로 단장해 재출간되었으니 영화와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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