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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사이버 렉카' 맡기고 구글은 '뒷짐'

이강인 가짜뉴스 영상 361개 광고 차단 조치, 수익만 7억…"위기관리 책임 위임" 지적 쏟아져

2024.03.05(Tue) 17:18:42

[비즈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단 내부 다툼에 연루됐던 이강인 선수와 관련해 유튜버들이 ‘가짜뉴스’로 2주간 약 7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분석이 나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인공지능(AI) 기반 동영상 콘텐츠 맥락 분석 스타트업이 조회 수를 토대로 내놓은 추정치다. 

 

논란의 중심에 선 주요 채널은 모든 영상을 내리고 계정을 삭제한 상태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가짜뉴스 영상들은 현재까지도 계속 생산되고 있다. 유명인의 가십이나 이슈를 악의적으로 짜깁기해 수익을 올리는 ‘사이버 렉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적절한 제재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주간 이강인 선수와 관련해 가짜뉴스를 게재한 유튜브 채널 195개​가 약 7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도 유사 영상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의 영상은 각각 조회수 7만 회, 164만 회를 기록했다. 사진=유튜브 갈무리


‘PSG 구단주 이강인 강제방출 확정발표. “LEE는 3일 후 계약 강제종료입니다” PSG 대격변’. 지난달 18일 유튜브 채널 패널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다. 파리 생제르맹과 국제축구연맹은 이강인 선수의 방출이나 이적 금지 등을 공식 발표한 바 없다. 지난달 말 게시된 채널 오늘이슈의 ‘(속보) 박항서 감독 충격발언. “이강인 영구제명 안하면 감독 못 합니다” 박항서 직통전화 한마디에 축협 초토화’ 영상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 영상들은 모두 삭제된 상태로, 오늘이슈의 경우 채널까지 ‘폭파’됐다.

 

이 영상들을 분석한 오재호 파일러 대표는 비즈한국에 “사이버 렉카나 가짜뉴스 영상을 걸러내는 모델을 운영 중인데 특정 기간 동안 광고 차단리스트에 이강인 선수 관련 가짜뉴스 영상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단 내 불화가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거론된 지난달 14일부터 이강인 선수를 포함한 대표팀은 가짜뉴스의 먹잇감으로 급부상했다. 파일러에 따르면 이날부터 27일까지 2주간 이강인 선수 관련 가짜뉴스 영상은 총 361개 감지됐다. 전체 조회수는 6940만 8099회로, 이 영상들과 195개에 달하는 채널에 광고 게재 차단 조치가 이뤄졌다.

 

#유해 영상 광고 차단 조치, 왜 스타트업이?

 

연예·스포츠계 가십이 떠오르면 각종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이슈몰이용 콘텐츠가 쏟아진다.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어 방문자를 흡수하는 형태다. 주된 목적은 광고 수익이다. 사이버 렉카라는 이름도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렉카(Wrecker‧견인차)처럼 이슈가 발생하면 재빨리 영상을 만들어 조회수를 올리는 행위에서 따왔다. 대부분은 이미 불거진 이슈를 자극적으로 편집하는데, 자극적인 수준을 넘어 악의적으로 허위정보를 편집해 구성한 콘텐츠 비중도 상당하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일단 채널을 삭제하고 다시 동일한 방식으로 채널을 만들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의 광고 차단 조치 후 현재는 삭제된 사이버 렉카 채널. 사진=파일러 제공

 

가짜뉴스 확산의 거점으로 지목되는 유튜브에서는 이번에도 거짓 영상들이 무분별하게 생산됐다. 하지만 구글 차원의 콘텐츠 제재보다는 광고 차단 전문 업체의 조치가 더 돋보였다. 파일러는 동영상 광고가 게재된 콘텐츠를 분석해 광고주 브랜드에 위협이 될 만한 유해 콘텐츠를 자동 차단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구글의 광고 솔루션 ‘구글애즈’는 영상을 조회하고 필터링해 광고를 통제하는 권한을 파일러에 위임했다. 파일러는 이강인 가짜뉴스 영상을 게재한 유튜버들이 총 7억 원의 광고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광고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산한 금액이다. 

 

이를 두고 유튜브 운영사 구글은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은 법과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한다. 해외에 서버를 둔 플랫폼에 대해서는 경찰이 게시자 신원을 특정하는 것조차 까다롭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수사망과 공조해야 하는데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는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결국엔 광고 차단과 같은 조치가 직접적인 제재 방안이다. 명예훼손 벌금보다도 유튜브 수익이 크면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효율만 좇는 구글, 루머 확대·재생산 거점 ‘책임론’

 

하지만 유튜브 광고 사업 구조상 광고주와 일반 크리에이터(유튜버)의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구글의 적극적인 개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플랫폼이 얻는 이익에 비해 비용과 인력이 많이 드는 데다 사회문화적 특성과 맞물린 기술적인 한계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짜뉴스 영상이 무엇인지, 한국에서 사이비 종교 영상은 어떤 형태인지 등 영상 안에서 실제로 유해성을 판별하는 절대적 기준을 만들어내고 기술을 구현하는 게 쉽지 않다. 1분에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오는 환경에서 사실 구글이 자체적으로 소화하기 버거운 규모”라며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산돼야만 플랫폼의 힘이 더 커지고 돈을 버는 구조가 만들어지기에 그걸 놓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 

 

가짜뉴스 영상은 일부 사실을 곁들여 짜깁기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는 유사 언론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현행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자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콘텐츠 채널에 경고·콘텐츠 게시 중단 등의 조치를 내려도, 이용자 신고 이후 처리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신속성이 떨어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 유튜브 콘텐츠에 내리는 시정요구도 한계가 있다.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정보 심의의 경우 원칙적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신청해야 한다.

 

당초 국내 플랫폼 제재의 첫발을 뗄 것으로 기대됐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은 ‘지배적 사업자’ 지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한 달 전 사실상 무산됐다. 추후 입법까지 가더라도 기존 취지가 훼손돼 맹탕 법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위기관리 영역을 위임한 것과 다름없는데 기업 윤리적으로는 비판받을 만하다. 유튜버와 광고주 양측 모두 고객으로 두고 있는 구글은 사이버 렉카 콘텐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다. 현 시점에서 유일한 규제 기관으로 꼽히는 방심위도 적용 대상과 원칙 등이 모호한 상태”라며 “기술적 문제나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떠나 이 같은 영상들이 용인되지 않는 유해 콘텐츠라는 점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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