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단독] "전자책 유출 보상서 저작권자 배제" 작가들, 알라딘에 공식 항의

'저작권자 모임' 만들고 알라딘과 출판단체에 항의 공문 발송, 직접 보상·협의체 마련 요구

2024.03.12(Tue) 15:50:44

[비즈한국]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출판계와 전자책(e북) 유출 사태에 대한 보상금 합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작가들이 알라딘과 양대 출판 협회에 저작권자와 교섭하라는 취지의 항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킹으로 전자책 무단 유출 사건이 발생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작가들은 저작권 피해 내용을 공유 받지 못한 채 대책 합의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자책 유출 사태와 관련해 알라딘과 출판계의 보상금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작가들이 사측과 출판 협회에​ ‘저작권자 논의 배제’를 규탄하는 항의 공문을 보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알라딘 오프라인 매장. 사진=강은경 기자


#위로급 지급 기한 코앞인데… 

 

작가단체들이 결성한 ‘알라딘 전자책 유출사태 해결을 위한 저작권자 모임(저작권자 모임)’은 지난 11일 알라딘과 한국출판인회의(한출회),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에 각각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해 5월 알라딘 보안 체계의 취약점을 노린 해킹 사건이 발생한 이후 피해 작가들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양대 출판 협회가 출판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알라딘과 협상을 진행했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알라딘 전자책 파일 유출 건 관련 교섭 요청’ 공문을 보면, 저작권자 모임은 알라딘에 “저작권이 침해된 당사자에게 알라딘은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출판계와만 협상을 진행하며 여러 단계의 논의를 거쳤으나, 이에 대한 의견을 저작권자에게 물어온 출판사는 전무하다”고 항의했다. 피해 내용을 저작자에게 전달하고 보상 대책 합의 과정에 저작권자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취지다.  

 

양대 출판 협회에 보낸 복수의 공문에서는 “세부적인 내용은 물론 협상 결렬의 이유나 배경, 합의안에 대해서도 저작권자들은 전혀 안내 받은 바가 없다. 저작권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정보와 논의에서 소외된 채 사태의 책임이나 과정을 묻고 답을 들을 수 없는 작금의 사태는 2차적인 저작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알라딘은 지난해 12월 초 한출회와의 갈등을 마무리 짓고 1분기 중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지급 기한은 이번 달 말일로 현재 보상 기준을 정해 출판사에 대한 개별 고지를 준비 중이다. 한출회는 e북 유출로 피해를 본 출판사 중 140여 개 사를 대리한다. 피해 출판사 260여 개 사의 권한 위임받은 출협보다 늦게 협상에 들어갔다. 지난 연말까지 알라딘 보안 담당자 면접 조사와 두 차례의 모의 해킹 등 원인 파악을 마친 출협은 최근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보상 방식과 재발방지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알라딘과 논의를 시작했다.  

 

유출 피해를 입은 베스트셀러. 사진=민음사, 은행나무

 

해킹 피해는 e북 72만 권 유출에 달한다. 이 중 유료 3000여 권을 포함해 5000권이 텔레그램에 유포됐다. 피의자는 e북 ‘복호화(암호화의 반대말)’ 키를 탈취해 이를 유포하겠다며 수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요구했다. 사건 발생 4개월 후 고등학교 2학년인 피의자가 체포됐고 유포된 유료 책 3088권에 대한 보상 규모와 방식을 놓고 분쟁이 본격화됐다.  

 

#“30만 원 턱없이 부족” 작가들은 왜 논의에서 배제됐나

 

저작권자 모임은 피해 내용을 저작자에게 전달하고 합의 과정에 저작권자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출판사들이 개별적으로 공지한 경우가 있지만 저작권자 모임은 이마저도 “자세한 내용은 합의가 일단락되면 알려주겠다는 통보에 그칠 뿐”이라며 “어떤 의견도 내거나 들을 수 없는 현 상황을 이해하고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상 규모에 대한 우려도 크다. 알라딘은 피해 보상 방식과 관련해 보상금이나 배상금이 아닌 ‘위로금’으로 명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보상금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알라딘이 한출회와 논의 중인 보상금 규모는 대책위가 처음 요구했던 ‘한 권당 100만 원’보다 한참 적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보상 총액은 1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으로는 무료 권종까지 포함 시 종당 20만 원선, 유료 권종으로 한정할 경우 종당 30만 원대 수준이다. 이는 출판권과 저작권 피해를 포함하는 보상액이기 때문에 출판사와 작가가 나눠 갖게 된다. 

 

유출에 대한 단순 보상 외에도 무단 공유와 복제가 쉬운 온라인에서 예상되는 피해를 보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작권자 모임 관계자는 “한출회와 출협이 어떤 지점에서 다르게 대응하고 있는지, 출판사가 보상금을 받은 후 작가들에게 어떻게 지급할지, 앞으로는 어떻게 안전성을 확보할 것인지 작가들은 모든 논의에서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사진=알라딘 홈페이지 캡처


출판계는 초기 사태 수습부터 재발 방지 대책 마련까지 권한을 가진 선에서 최대한 대응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도 알라딘으로부터 정확하게 피해 출판사나 작품 리스트를 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출판사들의 피해를 일일이 파악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 

 

김선식 한국출판인회의 부회장은 “저작권자를 보호하고 연대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다. 지난해 6월 문화체육부와 한국출판진흥원에 작가, 출판사, 서점, 정부 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대책위원회 설립을 요청했다”며 “위로금이 지급되면 저작권자와 협의해 분배해야 한다는 점도 출판사에 명확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시열 대한출판문화협회 상임이사는 “협회가 중심이 돼서 움직이고 있지만 개인 정보 등의 이유로 작가들이 입은 피해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고 출판사 단위로 입장을 파악해야 하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분야, 상황별로 다양한 의견을 고려해 보상 규모나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라딘과 두 협회는 저작권자 모임이 답변을 요청한 오는 22일까지 공문에 회신할 것으로 보인다. 알라딘 관계자는 “유통사로서 직접적인 계약관계에 있는 출판사들과 협의하고 있다. 작가에 대한 직접적인 보상과 관련해 회사가 나서기 곤란한 상황“이라며 ”위로금 지급은 출판사 단위로 이뤄지지만 이 합의는 작가들과의 분배를 전제로 한다“고 답했다.​ 한출회 관계자는​ “​공문을 확인해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핫클릭]

· [현장] 서울대 의대 교수 '전원 사직' 결정 막전막후
· 성경식품, 천년고찰 화엄사와 협업…'몸값' 높아질까
· [단독] 조인성 내세웠던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 적립금 먹튀 논란
· '알라딘 분쟁' 진짜는 이제부터? 전자책 유출 피해 큰 출판사들 강수 예고
· 문학과지성사·창비 등 '해킹 유출' 알라딘서 전자책 뺀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