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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정상회담' 코앞인데 기본법 통과는 감감무소식

여야 모두 공감하는 비쟁점법안인데 지지부진…"빠르게 판 짜야 우리 기업에도 유리"

2024.05.10(금) 17:35:28

[비즈한국] 정부와 국회가 한목소리로 인공지능(AI) 기본법의 부재를 지적하고 나섰다. 우리나라가 AI 영역에서 ‘패권국’ 자리를 넘보기 위해서는 산업을 키우고 윤리 원칙을 다지는 기준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년 넘게 계류 상태인 AI 기본법이 21대 국회 회기 안에 통과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주 뒤 서울에서 열리는 ‘AI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잠들어 있는 제정안 깨우기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회 임기 만료가 3주도 안 남은 시점이어서 법안 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온다. 

 

정부가 AI 기본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3주 앞으로 다가온 회기 종료 안에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온다. 지난 8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회 3주 뒤 문 닫는데 ‘부랴부랴’ 입법 촉구  

 

과기부가 AI 기본법 법제화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은 지난달 국내 최대 규모 IT전시회 월드IT쇼에 참석해 조속한 법안 통과를 강조한 데 이어 지난 8일 세종시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단통법 폐지와 AI 기본법 제정은 AI 일상화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고, 국민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AI 관련 제도 공백 메우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은 속도전에서 뒤처진 상황이다. 세계 첫 AI법이 탄생한 곳은 유럽이다. 올 3월 유럽의회는 AI 서비스의 위험도를 4단계로 나눠 차등 규제하는 내용의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업이 규제를 어기면, 최대 4000만 유로(약 580억 원) 또는 글로벌 매출의 최대 7%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어 실효성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미국 등 주요국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AI 산업에 대응하며 관련 규제를 하나둘 확립하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AI 기본법)’을 포함해 인공지능책임법, AI 제작 콘텐츠 표기 의무화 도입법, AI 집적단지 육성법 등 AI 특화 법안들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다.  

 

과기부가 주도한 AI 기본법은 지난해 2월 과방위 법안 소위를 통과했지만 이후 1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기본법은 지난해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여야의 7개 법안을 묶은 ‘종합본’ 격이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 섰다. 세부 방향에 이견은 있으나 여야가 모두 입법 필요성에 공감하는 비쟁점 사안인 것치고는 1년 3개월 동안 진전이 거의 없는 상태다. 과방위 전체회의가 올 1월 이후 열리지 않으면서 사후규제 원칙을 명시한 조항을 제외하는 안도 흐지부지됐다. 

 

#AI 정상회담 개최국인데…딥페이크 등 부작용 방지책 ‘구멍’

 

이 법은 AI 산업의 육성과 신뢰 확보를 두 축으로 해 기초적인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과기부가 AI 기본계획을 주기적으로 수립·시행하게 하고, 고위험 영역에 활용되는 AI 기술에는 고지 의무를 부과하며, 인공지능위원회 같은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안이 핵심이다.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AI 서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반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 법안은 3주 뒤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3주 안에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법안이 통과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새 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그동안은 무분별한 AI 사용이나 개인정보 활용을 막을 마땅한 기준이 없는 상태가 방치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의 사업 환경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김명주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회장)는 “정부는 다른 나라와 규제의 호환성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고, 세계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준에 도달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에 근거로 삼을 법안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AI 기업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각 부처의 입장을 내부적으로 조정하고 대응할 별도 조직 마련도 물 건너갔다. 산업적으로 접근하는 과기부·산업통상자원부와 이용자 보호에 중점을 두는 방송통신위원회·여성가족부 간에 엇박자가 이어질 우려도 그대로다. 

 

서울 시내 한 서점에 마련된 챗GPT 코너. 사진=비즈한국DB


업계에서도 AI 기본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적으로 AI 관련 제도가 타국 기업에 대한 규제로 쏠리는 가운데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대두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과기부 AI전략 관련 회의에 참여한 이영탁 SK텔레콤 부사장은 “앞으로 어떤 서비스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규제를 촘촘히 설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헐렁한 옷을 일단 만들고 우리 몸에 맞게 점차 맞춰가는 것처럼 진화하는 AI에 맞게 규제를 마련해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해외 정책을 보면 규제를 통해 자국에 유리한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포인트”라며 “국내 정책도 기업들이 원활히 사업하도록 육성과 규제를 세밀하게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의 여파에 대한 우려가 일부 있지만 AI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강력한 규제를 골자로 하는 EU 법안은 자국 기업은 보호하고 동시에 미국 빅테크 등을 규제하는 이중적인 성격이 있다. 이는 AI ‘공급국’의 성격이 비교적 높은 우리 기업에는 상당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규제와 기술혁신을 동시에 추구하지만 미국 시장에 내놓는 AI 서비스에 대해서는 개발 전 모델 성능과 안정성 결과를 미국 정부에 직접 보고하게 하는 등 자국의 통제력을 키우고 있다. 

 

특검법 등을 둘러싸고 여야의 국회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재 과방위 소속 의원 일부와 전문가들이 AI 기본법 ‘뒷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챗GPT과 같은 생성형 AI 관련 추가안 등을 포함한 새 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김명주 교수는 “21대 국회 회기 내 극적인 통과를 기대하지만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한국이 AI 기본법을 갖춰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최소 조건이라도 명시한 AI 기본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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