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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먹는 하마 'AI 데이터센터', 지방 이전 지지부진한 까닭

안정적 전력 공급 위해 '비수도권' 분산 절실…"기업 유인할 장기적 정책 지원 필요"

2024.12.27(Fri) 18:11:13

[비즈한국] 인공지능(AI) 시대를 앞두고 ‘전력난’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경제 전반의 전기화, 전기차 확대 등도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24시간 서버 가동과 내부 온도·습도 유지에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그간 정부는 데이터센터와 전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정책을 펼쳤다.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는 규제책을 시행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2조 원 규모 민간 합작 인프라 구축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지방 이전 추진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수도권 밀집 현상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데이터센터 구축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AI와 데이터센터 붐으로 전력난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2년 화재가 일어난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합동 감식 현장. 사진=박정훈 기자


#빅테크·주요국 ‘전력난’ 대응 채비, 한국 정부는 ‘지방 분산’ 집중 

 

“지난해엔 칩 공급 부족이 문제였고, 그 다음은 변압기다. 내년엔 전기가 부족할 것.” 올해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데이터의 저장과 처리, 유통을 담당하는 데이터센터는 IT 서비스의 두뇌이자 심장이라고 불린다. 앞다퉈 데이터센터 확보에 나선 글로벌 빅테크들은 폭증하는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는 고성능 반도체로 데이터를 처리하며 막대한 전력량을 소모한다. 구글 검색에는 평균 0.3와트시(Wh)의 전력이 필요한데, 생성형 AI인 챗GPT는 10배에 가까운 2.9Wh의 전력이 쓰인다. 이미지·영상 기반은 텍스트보다 전력 소모량이 40~60배 더 많다. AI 모델 훈련 한 건에 100가구의 연간 전기 사용량 이상이 들어간다는 추산도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효율성을 높인 반도체칩을 통해 저전력, 고효율을 좇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으로 수도권 편중 해소를 꺼내들었다. 데이터센터 등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돼 송·배전망 인프라에 부담을 주고 전력 계통 혼잡이 우려되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원자력 등 주요 발전소가 몰려 있는 비수도권 지역에 분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평가 시행으로 전력 사용 신청을 거절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 송전망 포화, 전기요금 상승 요인 등을 충분히 고려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기존과 달리 거대 전력소비시설을 선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의 부하급증, 수도권의 대규모 전력융통을 위한 장거리 송전망 건설 비용 문제 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 8월 현장에 시범 운영된 ‘전력계통 영향평가’ 제도는 4개월 동안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12월 현재 사업자가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신청한 사례는 0건이다. 올 6월 도입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근거로 하는 이 평가 제도는 10메가와트(mW) 이상 전기 사용을 신청하는 전력계통 사업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도전자’조차 나오지 않은 것이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송전탑. 사진=연합뉴스


데이터센터 업계의 반응은 차갑다. 비용리스크에 따른 사업성 한계 탓이다. 규제에 따라 데이터센터 한 곳을 수도권 외 지역(약 100km)으로 이전할 경우 연 50억 원가량의 회선요금이 증가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선비용 증가, 기준 미만의 데이터센터 구축 등으로 데이터센터 입주기업의 수익성을 낮추고 입주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 고객의 부담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지 규제 강화에 방점이 찍혔는데 수도권에서는 허가를 받기 어렵게 했다”며 “데이터센터 건립, 운영과 밀접한 송·배전망 현실, 각종 비용 문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밀집’ 계속 “유인책도 필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막대한 양의 전력을 어디서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할지가 정부의 고민이라면 기업은 비수도권 데이터센터의 비용을 걱정한다. 전문 인력과 데이터 센터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분산할수록 비용 부담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김명한 한국IDC 책임연구원은 “인력부족 문제는 AI 데이터센터 수요와 함께 기술 수준이 더욱 높아짐에 따라 더 심화될 것”이라며 “토지와 전력 확보 문제는 지방 분산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정책과 수도권 선호 기업들의 입장이 대립하면서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기업들의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는 한동안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밀집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있는 데이터센터는 150곳이다. 이 중 절반 이상이 공공부문이고 민간 데이터센터는 일부에 불과한데, 대부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투자 유치, 용지 확보, 건축 허가 취득 및 설계, 착공 등 구체적으로 사업이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 36곳 가운데 수도권에 들어서는 곳은 절반이 넘는 21곳(58.3%)다. 부산을 포함하면 86.1%로 데이터센터의 대도시 집중화는 여전하다. 한국데이터센터협회는 “민간 데이터센터는 고객의 접근성, 인프라 우수성 등으로 수도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재국 국회 입법조사처 선임연구원은 “향후 AI 데이터센터의 설치가 전력 생산과 전력망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며 “선제적 전력공급과 적절한 전원구성 검토, 전력공급 비용과 통신망 비용의 종합적 고려, 데이터센터 운영의 효율화를 위한 지원 체계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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