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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오픈소스 택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주권 AI'에 담은 전략

국내 최초 '상업 활용' 제한 없어 "생태계 활성화 위해"…소버린 AI 구축, 중동·아시아권 새 동력 '투 트랙'

2025.04.23(Wed) 17:33:24

[비즈한국] 네이버클라우드가 하이퍼클로바X 경량 모델 3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국내·외 기업과 사업자에게는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비용이나 라이선스 문턱을 제거해 국내 인공지능(AI)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네이버표 ‘주권(소버린) AI’ 전략의 첫 단추를 뀄다는 평가다. 

 

네이버클라우드를 이끄는 김유원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AI는 단거리 레이스가 아닌 마라톤”이라며 “네이버는 이 기술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 확인하면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빠르고 화려한 퍼포먼스’보다 안보와 보안, 복지 등 한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따져보며 사업적 정당화 작업을 수행 중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외산 기술에 상표만 붙여 소버린이라 칭하는 건 ‘언어도단’”이라고 단언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자사 AI 경량 모델 3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23일 서울 강남구 네이버스퀘어 역삼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은경 기자


#상업 활용 가능한 오픈소스화 국내 첫 사례 

 

하이퍼클로바X의 경량 버전인 ‘하이퍼클로바X 시드(SEED)’ 3종이 상업적 이용 제한 없는 오픈소스로 24일 공개된다. 하이퍼클로바X는 네이버 자체 기술 기반의 대규모 생성형 AI로, 3종은 안정성과 효율성 확보를 위해 경량화된 모델이다. 파라미터 규모별 하이퍼클로바X 시드 △3B(Billion) △1.5B △0.5B 등이다. 

 

3B 모델은 이미지와 영상에 대한 이해 능력이 있는 모델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특화된 하이퍼클로바X의 속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1.5B의 경우 언어 모델의 기본 소양으로 꼽히는 지시 수행 능력을 갖춘 모델이다. 기본적인 번역 작업이나 ‘특정 톤으로 대화하기’ 등의 명령 수행이 가능해 다양한 챗봇 서비스나 비즈니스 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다. 초소형 사이즈의 0.5B 모델은 모바일, 스마트홈,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서 대화형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 

 

이번 오픈소스 결정은 상업적 이용에도 빗장을 풀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국내 업계 최초 사례다. 오픈소스는 모든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소스코드를 일반에 공개하는 개념인데, 앞서 LG AI연구원이 오픈소스화 한 ‘엑사원’은 상업적 활용 시 허가가 필요하다. LG그룹 내부 이용과 연구용이라는 제약이 있다. 

 

경량화된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전략은 비용 측면에서 꽤 유리한 선택지다. 대규모 모델은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막대한 유지비용이 뒤따르는 반면 비용과 효율 중심의 전략적인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현재 네이버와 계열사 내부에서는 약 300건의 프로젝트에 하이퍼클로바X가 활용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40% 정도는 3B 이하 경량 모델을 사용한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총괄은 “모델이 커지면 커질수록 능력이 좋아지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려면 비용 부담이 매우 크다. 제공 중인 서비스를 가볍게 전환할 수 있는 모델들이 (현장에서는) 가장 효과적이고 필요하다”며 “개발 비용이 기존의 10분의 1에서 20분의 1 정도밖에 들지 않는 생산 공정을 확보했고 플래그십 모델(하이퍼클로바X)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총괄. 사진=강은경 기자


#“외산 기술에 한국 상표 붙인다고 소버린 되나”  

 

김유원 대표는 간담회 내내 ‘소버린’을 강조했다. AI가 한 사회를 운영하는 기본적인 기반 체계가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국내 인프라와 자체 기술을 토대로 하는 AI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례를 언급하며 소버린 AI가 부재한 상황에서 클라우드와 AI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게 된다면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밝혔다.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의 통신망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로, 미국의 위성 지원이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네이버의 사회적 책무나 ‘선의’만으로 자사의 기술 원천과 자본을 투입한 오픈소스를 다른 기업과 사업자 모두에게 공개한다는 건 충분한 설명은 아니다. 기술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단계에서 산업 현장에서의 침투력을 높이고 간접적인 연구개발 효과, 기술 리더십 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 내포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메타(라마)와 프랑스의 미스트랄도 구글, 오픈AI, 중국 딥시크 등과의 경쟁 속에서 오픈소스로 전략 수정에 나선 바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AI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트라이 에브리싱 2024 오픈 이노베이션 세션에서 진행된 AI 스타트업들과의 패널토의. 사진=네이버클라우드 제공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국내 AI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한 결정”이라면서 “오픈소스를 발판으로 굉장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길 수 있고 이는 다시 정부 차원에서 진흥책을 펼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네이버 자체도 이런 것들로 힘을 얻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소버린 AI를 띄우는 KT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KT는 MS와 협력해 소버린 AI를 구축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AI와 클라우드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형 AI를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관련 질의에 “외산 기술을 들여와서 한국 상표를 붙인다고 해서 소버린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 수준”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소버린 AI 구상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지속성이 과제다. 로컬의 자본력과 데이터로 글로벌 경쟁에서 꾸준히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좁은 생태계에서 시장성을 어떻게 이끌어낼지도 주목된다. 

 

네이버는 한국 내부로는 주권 AI의 역할을 굳히고 미국과 중국 틈에서 데이터 주권에 대한 고민을 품고 있는 동남아, 중동 등의 국가를 대상으로 새로 성장 동력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소버린 의지가 굉장히 강한데도 기술 기반이 약한 지역군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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