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는 6월 3일, 대한민국은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민생의 고통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중첩된 지금, 유권자들은 어느 때보다도 냉철하고도 현실적인 판단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단지 ‘주거’의 영역을 넘어, 불평등, 조세정의, 청년세대의 미래까지 포괄하는 ‘시대의 질문’이 되었다.

이 와중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최근 부동산 세제 완화와 공급 확대 중심의 공약을 잇따라 내놓으며, 지난 대선 당시 보여준 정책 기조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금으로 억누르려 하지 말자”, “국토보유세는 철회하겠다”, “부동산 세금은 건드릴수록 문제가 된다”는 발언들에 대중은 적잖이 놀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정책 조정으로 보기에는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그것은 정권교체도, 외부 충격도 아닌 동일 정당 내에서, 단 몇 년 사이에, 정반대의 철학을 지닌 메시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부동산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해 되짚어보며, 그 함의와 위험성, 그리고 유권자로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책무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민주당 후보, 대선 전후 정책기조의 급격한 전환
불과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다주택자에게는 세금 폭탄 이상의 징벌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투기 억제를 위한 조세 기능 강화를 주요 정책 기조로 삼았으며, 대표적으로 ‘국토보유세’는 부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그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부동산을 투자 수단으로 보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 하지 말자”, “국토보유세는 수용성이 낮다”는 일련의 발언은, 과거의 주장과 전혀 다른 궤도 위에 서 있다. 조세 정의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한 공적 개입을 외쳤던 과거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시장 친화적 우클릭의 언어만이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이중 메시지’ 반복
이재명 후보의 전환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지난 5년간 보여준 이중적 행보와 맞닿아 있다. 당시에도 후보 시절에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를 주장하면서도, 실제 집권 후에는 규제 위주의 정책이 시장을 지배했다.
유권자들은 기억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종부세 강화, 대출 제한과 같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주거 안정을 이끌기보다는, 시장의 왜곡과 중산층의 반감을 불러왔다. 그런데도 당시 청와대와 민주당은 끊임없이 “우리는 공급을 늘리려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는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었고, 그 결과가 지난 대선의 패배로 이어진 것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이번 대선에서 또다시 비슷한 메시지가 반복된다.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이야기하면서도, 구체적 법제화나 실효적 정책 방향에 있어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억누르지 말자”는 말, 그 뒤에 감춰진 위험
“세금으로 억누르지 말자”는 발언은 얼핏 보면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발언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말이 가진 정치적 함의를 놓쳐서는 안 된다.
첫째, 이것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하고, 자신도 그 일환이었다는 점을 회피하는 언어이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도 같은 당의 후보였다. 이제 와서 “억지로 막다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은, 당시 정책이 잘못됐다는 자기반성과 동시에, 정책 결정에 함께한 자신에 대한 책임 회피의 태도로 읽힐 수 있다.
둘째, 시장 자율성을 강조하며 규제보다는 ‘공급’을 강조하겠다는 방향은 환영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말이 앞으로의 어떤 상황에서도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알리바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어떤 형태로든 다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 왔을 때, 과거 발언과의 충돌로 인해 정책 유연성이 떨어지고, 정책 신뢰도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가장 큰 문제는 “세금 억제의 철회”가 중산층 이상 부유층에 대한 정치적 배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세는 불균형을 조정하는 수단이다.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사회적 역진성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과연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 방향이 선회한 것은 아닌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약은 잊혀져서는 안 된다…‘정치적 박제’의 필요성
이처럼 급격히 바뀌는 공약은 반드시 기록되고, 기억되어야 한다. 공약은 단지 선거용 문장이 아니라, 향후 정치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유권자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정치적 경계’를 세워야 한다.
먼저 공약의 변천을 문서화하자. 언론은 물론 시민사회는 주요 후보자들의 과거 발언과 현재 발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아카이빙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공약 실현 여부를 추적하자. 당선 이후에도 공약이 실제로 법제화되고 예산화 되었는지를 시민들이 직접 확인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감시 네트워크가 강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공약의 정치적 책임을 묻자. 선거 이후, 공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정반대의 정책을 추진할 경우, 언론은 물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그 책임을 묻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국민이 ‘알람’이 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지만, 그 언어가 향후 우리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국민은 그 언어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후보들은 말하고 있다. 그 말은 결국 정책이 되고, 정책은 다시 법과 예산이 되어 국민의 일상으로 스며든다. 그러므로 국민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정치 언어의 기록자이며 감시자여야 한다.
“세금으로 억누르지 말자”는 그 말, 그 말의 진의를 끝까지 지켜보고, 또 그것이 행동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경계하고 기록하는 일. 그것이 지금, 국민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치적 시민의식일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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