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노 사장은 현재 DX부문장 직무 대행, MX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 DX부문은 TV, 냉장고, 세탁기, 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 제품의 생산·판매를 담당한다. 앞서 DX부문장이던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노 사장이 직무 대행을 맡게 됐다. 노 사장은 최근 삼성전자가 플랙트를 인수할 때도 회사를 대표해 입장을 밝혔다. 노 사장의 삼성전자 내 입지가 상승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존재감 상승
노태문 사장은 199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020년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장에 취임했다. 이듬해인 2021년 무선사업부는 MX사업부로 이름이 변경돼 DX부문 산하 조직으로 배치했다.
노태문 사장은 최연소 삼성전자 사장에 올랐고 ‘미스터 갤럭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에는 현재 전영현, 정현호 두 명의 부회장이 있다. 노 사장은 그들보다 서열이 아래다. 게다가 삼성전자에는 사장 직함을 가진 임원이 20명이 넘는다.
노태문 사장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22년 21% △2023년 20% △2024년 19%를 기록했다. 아직까지는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애플, 샤오미 등으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노태문 사장의 당초 임기는 올해 3월까지였다. 재계 일각에서는 노 사장이 은퇴하거나 한직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삼성전자가 쇄신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노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최근 들어 그의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3월 별세하면서 삼성전자 리더십에 공백이 생겼다. 한종희 부회장은 DX부문장, DA(생활가전)사업부장, 품질혁신위원장 등을 맡았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노태문 사장에게 DX부문장 직무 대행과 품질혁신위원장 업무를 맡겼다. 노 사장으로서는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사업에서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왔다.
삼성전자는 “노태문 사장은 MX사업부장을 역임하면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갤럭시 신화를 이끌었으며 모바일 사업의 글로벌 성장을 견인한 주역”이라며 “DX부문장 직무 대행을 맡아 스마트폰 사업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MX사업뿐만 아니라 세트(완제품) 사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노태문 사장은 어디까지나 DX부문장 직무 대행 신분이다. 내년에 새로운 인물이 DX부문장에 취임해도 이상하지 않다. 노 사장이 정식으로 DX부문장 자리에 오르려면 실적으로 능력을 증명하거나 추후 성과를 낼 거라는 기대감을 안겨줘야 한다.

#플랙트 인수는 안전한 선택
삼성전자는 지난 5월 14일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15억 유로(약 2조 3450억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연내 플랙트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조 단위의 인수합병(M&A)을 진행한 것은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이다.
플랙트는 DS(반도체)부문이나 SDC(디스플레이)부문보다는 DX부문과 사업적 연관이 깊다. 플랙트가 삼성전자 DX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노태문 사장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삼성전자의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b.IoT·스마트싱스)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솔루션을 결합해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좋은 서비스, 유지보수 사업의 확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b.IoT는 DX부문에서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이번 플랙트 인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인물도 노태문 사장이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 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의 플랙트 인수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렉 로 현대차증권 연구실장은 미국 로이터통신에 “이번 인수는 가전제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거래는 아니다”라며 “삼성전자가 대담한 베팅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흥행작 갤럭시 S25 이은 엣지, 얼마나 팔릴까
노태문 사장은 신규 출시되는 스마트폰 ‘갤럭시 S25 엣지’ 흥행이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갤럭시 S25 엣지는 23일 국내에 공식 출시된다. 앞서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 S25’는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 기간인 21일 만에 국내 판매량 100만 대를 돌파한 것.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MX사업부는 갤럭시 S25를 중심으로 양호한 출하량을 기록했다”며 “원가 절감이 진행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노태문 사장은 “갤럭시 S25 엣지는 초슬림 기술의 한계를 넘어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는 제품”이라며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장인 정신의 완벽한 균형을 이뤄낸 업계의 새로운 카테고리”라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갤럭시 S25 엣지는 두께가 5.8mm로 매우 얇다. 역대 갤럭시 S 시리즈 중 가장 얇은 수준이다. 반면 가격은 기존 갤럭시 S25보다 비싸다. 갤럭시 S25와 갤럭시 S25 엣지의 가격은 256기가바이트(GB) 용량 기준으로 각각 115만 5000원, 149만 6000원이다.
그런데 얇은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얇은 스마트폰을 선호하지 않으면 가격이 비싼 갤럭시 S25 엣지를 선택할 이유가 줄어든다. 미국 안드로이드어소리티는 지난 5월 12일(현지시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17.7%가 매우 얇은 스마트폰을 선호한다고 답했다”며 “응답자의 40.3%는 현재 스마트폰의 두께에 만족하며 응답자의 41.9%는 배터리 수명 향상 등 기능 강화를 위해 두꺼운 스마트폰을 원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엣지가 두께 외에도 강한 내구성, 초고해상도 광각 카메라, 방열시스템 강화 등을 갖췄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얇은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고가의 갤럭시 S25 엣지가 얼마나 팔릴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플랙트 인수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고, 갤럭시 S25 엣지가 흥행에 실패하는 상황은 노태문 사장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현재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엣지 판매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4월 30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는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주요 부품의 단가가 상승할 전망”이라면서도 “갤럭시 S25 엣지 출시를 통해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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