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 내에서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의 본사를 제주특별자치도로 이전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 내부에서는 본사 이전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본사를 이전해도 지역 균형 발전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월 15일 오영훈 제주특별도지사와 면담을 가졌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의 제주특별자치도 이전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이재명 후보 직속 지방분권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두관 전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지방 균형 발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맥락으로 이재명 후보는 HMM을, 김문수 후보는 KDB산업은행을 각각 부산광역시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재직 시절 KDB산업은행 본사를 부산광역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국회의 반대로 KDB산업은행의 본사 이전은 사실상 무산됐다. 현행 산업은행법에는 “KDB산업은행의 본사를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한국마사회는 과천, 한국공항공사는 서울(김포공항)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의 경우에는 관련법에 “주사무소의 소재지는 정관으로 정한다”고 적혀 있다.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 이사회가 본사를 옮기기로 결정하면 KDB산업은행과 달리 국회 동의 없이도 본사 이전이 가능하다.
문제는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가 이재명 후보 정책에 협조할지 여부다. 이재명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론조사대로라면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 이사는 대부분 윤석열 정부 시절 선임된 인사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협조한다는 보장이 없다.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의 임기는 올해 2월까지로 이미 만료된 상태다. 그러나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이 늦어지면서 아직도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현재 새로운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계열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는 소문도 들린다. 한국마사회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소문대로 국민의힘 계열 인사가 한국마사회 회장에 취임하면 이재명 후보와 원만한 관계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지난 4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부의 국정 철학과 정책 방향에 맞는 기관장이 필요하다”며 “지금 회장을 임명한다면 그 누구라도 새 정부와 소통 불능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공항공사 사장 자리도 현재 공석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6월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을 신규 사장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에 대한 전문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선임을 포기했다. 이후 사장 선임 절차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다만 새로운 정부 출범 후 한국공항공사 사장 선임 작업을 시작하면 한국마사회와 다르게 ‘알박기 논란’은 없을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최종 당선되고, 이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선임되면 한국공항공사는 이재명 후보의 정책에 따를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전북특별자치도도 한국마사회 본사 유치를 시도하고 있다. 김관영 전북지사와 전북특별자치도 지역 국회의원들은 2023년 3월 성명서를 통해 “전북특별자치도는 정부 지정 말산업특구를 보유하고 있으나 유일하게 경마장이 없는 지역”이라며 “생활민원으로 국토교통부가 이전을 권장한 한국마사회의 전북특별자치도 이전은 중앙정부와 전북특별자치도가 상생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순창군과 김제시가 각각 한국마사회 본사 이전 유치 계획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의 본사 이전을 강행하면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KDB산업은행 본사 이전을 추진할 때도 KDB산업은행 노동조합의 거센 반발이 나왔다. 적지 않은 직원이 퇴사하기도 했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 관계자는 “본사 이전을 원천 반대한다. 한국마사회 본사가 수도권에 있는 것은 수도권 거주민들의 접근성을 위한 것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를 포기하고 지방에 이전하면 경마 사업 자체가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현재 경마장은 과천시, 부산광역시, 제주시에 있는데 과천 경마장을 그대로 존치시키고 본사만 제주시로 이전할 경우에는 이전하는 인력이 극히 일부에 불과해 큰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공항공사 한 직원은 “전국에 공항이 하나씩 있고, 이미 관리 인력은 각 공항에 배치돼 있다 보니 본사 인력 일부가 제주도로 이전한다고 해서 큰 파급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두관 위원장의 발언은 한국마사회와 한국공항공사와 교감을 갖고 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철저한 검토 없이 공약을 남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본사 이전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나와 있지 않다”며 “정확한 내용은 자세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특별히 본사 이전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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