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조기 대선의 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탓인지 숙고를 거친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더해져 민생이 어려워진 가운데, 지역 경제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정당 대선 후보 4인(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공약을 통해 각 후보의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살폈다.

정당 후보 4인은 지방 분권 강화를 전제로 내세웠다. 여기에 지역 상황에 맞는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개별 정책 및 기구를 도입하는 식으로 공약을 제시했다. 후보 4인은 10대 공약 중 지역 분야에 할애한 비중이 크게 달랐고, 후보 색깔에 따라 세부 내용에도 차이를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역 균형 발전에 무게를 뒀다. ‘세종 행정수도와 5극 3특 추진’ 공약에서 5극이란 ‘5대 초광역권’으로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을, 3특은 3대 특별자치도인 제주·강원·전북을 뜻한다.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신설해 각 지자체의 자치 권한을 강화하고 지방교부세 확대, 자체 세원 발굴 등으로 지방 재정을 확충한다는 방안이다. 지역 경제를 살릴 기반으론 관광산업을 들었다. 구체적으론 근로자 휴가 지원제도를 확대해 지역 관광을 살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에 광역별·17개 행정구역 공약을 별도로 만들어 지역 맞춤형 정책을 명시한 상태다. 광주시는 모빌리티 도시로 조성한다거나, 부산시엔 해양수산부를 이전하고 100대 기업을 유치하는 식이다. 세종시의 경우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을 입기 내 건립해 행정수도로 만든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에선 광역급행철도(GTX) 확대 외엔 세부적인 지역 경제 공약을 찾기 어렵다. ‘GTX로 연결되는 나라, 함께 크는 대한민국’에 수도권 모델인 GTX를 전국 5대 광역권으로 확장하고, 도시계획·산업·인사·조세·입법·교육 등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한다고 명시했다. 소상공인 관련 공약 중 전통시장 활성화로 지역 소비를 촉진한다고 언급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김 후보는 5월 26일 지방 경제 활성화 공약 20개를 발표해 빈 부분을 채웠다. 눈에 띄는 건 지방 살리기 재원 확대다. 2025년 기준 14조 7000억 원인 균형발전 특별회계 규모를 연 30조 원까지 증액하고, 지방소비세(25.3%)와 지방소득세(20.8%) 비율도 각각 40%, 30%로 인상한다. 수도권 거주자가 집을 처분하고 비수도권으로 이주해 15년 이상 살면 양도소득세를 유예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그동안 지방은행이 요구했지만 금융당국이 고사했던 ‘지방은행 육성 특별법’ 제정도 김 후보의 공약에 포함됐다.
이재명 후보와 비슷한 공약도 다수 보였다. 세종시에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집무실, 중앙행정기관을 설립해 행정수도로 만든다는 계획이나, 문화 산업을 균형 발전 동력으로 삼는 것, 비수도권 국립대학 육성책을 낸 것 등이 유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10대 공약 중 두 가지를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냈다. 하나는 지자체의 법인세 자치권을 확대하는 것, 나머지 하나는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것이다.
법인세 자치권 확대의 경우 국세분의 30%를 감면하고 이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자체가 최대 50%까지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지자체가 기업 유치를 위해 자율적으로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최저임금 제도는 중앙정부 소속의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각 지자체가 이를 기준으로 30% 범위에서 가감하는 방안이다.
이 후보의 지자체별 최저임금 결정 공약은 18일 경제 분야 주제로 열린 1차 토론회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로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간의 임금 차별이 심각한데 수도권과 비수도권까지 차별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며 “임금에 차등을 두면 수도권으로 인력이 몰릴 것”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권영국 후보는 10대 공약 중 ‘불평등을 넘어 함께 사는 경제 구조’에서 지역공공은행 설립, 지역 사회 중소기업 자영업 지분투자 제도 도입 공약을 제시했다. 지역공공은행이란 지자체가 100% 출자해 소유하는 은행으로 지자체 예산과 시민 예금을 기반으로 공공 금융의 역할을 하는 기구다. 지역공공은행은 경영 악화를 겪는 지역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 지분을 투자해 정상화한다. 권 후보는 지방 분권에 관해서는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을 ‘지방 정부’로 바꾸는 개헌 정도만 내놨다.
4인 정당 후보의 지역 경제 관련 공약은 기조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재명, 김문수 후보는 중앙정부 주도의 국토 균형발전과 인프라 구축을 중심으로 자치분권, 행정 개편, 경제 활성화로 확장하는 그림을 그렸다. 이준석 후보는 과세·임금 결정 권한에 초점을 맞췄으며, 권영국 후보는 공공 금융을 들어 지역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후보별 지역 공약을 두고 구체적인 로드맵이 담긴 대신 개발 계획 수준에 그치거나, 중앙 정부가 주도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지방분권·자치 분야의 10대 공약 비교 평가에서 “지방자치 공약은 각 후보의 지역 균형에 대한 관심과 정책 우선순위를 드러내는 분야지만 이번 대선에서 제시된 공약들은 기능적 분산에 머무르고, 실질적 분권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이 뚜렷하다”라고 짚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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