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하이브가 보유하던 SM엔터테인먼트 지분(221만 2237주, 9.38%)을 중국 텐센트가 인수했다. 이 일을 두고 대체로 긍정적인 얘기가 나온 한편 ‘차이나 머니’의 침공이라는 부정적인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칼럼에서는 긍정과 부정 양쪽을 살피면서 놓친 부분을 짚고자 한다.
우선 긍정적인 기대는 세 가지다. 하나는 K팝 음원이 중국에서 더 활발하게 유통될 거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앞으로 한한령이 풀리면서 대규모 콘서트가 열릴 것이라는 점. 마지막으로 대형 콘서트까지 안 돼도 팬 미팅이나 굿즈 발매, 팝업 등 소규모 행사와 이벤트는 가능하리라는 점이다. 규제가 풀리지 않아도 SM 지분을 가진 텐센트가 자사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테니 말이다. 더구나 중국에는 대규모 아이돌 그룹 시스템이 없으니 이를 공략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SM의 토대는 아시아에 있는데, 한한령으로 성장이 막힌 면이 있었다. 최근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일자 SM의 미래가 밝게 전망됐고 그런 분위기가 주가에도 반영됐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가 SM 주식을 텐센트에 매각했으니 중국 시장을 포기한 것 아닌가 싶은 의구심도 솟았다. 이를 불식하려는 듯 하이브는 하이브 재팬, 하이브 아메리카, 하이브 라틴에 이어 하이브 차이나를 베이징에 설립한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발표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것이 맞다면 하이브는 중국 시장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대륙 진출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SM 주식 매각이 중국 손절이 아니라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이브가 텐센트에 주식을 넘긴 차익이 50억 정도밖에 나지 않은 탓에 일각에선 이면 계약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었다.
다만 중국이 하이브의 주력 시장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탈중국’ K팝 성공 모델을 구축했다. 하이브가 SM을 멀찌감치 떼어놓은 이유다. 하이브 차이나가 미래를 위해 놓는 디딤돌일 수는 있다. 하지만 중국의 한류 시장이 주로 산둥반도 이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베이징에 설립한 하이브 차이나의 역할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듯싶다.
다음으로 차이나 머니의 침입이라는 부정적인 관점을 살펴보자. 사실상 SM의 2대 주주인 텐센트가 의사결정에 참견할 경우 K팝 콘텐츠에 영향을 미치고 음악적 정체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다. 이는 중국 자본이 국내에 진출할 때마다 늘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과연 텐센트가 중국 대륙에 K팝을 본격적으로 들여와 이익을 얻으려고 할까.
더구나 중국은 공산당의 기조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텐센트가 독단적으로 이를 결정할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은 내부적으로 문화 산업을 육성하려고 한다. 단 중화 전통에 바탕을 둔 것을 장려한다. 유튜브를 차단하고 넷플릭스를 허용하지 않으며 먹방도 금지했다.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는 방식도 이와 비슷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K콘텐츠는 그들의 체제에 더욱 예민한 내용이다. 한두 번 행사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텐센트는 전 세계적에서 인기를 끄는 K팝을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이익을 극대화할 교두보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즉 텐센트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영역은 중화권이 아닐 수 있다. 다른 중국 콘텐츠 기업이 한국 기업 지분을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국 자본이냐 한국 자본이냐가 아니다. K팝 기업의 최대주주들이 갈수록 음악의 본질이나 정체성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SM의 1대 주주 카카오는 텐센트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다. 카카오는 2016년 1조 8700억 원을 들여 ‘멜론’을 인수했다. 하지만 이는 인수합병(M&A)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모바일 플랫폼과 음악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창작자 기반의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역성장으로 나타났다. 카톡과의 연동 효과나 시너지는 없었다. 올 4월 멜론 이용자는 601만 명으로 지난 2023년 4월(714만 명) 대비 약 16% 감소했다. 구글은 2006년 멜론보다 5000억 많은 약 2조 3000억 원으로 유튜브를 인수했고, 그 효과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텐센트로서는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돈을 버는 것일지도 모른다.
플랫폼 기업들은 콘텐츠의 독자적인 기획과 생산보다 유통에 더 집중해왔다.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갈등을 빚은 것도 K팝 정체성과 거리가 먼 경영진의 의사결정에서 기인한다. 그나마 K팝이 지금 이 수준에 이른 것은 업계 출신이거나 그 정체성과 특징을 잘 아는 이들이 소유와 경영을 해온 덕분이다. K팝에 애정을 갖고 정체성과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이 K팝 기업의 최대주주가 되어 경영을 본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텐센트의 SM 지분 인수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이것이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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