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화갤러리아가 파이브가이즈의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파이브가이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기획 단계부터 큰 애정을 쏟은 사업으로 꼽힌다. 김 부사장은 파이브가이즈를 론칭하며 그룹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는데, 이번 매각설로 인해 경영 능력을 재평가받을 국면에 놓이게 됐다.

#잘나가던 파이브가이즈, 왜 매각설 불거졌나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에프지코리아 매각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에프지코리아는 한화갤러리아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미국 수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7개 매장이 영업 중이며, 25일 8호점인 용산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파이브가이즈는 출점 때마다 오픈런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높은 화제성을 자랑했다. 국내 론칭 2년 차인 지난해까지도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2024년 에프지코리아는 매출 465억 원, 영업이익 34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흑자 전환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매각설이 불거지자 업계에선 올해 파이브가이즈의 실적이 하락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긴 대기 줄이 이어지던 론칭 초기 분위기와 달리 최근에는 점심시간에도 대기 없이 이용이 가능할 정도로 방문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정비 부담이 높은 외식업 특성상 매출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누적 적자가 빠르게 쌓여 모회사 또는 그룹 전체의 재무 안정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실적이 이어진 분위기”라며 “파이브가이즈의 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두고 글로벌 본사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방향성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수수료 부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미국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브랜드 사용료)가 높게 책정돼 수익성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실제 에프지코리아는 지난해 총 42억 6068만 원을 지급수수료로 지출했고, 이는 전체 매출의 9.2%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파이브가이즈의 수수료가 다른 해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한상호 영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브랜드 로열티는 통상 매출의 6~7%다. 다만 로열티 외에도 광고,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합친 수수료는 매출의 10~12% 수준이 될 것”이라며 “파이브가이즈의 9% 수수료에 광고비가 포함됐는지가 관건이지만, 브랜드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모회사의 재무 부담과 외식 경기 침체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화갤러리아는 에프지코리아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난해 50억 원, 올해 20억 원을 투입했다. 이달에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로부터 40억 원 단기차입에 나서는 등 지속적으로 자금 수혈을 해온 상황이다. 한화갤러리아는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 중이라 이러한 자금 투입이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면 직접 운영하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는 것은 미래 비전을 상실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추론을 할 수 있다. 프리미엄 시장이 점점 위축되는 상황 등의 영향이 크지 않았겠나”라고 평가했다.

#‘파이브가이즈 효과’ 김동선 부사장 경영능력 재평가
파이브가이즈의 매각설이 제기되면서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 부사장은 승마 선수로 활동하다 다소 늦게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형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비교해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김 부사장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론칭을 주도하면서다.
김 부사장은 파이브가이즈 국내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직접 미국을 수차례 오가며 초기 기획부터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론칭 소식을 회사 공식 발표보다 앞서 개인 SNS를 통해 전할 정도로 파이브가이즈 국내 유치에 상당한 자부심을 보였다.
김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잇따랐다. 2년 반 만에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는 데도 파이브가이즈 론칭 성과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파이브가이즈 매각설이 나오면서 김 부사장의 경영 성과는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F&B 신사업에 대한 관심도에 비해 성과는 미미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간 김 부사장이 선보인 외식 브랜드는 잇따라 폐업했다. 로봇 우동 브랜드 ‘유동’은 지난 5월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철수했고, 로봇 파스타 매장 역시 개점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신사업인 외식사업에 몰두한 사이 본업인 백화점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갤러리아백화점은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을 포함해 광교점, 타임월드점, 진주점, 센터시티점 등 5개 점포 모두 매출이 하락했다. 백화점 업계에서 점유율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김 부사장은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5월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을 론칭했고, 현재 팝업스토어 등을 포함해 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만 경영 능력을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는 만큼 부담감이 클 것으로 본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신생 브랜드인 만큼 지속해서 사업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올해 매장을 1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고 밝혔다.
다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서용구 교수는 “현재 국내 소비 시장은 가성비 트렌드가 지배적이다. 압구정, 강남 등의 일부 상권에서는 프리미엄에 대한 수요가 있을 수 있으나, 전국적인 규모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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