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국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견제에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데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심사도 통과하는 등 기술적 경쟁력도 확보해서다. 이에 그동안 CDMO 사업에서 수혜가 기대됐던 국내 기업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CRDMO(위탁연구개발생산) 기업 우시앱텍의 올 상반기 매출은 208억 위안(4조 17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0.6% 증가한 것으로, 우시앱텍의 지난해 매출(392억 4100만 위안)이 전년보다 5.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뚜렷하다.
여기에 세계 2위의 중국 CDMO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도 최근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심사 허들을 넘었다. 중국 우시에 위치한 PFS(사전충전 주사기) 제조시설 다섯 곳이 FDA의 사전 라이선스 검사(PLI)를 통과한 것. PLI는 FDA가 의약품 품목 허가에 앞서 생산시설의 품질관리기준(GMP) 준수 여부, 데이터 신뢰성 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다.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이 FDA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여서 생물보안법 등의 리스크에서 한 발짝 비껴간 모양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간 갈등과 관계없이 중국 CDMO 기업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이 많은데 믿고 맡길 수 있는 CDMO 기업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많지 않다”면서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가격은 물론 기술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가진 곳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2023년 12월부터 제정이 추진된 생물보안법은 미국인 개인 건강과 유전정보를 우려 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적대적 해외 바이오기업’의 장비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데,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주요 타깃이다.
미국 정부의 규제가 강해지면서 우시앱텍은 지난해 말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사업부인 우시어드밴스드테라피와 옥스포드제네틱스를 미국 민간 투자기업 알타리스에,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올 1월 아일랜드에 있는 백신 공장을 미국 제약사 머크(MSD)에 각각 매각하기도 했다.
미국 의회가 지난해 제정이 불발된 생물보안법의 입법을 연내 다시 추진하고 있지만, 법 제정을 막기 위한 움직임도 만만치 않아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올 상반기에만 미국 의회를 상대로 각각 70만 달러, 57만 달러를 들여 적극적인 로비 활동에 나서고 있어서다.
중국 CDMO 기업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CDMO 기업의 수혜 여부에 신중한 전망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미·중 갈등, 관세 부과 등의 영향이 아직 바이오산업계에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면서 “미국 정부의 강경 기조가 계속되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기존 분위기가 금방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 시장 변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빅파마가 신규 계약을 추진할 때 중국 CDMO 기업과의 협업에 부담을 느낄 수 있어 국내 CDMO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CDMO 기업 관계자는 “우시앱텍이 미국 기업과만 사업하는 것은 아니기에 상반기 실적이 늘었다고 해서 생물보안법 등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미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 기업을 견제하고 있어 국내 CDMO 기업은 여전히 수혜가 예상된다”고 장밋빛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세계 최대 의약품 생산 역량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상반기 CDMO 사업 매출도 2조 138억 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1조 4797억 원)보다 36%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인적 분할 계획을 밝히며 CDMO 전문 기업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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