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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인상, 번개머니 도입…번개장터 '승부수'에 우려 커지는 까닭

이용자 이탈 감수하면서까지 수수료 인상 "상황 절박 신호"…번개장터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

2025.08.28(Thu) 11:03:40

[비즈한국] 번개장터가 중고거래에 수수료를 도입한 지 1년 만에 수수료 인상을 공지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번개장터는 안전결제를 의무화하며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해 사용자들이 이탈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번개장터가 사용자 반발을 예상하면서 인상을 강행한 것을 두고 그만큼 경영 상황이 절박하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판매 수수료를 3.5%에서 6%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번개장터 제공

 

#판매수수료 3.5%에서 6%로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가 9월 17일부터 판매수수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현재 수수료율 3.5%인 일반상점(개인 판매자) 수수료는 6%로, 프로상점(전문 판매업자)은 기존 5%에서 6~10%(카테고리별 상이)로 인상될 예정이다.

 

수수료 조정과 함께 번개장터의 자체 화폐인 ‘번개머니’를 새롭게 선보인다. 번개장터 측은 거래 편의성과 판매자 혜택 강화를 위해 새로운 입금·결제 수단인 번개머니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번개머니의 사용처를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나, 현재는 번개장터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번개장터는 판매자들의 번개머니 활용을 유도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 혜택도 내걸었다. 판매자가 중고물품을 판매하고 정산금 입금을 번개머니로 할 경우, 상품 금액의 2.5%를 추가로 돌려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0만 원짜리 상품을 판매하면 6%의 수수료가 차감돼 9만 4000원이 정산되지만, 입금 방식을 번개머니로 선택하면 6000원 수수료 차감 후 2500원의 추가 혜택을 받아 9만 6500원을 정산 받게 된다.

 

하지만 사용자 사이에서는 번개머니 추가 혜택이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번개머니로 받은 추가 혜택분이 현금 인출 시 소멸하기 때문이다. 한 이용자는 “결국 판매금액을 인출할 때는 혜택 금액이 제외되기 때문에 의미 없는 정책이다. 말장난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업계는 번개머니 도입이 단순한 편의성 강화 차원을 넘어선 전략적 시도로 본다.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판매자 반발을 완화하는 동시에, 플랫폼 내 자금을 붙잡아두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거래대금을 번개머니로 받아두면 판매자가 다시 번개장터에서 소비하게 돼 이용자 이탈을 막을 수 있다”며 “거래대금이 번개장터 내 예치되면서 이 예치금을 활용한 이자 수익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용자들의 불신이다. 최근 티메프, 발란 등 유통기업이 잇달아 기업회생에 들어가면서 사용자들은 플랫폼 자체 화폐 사용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하루아침에 문 닫는 기업들을 봤기 때문에 불안감이 크다. 번개장터가 적자 상황임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현금을 플랫폼 안에 묶어두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번개장터 측은 “선불 충전금 문제였던 티메프 사태는 판매 대금을 정산 받는 형태의 번개머니와는 다르다. 또 번개머니는 번개장터 계좌가 아닌 에스크로 계좌에 보관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번개장터는 2020년 사모펀드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줄곧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번개장터 제공

 

#적자 계속, 수익성 개선 절실

 

번개장터는 지난해 8월 결제 대금 예치 기반 시스템인 ‘안전결제’를 의무화하면서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도 이탈했다.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96만 명 수준이던 번개장터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숫자(MAU)는 9월 284만 명, 10월 282만 명, 11월 280만 명으로 석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연말부터는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 7월에는 월간 사용자 수 295만 명으로 작년 8월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용자 수를 겨우 회복한 번개장터가 수수료를 인상함에 따라 다시금 사용자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번개장터가 사용자 이탈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수수료 인상을 결정한 것은 수익성 개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2020년 사모펀드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프랙시스)가 경영권을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번개장터는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낸 회사로 꼽혔다. 하지만 인수 이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번개장터는 13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21년에는 적자가 393억 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에도 번개장터는 ‘올해를 흑자전환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 2024년 매출은 4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5% 늘었지만, 영업손실 196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수수료 부과 효과는 나타났다. 지난해 번개장터의 매출액 가운데 결제수수료 매출은 226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50.4%를 차지했다. 적자 폭도 전년(216억 원) 대비 20억 원 줄였다. 프랙시스가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가장 적은 손실액을 기록했다. 이번 수수료 인상이 흑자전환을 노린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다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리셀 플랫폼 크림은 중고 명품 거래를 본격화했고, 무신사도 패션 중고거래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후발주자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패션 리커머스 플랫폼 차란의 MAU는 지난해 3만 8000명에서 지난달 14만 명으로 268% 증가했고, 후루츠패밀리도 같은 기간 1만 8000명에서 4만 8000명으로 166% 늘었다.

 

이종우 교수는 “번개장터가 상당한 모험을 하는 분위기다. 3%대 수수료와 6% 수수료는 차이가 크다. 수익이 개선될 수 있지만,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사용자가 이탈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번개장터도 이런 우려를 인지했을 텐데 수수료 인상을 밀어붙인 것은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전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중고거래 플랫폼으로서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왔기 때문에 지난해 수수료 인상 후 일부 나타났던 이탈률이 금방 회복됐다”며 “당장 흑자전환을 목표로 한다기보다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 투자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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