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IT·엔지니어링 업체 포스코디엑스(DX)가 포스코그룹 계열사 최초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시장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G(지배구조)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간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 노력이 퇴색될 위기에 처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달 28일 포스코DX에 공시불이행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지난 4월 30일 캐나다 양극재 기업 얼티엄캠과 스마트팩토리 자동화시스템 공급계약 체결한 사실을 지난달 8일에야 공시했다는 이유에서다. 벌점은 없었지만 제재금 800만 원이 부과됐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올 2월
‘2024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공시우수법인’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체계적인 공시관리시스템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가운데 계열사 포스코DX가 그룹사 중 처음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로 평가받는다. 기업이 공개해야
할 중요 정보가 적시에 공개되지 않아 투자자 및 주주가치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SG 경영 실천에 꾸준히 공들여온 포스코DX로서는 ESG 평가 등급 하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7월 한국ESG기준원은 12개사의 ESG 등급을 하향 조정했는데, 이 중 한국투자증권의 조정사유는 금융감독원 제재 발생 및 공시위반 또는 부실공시 발생이었다.
ESG 등급이 떨어지면 ESG 실천 현황을 중시하는 기관투자자나 해외펀드의 투자가 줄어들 수 있고, 신뢰도가 낮아져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가 높아지는 등 불리한 조건에 처한다. 최근 글로벌 기업은 협력사의 ESG 평가 등급이 낮으면 거래를 축소하거나 아예 공급망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포스코DX는 2021년부터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며 ESG경영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친환경
미래 소재의 의미를 담은 ‘GREEN’을 키워드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를 포괄하는 5대 ESG 전략을 수립해 중점영역별 추진 과제를 발굴, 이행 중이다. 한국ESG기준원 평가등급도 2020년
B+(양호)등급에서 2021년 A(우수)등급으로 높아진 이후 지난해까지 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특정 대주주가 없는 ‘소유분산’의
대표적 기업인 포스코그룹에서 ESG경영의 중요성은 크다. 현재
국내 10대 그룹 중 포스코그룹만이 오너 일가 없이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고 있다. 여러 주주들이 지분을 나눠 가졌기에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는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최정우 전 회장 시절부터 포스코그룹은 ESG 경영을 강조하며
그룹 차원에서 성과를 관리하고 있다.
포스코DX 내부에서는 이번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놓고 내부통제가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공시만 담당하는 조직이 있는데도 3개월 이상 지연 공시라니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회사에 손실을 입혔는데도 아무 조치가 없는 게 더 문제’라는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을 올린 직원들은 공시 담당 책임자 문책, 대외 신뢰 회복 방안 마련, 재발 방지 대책 공지 등을 촉구했다. 일부 직원은 ‘포스코DX 감사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니 홀딩스 감사실에서 조치를 해 달라’는 불만을 드러냈다. 포스코DX 관계자는 향후 방침을 묻는 질문에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없고 규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포스코DX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최근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포스코그룹 전체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사절단에 재계 6위 포스코홀딩스의 장인화 회장이 제외돼 ‘포스코 패싱’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포스코이앤씨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해 대통령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정희민 대표가 사임하고 포스코홀딩스 안전특별진단TF팀장인 송치영 사장을 대표로 선임하는 등 포스코그룹은 분위기 전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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