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신보 ‘카르마(KARMA)’로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7연속 1위를 차지했다. 6연속부터 빌보드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라 더 의미가 크다.
‘K팝다움’을 갖고 있으면서 그 한계를 벗어난 그룹이 스트레이 키즈다. K팝의 역동적인 칼 군무를 보여주면서 완벽한 융합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은 그들이 기획형 아이돌의 틀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스트레이 키즈는 다양한 음악 장르를 소화하면서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하기로 유명한데, 아티스형 아이돌이자 기획형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노래 가사가 매우 독특하고 그 내용을 곱씹을수록 유희와 의미, 나아가 문화적 가치까지 느낄 수 있다. 가사의 언어유희는 찐팬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배경이 될 수 있다.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유희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이중적인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 ‘3RACHA’는 방찬, 창빈, 한으로 구성된 유닛명이고 같은 곡명의 노래가 있다. “우리가 하는 말 다 이끌어 마차”라는 가사를 보면, 여기에서 말은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음성 언어인 ‘말’과 동물 ‘말(馬)’이 있다. 우리가 나누는 말이 우리를 끌어주는 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Charmer’에서는 “구구년생 셀럽 거머리처럼 딱 붙지 길거리의 비둘기도 구구대며 follow me”라는 가사가 나온다. 구구거리는 비둘기가 구구년생인 자신을 따를 만큼 매력이 있다는 뜻을 담았다.
‘Winter Falls’의 “떨어진다 눈이, 떨어진다 우린”이라는 가사에는 밑으로 떨어지는 추락과 사이가 벌어진다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았고 “그때가 그리운 건지, 그대가 그리운 건지”에서는 ‘그때’와 ‘그대’의 비슷한 발음을 재밌게 표현하려 했다. ‘ROCK(돌)’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때 돌이 지나기 전 그때로 돌아가는 것은 어떨까 돌이 되는 꿈이나 꿀래”라는 가사가 있는데, ‘돌’은 한 살 생일인 ‘돌’과 암석 ‘돌’을 뜻한다. ‘잠깐의 고요’에서는 “끓어올라 주전자에 담긴 화, 끌어올려 거기 화에 갇힌 날, 그 화가 꽃이었음 좋겠네, 불바다 말고 꽃밭이었음 해”라는 가사를 통해 감정 면에서 화를 꽃과 대비하고 있다. 반대되는 명사가 대구를 이루면서 화를 승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ALL IN(Korean Ver.)’에는 “끝까지 남아야지 튀어 대부분 튀어”라는 가사가 있는데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것과 뛰어 내빼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
‘神메뉴’에선 “新(새 신)”이 아닌 “神(귀신 신)”을 써서 새로운 메뉴, 신의 메뉴, 또 매울 신(辛)으로 매운 메뉴, 이렇게 세 가지 의미가 포함된다. ‘마라맛 K-POP’이라는 그들의 음악 정체성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게 우리 탕 탕 탕탕”은 한식의 ‘탕’과 총성의 ‘탕’이 같이 들어 있다. “DU DU DU”를 외치는 타이밍에 총성 소리가 들린다. ‘타’에서는 “올라타올라올라타올라올라타올라 타 타”라고 해서 단순히 타라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올라타(ride)와 타올라(burn)을 중의적으로 활용했다. “난리 날 리 없어 난리법석 할 리 없어”에서도 비슷한데 ‘난리’, ‘날 리’, ‘할 리’로 발음이 비슷하지만 그 의미는 다 다르다.
다음으로 비슷한 단순히 음을 이용한 언어유희다. ‘Hellevator’에서는 “멀어져 가는 교실 복도 낯선 길 위에 지지리도 복도 없지”라고 해서 ‘복도’와 ‘복’이라는 말을 연이어 사용해서 상황과 공간을 잇고 있다. ‘Give Me Your TMI’에서는 “딩동댕 아니면 땡 딩동댕 아니면 땡땡땡 머리는 띵 주변은 핑 돌아가 돌고 돌아 뱅뱅뱅”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댕, 땡, 뱅, 띵, 핑의 비슷한 발음일 뿐 다른 의미나 맥락은 없지만 말의 재미가 있다. ‘특’이라는 곡에서는 전체적으로 ‘특’을 이용했다. “힙합 스텝 큼지막이 밟지 특출 난 게 특기 내 집처럼 드나들지 특집 작업실은 안 부러워 특실 득실득실거려 독보적인 특징”이라는 가사도 ‘특’, ‘득’의 비슷한 발음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한다. ‘Muddy Water’에서 “고인물은 가라 goin’ water”라면서 ‘고인’과 ‘goin(고인)’의 비슷한 발음을 활용하고 물은 water를 사용해 한국어+영어의 독특한 언어유희를 보인다.
‘거미줄’에는 “거미줄”과 “Got me got me got me”가 등장하는데 ‘거미’와 ‘Got me(갓미)’의 발음을 연결했다. ‘GO生’에서 “I know, you know, we know, Lee Know”라는 가사가 있는데 멤버 리노 본인을 등장시켜 재미를 준다. “사실 맘은 다 급해도 다급한 일이 아니면 사실 다 귀찮은 거 다 알아 걍 천천히 가”에서는 ‘다 급해도’와 ‘다급하다’를 연결 지었다.
다른 의미로 확장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Grrr 총량의 법칙’에서 ‘Grrr’는 맹수가 으르렁대는 소리지만, 비속어도 된다. 자신에게 쓸데없는 소리로 개입하는 어른들의 행태에 대한 저항이다. ‘Mixtape: Gone Days’에서 ‘Gone Days’는 아예 꼰대를 짚었다. 실제 노래할 때도 ‘꼰대’로 발음한다. ‘잘 하고 있어’에서 영어 제목이 ‘Grow Up’인데, “잘 하고 있어”를 발음하면 “자라고 있어”가 되기에 “Grow Up”이라고 했다. 성장 서사가 중요한 K팝에 부응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Mirror’에서는 “거울(mirror) 속에 비친 난 미로”라는 가사가 있는데 미러와 미로가 비슷한 발음이지만 복잡한 혼란스럽고 심경을 담고 있다. ‘Get Cool’에서는 곡 제목이 ‘개꿀’을 의미한다. 노래를 부를 때 발음도 ‘개꿀’로 한다. 중요한 것은 일상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을 표현한 점이다. “So so 하지만 운수 좋은 날”은 “그냥 저냥”의 “So-so”와 “소소한”을 연결 지었다. “그냥 저냥 소소하게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할 수 있다.
합성어를 통한 언어 유희도 살펴볼 수 있다. 곡 제목 ‘Hellevator’는 ‘Hell’과 ‘Elevator’를 합한 것이다. 데뷔 과정을 엘리베이터와 지옥으로 비유했다. 무대에 데뷔하러 올라가기는 하는데 그게 지옥, 아니 무척 힘든 무대라고 솔직히 드러내니 친근감이 느껴진다. 노래 제목 ‘Christmas EveL’은 ‘Christmas Eve’와 ‘Evil’을 합쳐 영화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평가가 많았다. ‘GO生’에서는 “빨리 가기 싫어 그냥 놀래 놀부처럼 놀래 빨리 가기 싫어 그냥 놀래 흥부자가 될래 놀래”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놀부’ 때문에 ‘흥부자’라는 가사가 자연스럽게 ‘흥부’를 생각나게 한다. ‘씩(SSICK)’에서는 “I’m so sick, Me so sick”라는 영어 가사가 나오는데 ‘미소’와 ‘난 정말’이라는 ‘Me so’, 그리고 여기에 ‘쩐다'라는 뜻의 슬랭 ’Sick‘과 미소를 드러내는 의태어 ’씩‘이 함께 중의적으로 사용되었다.
전통 음악 가사에서 따온 언어유희도 있다. 한국어를 영어로 재밌게 녹이기 위해 분투하며 전통적인 면모까지 놓지 않는 스트레이 키즈의 정체성을 생각하게 해준다. ‘Easy’에서는 “엎고 놀자 먹고 놀자 엎고 놀래 엄마 몰래 다 엎고 놀래 모두 놀래”라는 가사는 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사랑가의 가사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에서 따온 것이다. 안무에서 필릭스가 손가마를 타는 것을 보면 판소리 춘향가에 연원했음을 알 수 있다.
안티팬에 대한 유희도 있는데 이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했다. 예컨대 ‘소리꾼’에서는 “나무꾼은 어서 돌아가시오, 여긴 나무랄 데가 없네”라는 가사는 나무 할 데가 없기 때문에 나무꾼은 돌아가라는 것인데 나무꾼, 즉 자신들의 음악에 잔소리하는 사람들에게 나무랄 데가 없으니 가라는 표현이다. 사실상 안티들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구전 동요와 어린 시절에 즐겨 하던 놀이를 접목한 가사도 있다. ‘땡’에서는 “얼음 땡 얼음 땡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땡”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아이들이 하는 놀이의 일종인 얼음땡과 구전 동요 해골바가지의 가사를 결합했다. “두 손 머리 위로 (손 들어) 해방감을 느껴(다 turn up) 술래 오기 전에 튀어 얼음 땡 얼음 땡”이라는 가사는 구전 동요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감정과 뜻을 창의적인 노래로 소화하고 있다. ‘Mixtape #5’에서는 “이불 밖은 추워도 돼 보리 보리 쌀쌀해도 잠자리 적정 온도 유지해줄래”에서는 어린 시절에 많이 했던 보리쌀 놀이를 응용했다.
단순히 가사만이 아니라 이제는 앨범 제목까지 언어유희로 만든다. ‘GO生’은 ‘고생’을 의미하기도 하고 “인생을 살아라” 또는 “생기 있게”라는 뜻의 ‘Go Live’를 의미한다. 이때부터 앨범 제목까지 언어유희에 몰입하기 시작했다는 시각이 있다. ‘合(HOP)’은 앨범 이름이 언어유희인데, 힙합의 ‘hop’과 합할 ‘합(合)’의 결합이다. 또 도약한다(hop)는 뜻도 있다. 즉 세 가지 의미를 모두 앨범 이름에 담았다. ‘MAXIDENT’는 최대한을 뜻하는 ‘Maximum’과 사고라는 의미의 ‘Accident’, 사건이란 뜻의 ‘Incident’를 결합해 생각지 못하게 닥친 대형 사건 사고를 가리킨다. 음반 제목 ‘ATE’의 발음은 숫자 8의 Eight와 비슷한데, 영어권 속어로 ate는 ‘멋있다, 찢었다’라는 칭찬의 뜻도 있다. ‘樂-STAR’에서는 즐길 락과 발음이 같은 Rockstar로 생각할 수 있다. ‘ODDINARY’는 이상하다는 ‘Odd’와 평범하다는 ‘Ordinary’를 합쳤다. 상반되는 단어다. 그래서 형용 모순이라는 뜻이 평가가 있다.
이러한 언어유희는 금방은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노래를 반복해 듣다 보면 의미를 깨닫고 매혹되어 코어 팬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스트레이 키즈가 글로벌 앨범 차트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는 하나의 이유다. 특히 한국어를 잘 살려서 언어유희를 만들기에 한국어의 확산에도 나름 기여를 한다. 한국어를 세계에 알리는 데 어떤 방식이 유효한지 스트레이 키즈가 잘 보여주고 있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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