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0·15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질문 앞에 서서,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하나를 풀듯, 한 가닥씩 꺼내어 보자. 이 대책은 단순히 규제의 강도를 높인 정책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위에서 시장과 정부의 힘들이 서로 충돌하고 조율하는 복합적 이야기다.

1. 새로운 규제가 던진 첫 번째 충격
2025년 10월 중순,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3중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더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칼을 껴안았다. 동시에, 주택담보대출(LTV)은 70%에서 40%로 축소되었고, 전세대출 이자의 일부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포함된다. 세금 조항도 강화되어, 다주택자 부담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 모든 변화가 상징하는 건 단순한 조정이 아니다. 정부는 명확히 말했다. “이제 시장은 정책의 영역이다.” 이 말은, 더 이상 부동산을 자유롭게 거래하거나 투자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를 좁히겠다는 선언이다. 그런데 이렇게 묻고 싶다. 규제를 강화하면, 시장은 언제까지 순순히 복종할까?
2. 표면 아래 흐르는 시간의 간극
정책은 즉각적인 반응을 만든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매수자는 잠시 멈춘다. 허가제가 생기면 거래는 복잡해진다. 중개업자는 계약을 주저하고, 매도자는 매물을 거둔다. 그렇게 거래량은 급감한다.
그런데 이 급감이 당장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회의적이다. 왜냐면, 주택은 ‘살아야 할 공간’이자 ‘정주 자산’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팔아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은 팔지 않는다.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릴 이유도 없다. 시장은 숨고르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시간은 흐른다. 수개월, 수년이 지나면 처음의 규제 충격은 점차 균열을 낸다. 전세시장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입주 물량 부족이 현실이 된다. 규제를 비켜가려는 수요는 틈새로 흘러들고, 규제를 뚫을 수 있는 ‘현금 중심’ 수요는 여전히 살아남는다. 그렇게 가격 반등의 동력이 자라난다.
이 시간의 간극(정책 충격과 시장 반응 사이의 시차)이야말로 10·15 대책이 가진 가장 강한 축이다. 단기에는 규제가 시장을 억누를 수 있어도, 중장기에는 결국 시장의 논리가 다시 움직일 힘을 만든다.
3. 거래의 멈춤과 실질적인 가격 조정의 부재
시장을 관찰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거래 없는 시장이다. 중개업소들 문은 열려 있어도 발길이 끊긴 듯한 기운이 흐른다. 매수자도, 매도자도, 일단은 지켜보려는 태도로 돌아간다.
이때 종종 ‘가격 눌림’이란 표현이 회자되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르다. 일부 급매물이 나오고, 일부 소폭 가격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극히 제한적이고 국지적이다. 시장 전체가 함께 흔들리지는 않는다. 왜냐면 많은 주택 소유자는 매각을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가격이 막 빠지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가격이 ‘하락’하는 대신, 거래가 ‘정체’되는 쪽이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나는 이것을 “유령 시장”이라고 부르고 싶다. 거래는 사라졌지만, 가격은 제자리에 남는다.
4. 전세시장, 그 겉과 속의 균열
거래가 멈춘 자리는 전세시장이 흔들리면서 더 또렷해진다. 규제는 갭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대출 기준이 엄격해지고, 실거주 의무가 늘어나면, 전세 보증금을 끼고 매매를 하는 구조는 무너진다. 매물이 시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한다. ‘내놓을 수 있는’ 전세 물건이 급감하는 것이다.
그 결과, 전세 가격은 오르고 전세가율은 상승한다. 전세가율이 상승하면 이는 매매가의 재연결 선이 된다. 매수자 일부는 전세보다는 매매 쪽으로 눈을 돌린다.
전세시장에는 일종의 ‘압력기’가 생겨난다. 규제로 인해 누적된 수요는 전세에 몰리고, 전세 가격이 오르면서 매매 시장에도 반향을 주는 것이다.
5. 공급의 약속과 실현의 간극
정부나 지자체는 규제와 동시에 공급 완화 쪽 메시지를 내놓는다. 재건축 속도를 높이겠다, 용적률 특례를 확대하겠다, 준공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공약이 들린다.
그러나 공급은 즉시 나오지 않는다. 재정비사업 허가, 설계, 착공, 준공까지 건설사슬은 길다. 5년, 7년, 때론 10년 단위로 흐른다.
그 사이,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과 세제 규제는 사업 지연을 촉진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조합은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속도를 늦추거나 보류할 여지마저 생긴다.
결국, 정부가 공급 카드를 꺼냈다 해도 시장은 이를 믿기 전까지 기다릴 것이다. 공급의 약속과 실현의 간극이 커질수록, 희소성 프리미엄이 커지고 가격 상승 압력은 더 강해진다.
6. 구조적 양극화와 ‘살아남는 자’의 시장
이 대책이 시장에 남기는 무서운 흔적은 바로 양극화다. 규제가 강한 지역과 약한 지역, 고가 주택과 중저가 주택, 현금 보유자와 대출 의존자 사이의 격차가 벌어진다.
고가 주택은 규제로부터 어느 정도 방어막을 갖는다. 대출이 어려워도 일부 현금 중심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저가 주택은 대출이 중요하고, 규제에 더 민감하다. 중저가 주택의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더 크다.
또, 규제의 복잡성과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업자, 자금 사정이 불안한 조합은 시장에서 도태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자금력 있고 안정적인 사업자, 좋은 입지 자산을 가진 쪽은 경쟁 우위를 유지한다. 결국 시장은 강한 자 중심으로 재편될 여지가 크다.
7. 내러티브를 넘어: 시장과 정책의 끝없는 밀당
지금 우리는 정책과 시장이 서로 밀고 당기는 시기에 있다. 정부는 “수요를 억제하겠다”고 규제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상승 기대를 꺾으려 한다. 하지만 시장은 금세 반응한다. 규제를 우회하거나 돌파할 길을 모색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규제의 유효성은 약해지기도 한다.
나는 이 밀당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추가 보완책을 내놓을 것이고, 시장은 규제의 빈틈을 공략할 것이다, 정치 일정과 선거 압력은 정책 전환의 변수로 개입할 것이다. 그 사이, 시장 참여자는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 단기 충격을 과민 반응해선 안 된다. 하지만 중장기 방향성도 무시할 수 없다.
8. 눌림목일까 전환점일까
10.15 대책은 어쩌면 시장에 던지는 거대한 시험지일지도 모른다. “규제가 시장을 이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우리 모두 답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지금은 눌림목의 시기일 수 있다. 그러나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규제 효과는 점차 누그러지고, 가격 반등의 불씨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다만 그 반등이 모든 지역, 모든 계층에 고루 오지는 않을 것이다. 중심지 중심, 현금력 중심, 강한 사업자 중심의 상승이 더 뚜렷해질 것이다.
시장 참여자라면,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경계하길 바란다. 눈앞의 충격을 견디되, 중심을 잃지 않는 균형 있는 전략을 세우길 바란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시장과 정책 사이의 밀당을 지켜보며 길을 찾아가는 것이 정부의 규제 대책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가 될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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