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티웨이항공이 지난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유럽행 노선 운항을 시작했지만 수익성이 오히려 악화됐다. LCC 특성상 대형항공사(FSC)보다 운항 요금이 저렴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변수도 여전한 탓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면서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항공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유럽 노선, 기대만큼 수익 못 올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6월 인천~파리, 인천~프랑크푸르트,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이들 노선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관된 것이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유럽 노선 이관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취항 당시 내부 기대감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각종 초특가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신규 멤버십 제도도 도입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당시 “많은 분들이 기다린 로마와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항공권 스케줄을 오픈하며 역대급 운임 이벤트와 풍성한 혜택을 마련했다”며 “티웨이항공은 증가하는 유럽 여행 수요에 부응하며 더욱 편안하고 안전한 여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운항 이후 실적이 추락했다. 지난해 1분기 76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 달리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 지난해 분기당 영업손실은 수십억 원 규모였지만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783억 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티웨이항공의 자본총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마이너스(-) 423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무엇보다 티웨이항공의 유럽 노선이 기대만큼 수익을 거두지 못한다는 평가다. 티웨이항공의 유럽 항공권은 FSC인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저렴하다. 그런 데다 항공기 좌석수도 대한항공보다 적다. 이 때문에 항공권을 많이 팔더라도 대규모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티웨이항공이 유럽 노선 운항에 사용하는 항공기는 ‘A330-200’ 6대와 ‘B777-300ER’ 2대다. 이 가운데 A330-200의 좌석수는 246석으로 대한항공 항공기 좌석수가 대부분 300석 이상인 것과 차이가 크다. 티웨이는 좌석수 347석의 항공기 ‘A330-300’도 4대 갖고 있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A330-300은 항속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 러시아 영공을 통한 경로로만 유럽을 갈 수 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탓에 러시아 항로를 이용할 수 없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A330-200 기종은 항속거리가 길지만 충분한 매출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여기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행태적 조치로 인해 장거리 운임을 인하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독과점을 견제해야 하는 티웨이항공의 유럽 영업에 차질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유럽행 노선뿐 아니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기존 LCC 노선도 과거에 비하면 실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날씨·지진 등 요인으로 6월 이후 일본 노선의 수요 둔화세가 포착되고 있다”며 “LCC는 일본·동남아시아 노선의 매출 비중이 60% 이상이기 때문에 LCC의 실적 눈높이를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이어 “향후 중국인의 한국여행 무비자 제도가 시행된다면 항공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LCC의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은 10%에 불과하다”며 “보유 노선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관련 수혜는 상대적으로 FSC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명소노그룹 “티웨이 자본잠식부터 해결”
다만 대명소노그룹이 최근 티웨이항공을 인수함에 따라 재무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 8월 28일 유상증자 형태로 티웨이항공에 1100억 원을 투입했다. 티웨이항공은 9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도 발행하기로 했다. 급한 불은 끄게 된 셈이다.
항공업계에서는 티웨이항공의 추가 투자 여부를 주목한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조만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노선을 재분배할 예정이다. 이 역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노선들로 독과점 해소를 위해 재분배하는 것이다. 재분배 대상 노선은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지역 노선들이다. 저비용항공사(LCC)가 주로 운항하는 노선들이다.
재분배를 받는 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추가 노선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항공기 도입, 현지 사무소 설치, 인력 채용 등의 투자가 필요하다. 티웨이항공이 최근 적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명소노그룹의 추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티웨이항공 모회사인 소노인터내셔널도 재무구조가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소노인터내셔널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612.14%다. 부채총액은 4조 7624억 원에 달하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470억 원 수준이다. 소노인터내셔널은 당초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티웨이항공 지원을 위해 IPO도 연기한 상태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 8월 “티웨이항공의 자본잠식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티웨이항공의 소액주주 보호와 나아가 소노인터내셔널의 투자자가 될 주주 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며 “(IPO 연기는) 단순한 연기가 아닌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제고를 공고히 하기 위한 주도적인 선택”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재분배되는 노선은 대체로 알짜 노선이라는 평가다. 당장 큰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다. 티웨이항공이 이번에도 노선을 재분배받으면 제주항공과 LCC 1위 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 항공업계에서 티웨이항공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티웨이항공은 이미 매출로는 제주항공을 앞섰다. 티웨이항공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8245억 원, 제주항공은 7171억 원이었다. 다만 제주항공의 매출 감소는 지난해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의 영향이 크다. 티웨이항공은 노선 재분배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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