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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욱의 나쁜골프] 외국인은 절대 못 알아듣는 '콩글리시' 골프 용어

'필드', '더블파', '라베', '라이', '라운딩'…고치자는게 아니라 알고는 써야

2026.06.18(Thu) 16:01:32

[비즈한국] 골퍼들이 많이 쓰는 말이 있다. ‘필드’다. “필드는 언제 나가?” “주말에 필드 가거든”이란 대화 중의 ‘필드’다. 연습장에서는 잘 맞는데 필드에서는 안 된다고 푸념하기도 하고, 프로가 라운드를 함께하며 스윙 팁과 매니지먼트 방법 등을 전달하는 것을 ‘필드 레슨’이라고 한다. 미국인이나 영국인에게 ‘필드 레슨’이라고 하면 알아들을까?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골퍼에게 ‘필드’는 곧 ‘골프 코스’지만, 그들에게 ‘필드’는 골프장 혹은 골프 코스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홈구장이 시티 필드고, 시카고 컵스의 구장이 리글리 필드이며,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홈구장이 안필드이긴 하지만, 그들에게 골프 코스는 골프 코스라는 말로만 쓰인다. ‘필드 레슨’은 ‘플레잉 레슨’이나 ‘온 코스 레슨(on-course lesson)’이라고 해야 한다. 대한민국 골퍼들의 ‘필드’는 안타깝게도 대표적인 콩글리시다.

 

골프가 한국에 들어오고 일본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우리만의 표현이 만들어졌다. 그래도 외국인과 라운드할 때는 좀 더 정확한 표현을 쓸 필요가 있다. 사진=생성형AI

 

물론 이 말이 잘못되었으니 쓰지 말자는 말은 아니다. 알고는 있자는 것이다. 혹시 외국에 가서 라운드를 할 기회가 있다면, 외국인들은 이렇게 말하면 못 알아들으니 그때는 정확한 영어 용어를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사실 ‘필드’라는 말은 말만으로도 대한민국 골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마치 가장 잘 꾸며진 자연으로 소풍 가는 듯한 기분을 주는 말이지 않은가.

 

스포츠 용어는 그 종목이 시작된 종주국의 언어를 따른다. 태권도의 용어는 한국어로 되어 있고, 유도는 일본어로 되어 있다. 용어 중에 유독 영어가 많은 것은 인류의 많은 스포츠가 영어권, 특히 영국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골프 역시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스코틀랜드의 고어로 된 용어들이 점점 영어화되었고, 특히 18, 19세기 대영제국 시절의 귀족들은 골프를 더 넓은 세계로 확산시켰으며, 룰도 용어도 체계화했다.

 

1900년 즈음 조선에 골프가 처음 들어오고 일본의 영향을 받기도 하면서 우리만의 골프 용어들이 탄생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더블파’다. 양파를 뜻하는 더블파는 스크린 골프에서 마치 공식적인 용어인 양 쓰이기도 한다. 누군가 미국인 골퍼에게 물었다. “한국에서는 골프에 ‘더블파(double par)’라는 게 있다. 어떤 뜻인지 맞혀봐라.” 미국인 골퍼가 대답했다. “한 홀에서 2개 오버한 거?” 그에게 더블에 대한 인상은 더블보기 쪽에 가깝다. 한국과 일본에서만 쓰는 용어가 더블파다. 물론 일본에서는 ‘다부르파’다.

 

대한민국 골퍼들이 정말 사랑하고, 라운드를 나갈 때마다 가슴 한켠에 기대와 함께 잘 보관하고 있는 단어가 ‘라베’다. 라베가 무슨 말의 약자냐고 물어보면 ‘life best’ 혹은 ‘lifetime best score’라고 잘 대답하기도 한다. 우리가 너무 사랑하는 ‘라베’도 영국, 미국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단어다. 단어의 생김새가 그럴듯해 알아들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들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아마도 “뭐라고?”일 가능성이 높다.

 

‘퍼스널 베스트 스코어(personal best score)’ 혹은 ‘커리어 로우(career low)’란 말로 쓰인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게 바꿔 쓰자는 말은 아니다. 우리가 써 온 말들에는 그 시간의 추억과 장면의 추억이 함께 스며들어 있다. 대한민국 골퍼들에게 ‘라베’는 분명 ‘퍼스널 베스트 스코어’ 그 이상의 간절한 희망과 로망이 들어 있다.

 

많은 대한민국 골퍼들은 ‘라운드’를 ‘라운딩’이라고 한다. 심지어 줄여서 ‘란딩’이라고도 한다. 영미권 외국인들에게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어색한 말이지만, 라운드보다 라운딩은 왠지 더 명랑하고 신나 보인다.

 

알아는 두자는 의미에서 몇 개를 더 말해보겠다. 파3를 숏홀이라고, 파4를 미들홀이라고, 파5를 롱홀이라고 하는 것도 대한민국 골퍼들만의 용어다. 그 뜻과 쓰임을 잘 생각해보면 분명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레슨 프로그램에서 많이 나오는 ‘핸드 퍼스트’도 ‘핸드 포워드’가 맞는 말이다. 볼이 놓인 상태를 뜻하는 ‘라이(lie)’는 라이가 좋다, 나쁘다로 쓰이지만, 우리는 왼쪽 라이, 오른쪽 라이처럼 경사(break)라는 의미로 쓰고 있다.

 

외국인과 라운드를 해보면 그들은 ‘나이스’란 말을 많이 쓰지 않는다. 우리는 ‘나이스 샷’을 연발하지만,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는 ‘굿 샷’ 혹은 ‘그레이트 샷’이다. 알고는 있자는 뜻에서 콩글리시 골프 용어에 대해 적어보았다. 물론 나는 지금도 필드라는 말을 쓴다. 그 말만 들어도 내 마음을 푸른 잔디 위로 데려다 놓기 때문이다. ‘라베’라는 말도 자주 쓴다. 누군가에게 한마디 써 줄 기회가 있으면 꼭 쓰는 말이 있다.

 

‘나의 라베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필자 강찬욱은? 광고인이자 작가.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현재는 영상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를 맡고 있다. 골프를 좋아해 USGTF 티칭프로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애정으로 골프에 관한 책 ‘골프의 기쁨’, ‘나쁜골프’, ‘진심골프’, ‘골프생각, 생각골프’를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골프’를 운영하며, 골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독자 및 시청자와 나누고 있다.​​​ 

강찬욱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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