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5년 만에 ‘카카오톡’ 전면 개편을 시행한 카카오가 이용자 원성에 일부 업데이트 개선 작업을 예고했다. 격자형 피드와 숏폼 등을 도입한 이번 업데이트 이후 카카오는 주가가 6% 이상 급락해 하루 만에 3조 원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사용자 편의보다 사업적 이해가 앞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악수’의 배경을 찾는 과정에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의 책임론이 거론된다. 내부에서도 우려가 있었다는 정황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면서 리더십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Character(인물)
홍민택 CPO는 공학도 출신 1982년 생 젊은 리더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시스템 ‘삼성페이’와 금융 앱 ‘토스’ 운영에 관여한 프로덕트 전략가로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홍 CPO는 카이스트에 00학번으로 입학해 산업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2010년 IBM코리아에서 2년간 일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의 컨설턴트 직무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3년 프랑스 경영전문대학원 인시아드(INSEAD)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수료하고 2014년부터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근무했다. 홍 CPO는 삼성전자에서 본격적으로 핀테크와 인연을 쌓았다. 삼성페이 출시와 운영을 담당하며 미국 시장 개척 과정에서 핵심 멤버로 활동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글로벌 은행들과 공동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Career(경력)
토스에 합류한 건 2017년이다. 홍 CPO는 토스뱅크의 모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에 합류해 ‘간편송금’ 출시 과정에서 PO(프로덕트 오너·제품 관리자)를 맡았다. 3년간 뱅킹 사업을 총괄했고 2020년 1월부터 토스혁신준비법인 대표이사를 맡아 토스뱅크 예비·본인가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토스뱅크는 2021년 국내에서 세 번째로 인터넷은행 본인가를 획득하고 9월 말 공식 영업에 들어갔다. 이 같은 업무 성과를 바탕으로 홍 CPO는 같은 해 6월 토스뱅크 초대 대표 자리에 올랐다. 당시 만 39세였던 홍 CPO는 은행권 최연소 행장 타이틀을 얻었다. 기존 금융권 인사들보다 10살 이상 젊은 리더십은 실무 능력에 따라 리더를 선임하는 토스의 기업 문화와 함께 주목받았다.

#Capability(역량)
홍 CPO는 토스 재직 당시 ‘토스 신화’를 일군 주역 중 하나다. 공학도 출신으로 IT와 금융을 두루 경험한 홍 CPO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은행권이 가장 선호하는 융합형 인재였다. 이를테면 송금 서비스 영역에서는 단순 기술이 아니라, 은행 제휴를 위한 영업부터 사용자 경험까지 아우르는 역할을 수행했다.
인터넷은행 3사 중 후발주자였던 토스뱅크는 홍 대표 체제에서 ‘연 2% 수시입출금통장’, ‘목돈 굴리기’ 등 색다른 상품으로 색깔 만들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3년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출시한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은 그가 직접 기획한 상품으로 알려져 있다. 가입일에 바로 이자를 출금해 재투자할 수 있어 소비자가 호응했고, 실제로 출시 170일 만에 누적 계좌 수 20만좌, 예치금 4조 원, 총 이자 630억 원을 넘어섰다.
토스뱅크는 출범 21개월 후 첫 월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24년 실적에서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각각 출범 1년 8개월, 4년 만에 흑자전환을 한 것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성과다.

#Critical(비판)
‘빅뱅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추진돼온 이번 카카오톡 개편안은 카카오로 합류한 홍 CPO의 첫 작품이다. 토스뱅크 준비법인부터 토대 구축 작업, 흑자전환 등을 일군 홍 CPO는 지난해 3월 임기를 마치고 토스를 떠나 카카오에 C레벨 임원으로 영입됐다. 카카오는 이와 함께 핵심 사업 역량 강화와 AI 사업을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연계된 핵심 사업들을 CPO 조직 하에 통합하고, AI 서비스·개발 부문을 ‘카나나’ 단일 조직으로 개편하는 안이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는 메신저로서의 본질을 흐리는 과한 소셜미디어화 시도라는 비판을 받으며 사용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6만 3000원 수준이었던 카카오 주가는 업데이트 이후 6% 넘게 하락해 6만 원 선이 붕괴됐다가, 29일 일부 회복해 종가 6만 300원을 기록했다.
복잡해진 인터페이스와 자동 적용, 원치 않는 정보 노출과 불필요한 기능 늘리기, 광고·수익화 논란 등이 겹치며 국민 메신저 앱으로서 쌓아온 사용성과 신뢰 모두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내부적으로도 홍 CPO가 토스식 조직문화를 무리하게 이식하고, 일방적인 의사결정으로 개발자 등 실무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업데이트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Challenges(도전)
홍 CPO는 토스에서 PO로 재직하던 당시 자체 콘텐츠 플랫폼 인터뷰에서 “PO가 사일로(부서) 내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사용자 경험도 필수로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정의하고 팀원들이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최고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 커진 조직과 국민 앱을 이끄는 홍 CPO의 과제 역시 사용자 경험을 우선하는 의사결정 구조와 실질적인 내부 소통 강화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혹평이 쏟아졌던 ‘친구탭’을 올해 4분기 내 기존 친구 목록으로 복원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의 ‘소식’ 메뉴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카카오 측은 “친구탭 개선 외에도 여러 UX, UI 개선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반영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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