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미국 의약품 관세 100% 충격, K바이오 대처 전략은?

셀트리온·SK바이오팜 현지 생산 강화…삼성바이오로직스 현지 공장 인수 나설지 관심

2025.09.30(Tue) 10:07:10

[비즈한국]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미국 수출길이 험난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려는 ‘메이드 인 USA’ 전략이 제약바이오 산업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아직 완료되지 않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오는 10월 1일부터 미국에 공장을 착공했거나 공사 중이 아니라면 의약품 수출시 관세율 100%가 적용될 전망이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SNS

 

3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현지 시각)부터 국내 생산 특허 의약품(오리지널 의약품)이 미국에 수출될 때 관세율 100%가 적용된다. 유럽, 일본과 같이 상호 관세 합의가 최종 타결된 국가는 최혜국 대우 원칙에 따라 의약품 수출에 15% 관세가 적용되지만, 아직 한국은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에 의약품 제조 공장을 착공했거나 공사 중인 경우 관세 부과가 면제된다는 점에서 미국 현지에 공장을 둔 개별 제약바이오 기업은 ‘관세 광풍’에서 비껴갈 수 있을 전망이다.

 

SK바이오팜과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령인 푸에르토리코에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 세노바메이트)’ 생산시설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셀트리온은 최근 4600억 원에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미국 생산공장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운영자금 명목으로 2400억 원 투자가 더해지고 추가 증설에 7000억 원의 자금 집행이 보태지면 미국 생산시설 확보에 총 1조 4000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번 공장 인수를 통해 미국 자체 생산이 가능해져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을 모두 없앴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제네릭을 판매하는 기업은 관세율 100% 적용과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휴온스 관계자는 “관세 부과에 제네릭 의약품은 제외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면서 “다만 상황은 면밀히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온스는 북미 지역에 ​제네릭 주사제 5종을 수출하고 있다(생리식염주사제, 1% 리도카인염산염주사제 5ml 앰플, 0.75% 부피바카인염산염주사제 2ml​ 앰플, 1% 리도카인염산염주사제 5ml​ 바이알, 2% 리도카인주사제 5ml​ 바이알)​. 여기에 올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다회용 1% 리도카인염산염주사제 5ml​ 바이알과 다회용 2% 리도카인주사제 5ml​ 바이알 등 주사제 2종의 품목허가도 추가로 받았다.

 

이번 관세 정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가동하는 1~5공장 모두 인천 송도에 있는데 앞으로 6~9공장도 송도에 두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 매출 비중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아직 미국 현지 공장 확보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어 업계에서 가장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 매출에서 미국 지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6.8%로 지난해 말 25.8%에서 6개월 만에 11%p(포인트) 증가했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미국 현지 공장 확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25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미국 내 공장 신설, 공장 인수 모두 검토하고 있다”면서 “좋은 매물은 언제든 고려 대상으로 시기도 잘 맞아야 하는데 아직 적당한 매물이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서도 미국의 관세 정책이 장기화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특성상 고객사에 관세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지만 고객사로서도 관세율 100%는 만만치 않은 숫자다. CDMO 계약을 수주하려면 관세 부담을 일정 부분 나누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일본 CDMO 기업 AGC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볼더 공장와 롱몬트 공장(사진)을 매물로 내놨다. 사진=AGC 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의약품 생산시설이 매물로 나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 CDMO 기업 AGC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콜로라도주에 있는 볼더 공장과 롱몬트 공장 매각 계획을 밝혔다. 볼더 공장은 항체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데 2만 리터 규모의 세포배양기 2기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1공장(3만 리터)보다 크다. 롱몬트 공장은 새로운 모달리티(치료기법) 생산 역량 확보에 나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관심을 가질 만한 곳이다. 유전자치료제 및 백신 생산을 위한 세포배양 솔루션 ‘iCELLis’ 등이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2만 리터 규모의 포유류 세포배양기를 최대 8기 설치하거나 대규모 충전 공정을 수행할 수 있다. 노바티스는 2019년 유전자치료제인 희귀 유전성 질환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 생산을 위해 자회사 아벡시스를 통해 롱몬트 공장을 인수한 바 있으며, AGC바이오로직스도 2022년 3분기 롱몬트 공장에 바이러스 벡터 현탁 기술과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키웠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볼더 공장의 대형 포유류 기반 치료용 단백질 제조시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주요 CDMO뿐만 아니라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주력 생산 기반이라고 분석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CDMO 분야에서 중장기적으로 관세 부담을 받는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라벨링이나 포장 공정만이라도 미국에서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웅제약·롯데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팜은 지난 29일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협회 등과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관련 영향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을 우려하며 미국 시장 진출 지원 확대 및 수출국 다변화 전략 지원 등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해외 진출 거점 구축 및 컨설팅 지원, 글로벌 마케팅 비용, 운송비 등 수출 부대비용 지원, 오픈이노베이션 지원 확대 등 바이오헬스 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수출 특화 지원 예산 349억 원을 배정해 의약품 수출 기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핫클릭]

· [비즈피플] '토스신화' 삐끗…카톡 업데이트 '역풍' 홍민택 카카오 CPO
· [단독] '3.3㎡당 8484만 원' 래미안 트리니원, 분양가상한제 최고가 경신
· "2030년이면 절반이 노후산단" 정부, 재생사업 팔 걷었다
· "판결문이 곧 돈" 공개 범위 두고 법조 시장 '후끈'
· "타이밍은 좋은데…" 한국투자금융, 롯데손해보험 인수카드 '만지작'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