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을 거듭 외치는 가운데 법조계는 판결문 공개 확대 정책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법원이 일부 재판을 제외하면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았던 터라 ‘누구에게 어디까지’ 공개할지를 놓고 여러 추론이 오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일단 변호사들에게만 공개해 향후 불거질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등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스타트업 기업들은 판결문 전면 공개를 희망한다. 판결문이 공개되면 이를 데이터로 활용해 리걸테크에 활용할 지점이 무궁무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변협 “일단 변호사들한테만 먼저 공개”
민주당은 당내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를 발족한 뒤 사법개혁을 위한 당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논의해왔다. 그리고 지난달 말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다양성 확대 △법관평가제도 개선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을 추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도 제안했다. 이 부분이 변호사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법원은 대법원 판례를 제외하면 하급심 판결의 경우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가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판례로서 의미가 있는 사건이나 언론의 관심이 높은 사건만 일부 공개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법률 자료 중 하나인 판결문은 그 자체로 가치가 생겼다. 엘박스와 같은 리걸테크 기업은 법원에서 제공하지 않는 하급심 판결을 수집해 익명 처리한 뒤 이를 대형 로펌들에게 제공하는 사업 모델로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대형 로펌들은 물론 대부분 변호사들이 매월 수만 원을 지불하고 판결문 검색 서비스를 구독할 정도로 판결문은 ‘돈이 되는 정보’였다.
대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새로운 사건을 맡게 되면 유사 사건 판결문을 검색해 판례 흐름이나 결과를 보고 상담도 하고, 고소장이나 의견서 등을 작성하는 데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판결문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법률 서비스의 질도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를 추진하자 대한변협이 변호사들에게 ‘우선적인 접근권’을 요구한 배경이기도 하다. 대한변협은 판결문을 우선 변호사들에게 접근권을 줘, 여러 우려 지점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언젠간 일반에도 판결문이 공개되겠지만, 익명화를 한다고 해도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판결문을 법조인이 아닌 일반에 그대로 공개했을 때 시장의 흐름에 따라 ‘사업화’가 진행되면 법조 시장이 자본의 논리에 굴복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리걸테크 기업들 “판결문 공개는 게임 체인저”
반면 리걸테크 기업들은 ‘판결문 공개’가 법률 AI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판결문 공개가 ‘법조인 대상’으로 한정되기보다 모두에게 공개되기를 바라는 이유다.
일정 규모 이상의 판결문을 확보, 데이터로 쌓아두면 이를 통해 무궁무진한 AI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다. 간단한 수준의 고소장이나 의견서는 변호사를 거치지 않고도 AI를 통해 작성할 수 있게 된다. 아직은 대한변협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판결문을 토대로 재판 승패 및 결과 예측, 이에 따른 간단한 신규 사건 소개 및 변호사 연결까지, 사업 모델의 확장에 날개를 달 수 있다.
AI를 접목해 사업화를 추진 중인 소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판결문을 가지고 어떤 전략을 세울지를 생각하는 건 단순한 변호사 영역의 문제고, 공개된 판결문을 토대로 어떤 AI 모델을 도입해 법조인이나 미래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에 따라 법률 시장이 요동치게 될 것”이라며 “판결문을 하급심 중 얼마나 공개할지, 공개 수준은 법조인, 언론, 또는 일반 국민 어디까지 공개할지에 따라 향후 법률 시장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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