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K콘텐츠로 인해 한국을 방문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가고 있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한국다움’으로 가장 많이 떠올린 것은 ‘한류 스타일’(93.10%, 복수 응답)이었다. 한류 스타일은 K팝, 드라마, 영화, 패션, 뷰티 등을 말했다. 또 외국인 응답자 95.07%가 한국 드라마·영화의 세계적 흥행이 한국의 이미지 상승에 기여했다고 답했다. 넷플릭스 설문조사에서 K콘텐츠 시청자의 한국 방문 의향은 72%에 이르렀다. 비시청자의 두 배 가까이 높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8월 방한 외국인은 182만 199명으로 지난해 8월 156만 3221명보다 16.4% 많다. 올해 누적 방한 외국인은 20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지는 배경에는 한국 콘텐츠들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자리한다. 하지만 그들이 실제 한국을 방문하고는 실망감을 갖고 돌아갈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이미지와 현실의 괴리 때문이다. 바가지요금이 대표적이다.

BTS 멤버 진의 앙코르 팬 콘서트가 10월 31일과 11월 1일에 열리는데 이때 본래 5만 원대인 숙소 요금이 최대 200만 원까지 올라간 사례가 발견됐다. 2박 요금이 400만 원에 이르렀다. 이미 예약된 숙소를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취소 후 재계약한 사례로 의심이 된다. 위약금을 내더라도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며 BTS 콘서트를 열었을 때도 부산 인근 호텔 숙박료가 1박에 50만~60만 원, 최대 150만 원에 이르렀다.
호텔 숙박료만이 아니다. 택시도 바가지요금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요금의 몇 배를 요구하는가 하면 일부러 멀리 돌아가 요금을 더 많이 내게 했다. 외국인임을 알고는 의도적으로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것이다. 미터기를 끄거나 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일도 여전했다.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바가지요금 세례를 받으면 좋은 인상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 19 엔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이 발생하면서 바가지요금도 하나의 어두운 트렌드가 되었다. 이에 각국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는 택시가 손님에게 바가지요금을 요구할 경우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대만에서는 호텔 등 숙박업소가 요금을 부풀릴 경우 최대 5만 대만달러(2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미국, 싱가포르에서는 면허를 취소하거나 엄한 벌금을 부과한다. 대만 입법원은 5월 티켓 정가의 최대 50배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문화티켓관리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도 단순히 벌금 정도가 아니라 면허나 허가 취소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에버랜드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테마존’의 ‘케데헌 분식 세트’는 새로운 과제를 안겨주었다. K푸드가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케데헌 주인공들이 먹었던 메뉴를 세트로 구성한 것인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아 문제였다. 떡볶이·김밥·순대·닭강정·농심 라면 소컵으로 구성된 ‘헌트릭스 세트’가 3만 8000원, 스리라차 마요 떡볶이·어묵·닭강정·주먹밥으로 구성된 ‘사자보이즈 세트’가 3만 6000원이다. 메뉴가 다채롭고 양이 많은 듯 보이나 냉동식품을 데워 내놓는 것이라 맛은 그렇게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러한 일들은 개별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훼손을 넘어 한국의 이미지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개별 상품과 서비스가 아니라 K콘텐츠, K브랜드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케데헌은 물론 K콘텐츠 관련 여러 부대 행사나 파생 콘텐츠, 협업이나 부가 상품,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품질관리와 가성비 매니지먼트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팬심이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2022년 방탄소년단의 멤버가 디자인한 잠옷 가격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상·하의 세트 한 벌 당 11만9천원 즉, 약 12만원에 책정이 되어 팬들은 물론이고 멤버도 당황한 일이 있었다. 팬들을 위한 활동에 진심인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팬들을 위한 조치는 좀 더 외연을 확장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불거지는 ‘황니우’(黄牛) 활동도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황니우는 전문적인 되팔이꾼을 말한다. NCT WISH(위시) 굿즈 사례가 대표적이다. 황니우들은 팬 사인회에 응모하려 수천, 수만 장의 앨범을 구매한 뒤 되판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더욱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러한 행위는 팬들의 구매 기회를 박탈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K콘텐츠 팬들이 늘어갈수록 오히려 K브랜드 가치 관리에 더 만전을 기할 필요성이 있다. 콘텐츠 기업과 산업영역에 연관된 이들이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리더십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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