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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케데헌 이어 '케이팝드', K팝 넘어 K콘텐츠로

외연 확장되는 시점, 'K팝다움'의 내적 체계화 필요

2025.09.10(Wed) 10:42:29

[비즈한국] 한국의 음악 풍토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풍경이 애플TV+ 예능 프로그램 ‘케이팝드(KPOPPED)’에서 일어났다. K팝 아이돌 스타와 해외 팝스타들의 만남이라는데, 그래미 3관왕 팝스타 메건 디 스탤리언, 영국 걸그룹 스파이스걸스의 엠마 번튼, 미국 래퍼 바닐라 아이스, 미국 가수 테일러 데인, TLC, 케샤, 카일리 미노그 등 최고 팝스타들이 참여해 놀랍다. ‘케이팝드’의 포맷은 음악 경연인데 K팝 아티스트와 해외 팝스타가 팀을 이뤄 서로의 히트곡을 재해석한 공연을 한다. 그 재해석의 중심에 바로 K팝이 있다. 예전 팝스타 팬들이라면 정말 졸도할 노릇이다.

 

애플TV+ 예능프로그램 ‘케이팝드(KPOPPED)’에서 스파이스걸스와 있지가 함께한 무대. 사진=애플TV+


케데헌을 확장한 듯한 이 프로그램의 의미를 정리하려면 ‘케이팝드’의 몇 가지 포인트를 주목해야 한다. 우선 다루는 노래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그 노래들을 통해 최종 구현하는 무대의 의미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패티 라벨의 ‘Lady Marmalade’, 바닐라 아이스의 ‘Ice Ice Baby’, 카일리 미노그의 ‘Can't Get You Out of My Head’, 보이즈 투 멘의 ‘Motown Philly’, 메건 더 스탤리언의 ‘Savage’, 에이바 맥스의 ‘Kings & Queens’ 등은 모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노래다. 

 

“이런 노래들을 K팝 아이돌과 같이 부르거나 대결을 한다고? 그것도 K팝 버전으로?” 기대감을 갖는 것도 그렇지만 이런 노래들을 K팝으로 편곡을 허용한다는 것 자체가 문화적 충격일 수 있다. 만약 한국에서 음악성 있는 가수들의 노래를 아이돌 음악으로 편곡한다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충분히 예상이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팝스타들을 모은 섭외 과정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제작진은 “다들 흔쾌히 출연을 승낙했고, ‘우리도 K팝 아티스트와 협업하고 싶었어’라며 흥미로워하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달라진 K팝의 위상을 보여주는 증언이다. 일각에서는 예전의 팝 가수들 때문에 K팝이 주목받는다고 지적하는데, 일견 맞는 말 같다. 하지만 그들이 K팝 활용을 위해 한국에 직접 방문했다. 

 

일단 이 프로그램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제목은 물론 콘텐츠 전체에서 K팝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리고 누가 주도하는지가 중요하다. 한 그룹이 두 명의 팝스타 유닛으로 분리되고, 각자 팝 가수와 48시간 내 합을 맞춰 경연을 벌인다. 물론 자신들의 대표곡이나 신곡 무대 공연도 선보인다. 무엇보다 아이돌 멤버들이 K팝으로 올드송들을 편곡하고 이를 두고 경연을 벌이거나 합동 무대를 선보인다. 

 

대중문화도 그렇지만 언제나 대중음악은 새롭고 신선한 스타일이 중요하다. 이는 ‘신상’의 가치로서 K팝을 의미한다. 글로벌 OTT가 K팝을 선택한 것 자체가 이를 말해준다. 그러니 젊은 세대의 힙한 음악 장르인 K팝으로 거듭나는 팝스타들이 오히려 K팝에 숟가락을 올린 셈이다. 그러면서도 새로움을 수용하는 팝스타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그들은 K팝 장르를 온전히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팝스타들과 대결하는 K팝 아이돌의 면면도 눈길을 끈다. 빌리, 있지, 케플러, JO1, 에이티즈, 스테이씨, 키스오브라이프, 블랙스완 등 대부분이 중소기획사 출신이다. 이른바 ‘중소돌’이다. 요즘 K팝 멤버들은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 안무에 이르기까지 음악적 역량을 충분이 다졌다. 하지만 자본력에 밀려 고군분투하기 쉽다. 그런 그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글로벌 무대를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방탄소년단의 중소돌 기적에 다시금 불을 지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때에 시의 적절하다.

 

한편에선 ‘케이팝드’가 과연 K콘텐츠냐 하는 질문이 불거졌다. 자본과 투자, 제작의 주체 때문이다. 앞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불거졌던 내용이다. 물론 케데헌처럼 ‘케이팝드’도 미국에 투자, 제작한 ‘미국산’ K팝 콘텐츠다. 하지만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CJ ENM의 신형관 음악콘텐츠본부장, 홍준기 전략추진담당, 김기웅 PD가 총괄 프로듀서 등으로 참여해 제작 주체는 한국적 색채가 강하다. 유명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거나 예전 노래를 편곡해 대결을 벌이는 방식도 한국적이다. 무엇보다 한국문화에 대한 체험이나 소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한국의 K스타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끔 한다.​ 한국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주목은 한국의 힙한 입지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출연진 가운데 K팝 아티스트로 JO1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JO1은 2020년 3월 4일 데뷔한 일본의 11인조 보이 그룹으로 2019년 방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PRODUCE 101 JAPAN’에서 최종 선발됐다.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며 한국인 멤버도 없다. 하지만 K팝 시스템에 따라 육성되었고 K팝 장르를 주로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K팝 정체성과 세계관뿐만 아니라 하나가 더 필요하다. 수동적인 기획 아이돌이 아니라 자율형 아이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 평가 기준이 맞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K팝이 하나의 곡을 통해 서로 협력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21세기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케이팝드’는 일반 경연 예능처럼 쫄깃한 긴장감은 없다. 오히려 아티스트들의 온정적인 화합의 무대 같다. 어쨌든 분명 K팝의 위상 변화를 보여준다. 이런 콘텐츠들을 통해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K팝을 넘어 K콘텐츠는 물론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심화하는 데 기여한다. 동시에 이런 때일수록 내적인 체계화와 정립이 중요하다. 도대체 K팝은 무엇이고 K팝다움은 무엇인지, 이쯤에서 그런 것을 다루는 오디션 예능도 필요하지 않을까.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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