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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리포트] 넘쳐나는 'AI 창작물',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

인간 창작자보다 선호·신뢰도 떨어져…K콘텐츠는 인간이 가진 '창작의 아우라' 생각해야

2025.12.03(Wed) 10:15:22

[비즈한국] 인공지능(AI)이 문화예술 작품이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례는 이제 흔하게 되었고, 이에 대한 놀라운 반응도 드물게 되었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같은 작품이나 콘텐츠라고 해도 누가 만들거나 창작했는가에 따라 관심과 선호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AI를 활용해 책 수천 권을 뚝딱 만들어도 이를 밝힐 법적 의무가 없다. 그러나 최소한 저자가 사람인지 아닌지는 독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사진=pixabay/생성형 AI

 

체코 카를로바대학교 언어학과 연구팀 체코 원어민 126명을 대상으로 사람이 쓴 시와 AI가 쓴 시를 두고 어떤 것이 사람이 쓴 것 같냐고 물었더니 정답률이 45.8%에 불과했다. 무작위로 반반을 찍은 50%보다 낮았다. 현대시는 정답률이 40.2%로 더욱 낮았다. AI가 사람보다 현대시를 더 그럴 듯하게 쓸 수 있다는 얘기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AI가 작성한 시는 평균 2.0점을 받았지만, 사람이 쓴 시는 1.4점에 그쳤다. 이 역시 AI가 쓴 시가 사람이 쓴 시보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공감받을 여지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즉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이다. 그런데 작품을 누가 썼는지를 밝히자 점수가 달라졌다. ‘사람이 쓴 작품’은 2.3점, ‘AI의 작품’은 1.0점이었다. ‘상상력’ 항목에서는 사람 작품이 2.5점, AI 작품이 1.6점으로 간격이 더 벌어졌다. 

 

음악을 두고도 조사했더니 비슷하게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디저(Deezer)가 8개국 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AI 음악과 인간이 창작한 음악을 구분하지 못했다. 무려 97%가 이를 구분하지 못했고 단지 3%만이 구분을 했다. 그러나 신뢰성은 매우 낮았다. 19%만이 인공지능 음악을 신뢰했다. 나아가 51%는 진부하거나 질이 낮은 음악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나중에 AI 음악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52%가 불쾌감을 느꼈다고 대답했고, 80%는 AI가 제작한 사실을 공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사람들은 사람이 창작한 음악이나 노래를 선호하며, 인공지능이 만들었다면 그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듀스의 신곡 ‘라이즈’가 공개되었는데, AI​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듀스 멤버 김성재가 이미 타계했기 때문에 밝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AI를 활용​해 만든 듀스의 신곡 ‘라이즈(Rise)’. 사진=VIBE

 

웹툰도 비슷하다. 2023년 5월 네이버 웹툰에 연재하던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에 별점 테러가 가해졌다. 작가가 AI를 활용해 웹툰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다. 카카오페이지의 연재 웹소설은 표지 때문에 항의를 받았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표지 디자인을 만든 탓이다. 웹툰이나 표지 디자인의 경우에는 작가들이 직접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AI의 학습 데이터로 무명 작가들의 작품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출판계에서도 AI 저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어느 출판사에서 책 수천 권을 냈는데 모두 AI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그러나 이를 밝힐 의무는 없다. 심지어 AI를 이용해서 원고를 쓰는지조차 밝히지 않아도 된다. 출판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되기 때문에 이를 강제할 수 없다. 다만, AI실명제를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기여를 했는지 구체화해야 한다. 단순히 이용을 한 수준인지 전적으로 의존했는지에 따라 구분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독자들의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소한 저자가 사람인지 아닌지는 알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이다. 만약 인공지능이 집필한 것을 뒤늦게 알았을 경우 사기 당한 것 같은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공공 부문에서도 고려할 점이 있다. 우선 납본 제도를 보자. 납본은 새로 발간한 출판물을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제도로 도서관법에 정해져 있다. 그런데 이 대상에서 AI 저작물을 제외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만약 AI 사용 여부를 밝히지 않거나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을 불허하거나 사후 취소하는 방법도 고민되고 있다. 

 

국가보훈부가 AI로 만든 ‘마이 히어로 북’. 사진=국가보훈부 페이스북

 

AI 저자를 통한 책 발간도 제고해야 한다. 국가보훈부는 얼마 전 군인·소방관 등이 엄마·아빠로 나오는 그림책 시리즈 ‘마이 히어로 북’ 50종을 AI로 만들었다. AI로 만들면 시간과 예산 절감 효과가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공공적 가치를 놓칠 수 있다. 미래의 필자를 육성한다는 측면에서 경제적 효율성보다 창작자 관점에서 생각할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한 국민 선호도가 아직은 낮기 때문에 이를 헤아려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해야 한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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