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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유라시아부산국제아트페어] 신진작가 인터뷰① 정시네 '추억은 방울방울'

서울 생활하다 부산으로 귀향 후 활발히 작품활동 "낡고 사소한 것에 희망 있어, 그림에 진심 담으려 노력"

2025.12.06(Sat) 13:06:52

[비즈한국] 가파른 계단 위 오래된 동네에 빨래가 휘날린다. 낡은 창문에는 파란 바다 풍경이 비친다. 하얗게 탄 연탄재에 꽂힌 진달래 한 송이, 새시문 앞 덩그러니 놓인 작은 나무의자. 부산 산복도로 아래 달동네 풍경을 담은 정시네 작가의 그림에선 그리움의 냄새가 난다. 어린 시절 먹던 뻥튀기와 닮은 고소한 추억의 냄새가.

 

정시네 작가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 부산의 오래된 동네 풍경을 그린다. 그 풍경을 보며 사람들이 위로받고 위안받기를 바란다. 사진=박정훈 기자


‘2025 유라시아부산국제아트페어’ 신진작가로 참여한 정시네 작가를 만나 그림과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 작가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 부산의 오래된 동네 풍경을 그린다. 그 풍경을 보며 사람들이 위로받고 위안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작가 자신이 그랬듯이.

 

ㅡ왜 낡은 동네를 그리나.

낡은 풍경이나 낡은 집, 그런 데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사소한 것에. 낡은 집이라도 예쁘게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마음을 담아서 그리려고 노력한다.

 

ㅡ어렸을 때 살던 동네가 그림에 나오는 곳 같았나. 

그때는 부산 곳곳이 이랬다. 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친구 이름 부르면 나오고. 그런 곳을 찾아다니며 어린 시절 추억을 담아서 그린다.

 

ㅡ첨단을 달리는 현대미술의 한편에는 이런 추억과 따뜻함을 찾는 정서가 있는 것 같다.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일상에 지쳐 있을 때 내 그림을 보면서 위로받고 쉬어가는 편안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실제로도 관객들이 그렇게 얘기해주면 나도 정말 행복하다. 계속 새로운 것만 찾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환경문제도 있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저런 집들이 무너진 자리에 바다를 바라보는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데, 그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ㅡ백토 위에 그린 작품이 독특해 보인다. 백토 밑바탕은 직접 만드나. 

처음에는 흙 슬립을 만들어서 이것저것 실험해보다 방법을 찾았다. 지금은 흙을 판으로 밀어서 종이 형태로 만든 다음 도자 안료를 칠하고 가마에서 구워낸다.​​ 도예를 전공한 건 아닌데, 흙이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작품을 하기 위해 따로 배웠다. 

 

정시네 작가는 낡은 풍경이나 낡은 집처럼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사소한 것에 희망이 있다며, 그래서 낡은 집이라도 예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ㅡ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가.

기법이나 재료보다 마음이다. 그림에 내 진심을 담으려고 한다. 깨진 벽을 표현할 때도 낡고 초라하고 사소해 보이는 것이지만 밉거나 보기 싫지 않게, 예쁘게 보이고 싶다. 금박을 뿌린 것도 그래서다. 쇠락해가는 낡은 동네지만 내가 살던 동네는 따뜻하고 예쁜 곳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래서 관람객들이 내 그림을 보고 예쁘게 느껴진다, 아름답게 보인다 얘기해주면 정말 기분이 좋다. 

 

ㅡ서울에 살다가 부산에 내려왔는데, 서울 생활과 비교하면 어떤가. 

열 살 때 서울로 올라갔다가 서른다섯에 다시 부산에 왔다. 서울에 사는 동안 한 번도 부산을 잊은 적이 없다. 서울에 살 때는 여유가 없고 너무 바쁘게 각박하게 산 것 같다. 부산에 오고 나서 여유를 찾았고 삶이 달라졌다. 또 부산에 온 뒤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그림 그릴 시간도 많고, 바다를 좋아해서 바다 수영도 하고. 정말 좋다. 

 

ㅡ지금은 그림 작업에만 전념하나. 

그렇다. 한동안 그리지 않는 생활을 해봤으니까 이 생활의 소중함을 너무나 잘 알고, 놓고 싶지 않다.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는 게 목표다.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아니까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큰 부스를 단독으로 꾸려본 건 2025 유라시아부산국제아트페어가 처음이라는 정시네 작가의 얼굴에는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다. 많은 관람객이 그의 부스를 찾아 추억에 젖고 작품을 구매했다. 정시네 작가는 부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감만창의문화촌에 입주예술가로 작업하고 있으며,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부산 18-1갤러리에서 열리는 산타페어 2025 전시에 참여한다. ​2022년 제48회 부산미술대전 서양화(구상)부문에 입상하는 등 현재 부산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부산=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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