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엔터

[K컬처 리포트] 개정된 대중문화산업법, '청소년 보호' 아직 미흡하다

법정대리인 권리 과도하고 다른 법과 연령 및 노동시간 기준 달라

2025.09.24(Wed) 16:16:42

[비즈한국] 대중문화예술인과 산업에 관련된 사항을 규정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이 8월 1일 시행됐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대중문화산업법)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중문화예술인보다는 기업과 산업의 관점에 치중해 있다. 이에 대중문화예술인을 대등한 권리 주체로 개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청소년 보호 강화와 그들을 주체화하는 조치가 절실하다. 청소년과 관련된 규정을 살펴보자.

 

우선 부모가 법정대리인으로 나설 때 그 역할이 지나치다. 아직도 일각에서 부모가 자녀를 소유하듯 권리를 행사하는 풍토에서는 더욱 그렇다. 법정대리인이 동의하면 청소년보호법이나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계약도 할 수 있다. 청소년의 권리가 부모의 동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청소년 개인의 권리가 크게 침해할 수 있다. 법정대리인이 부모라고 해도 청소년 개인의 권리 신장을 위하는 쪽으로만 인정이 되어야 한다.

 

아이돌 연습생의 연령은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만 15세 미만 청소년의 노동을 금지하지만, 대중문화산업법은 만 15세 미만 청소년도 주당 35시간 이내에서 노동을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사진=생성형 AI

 

청소년 부모의 대리 계약 행위도 다시 살펴볼 여지가 많다.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원하지 않는 부속조항에 부모가 동의해 ‘노예적인’ 활동이 지속되는 사례도 많다. 신체적・정신적 건강, 학습권, 인격권, 수면권, 휴식권, 자유선택권 등은 법정대리인이 직접 관리 감독 통제할 수 없고 기업(소속사)에 일임하는 현실이다. 과도한 다이어트 등으로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의 배상·보상도 불충분하다. 학습권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장하는지, 그렇게 안 돼서 성적이 부진할 경우에 대한 보장도 불완전하다. 인격권을 침해받았을 경우 신의 성실 문제는 아직 우리 법체계에서는 계약파기의 고려 대상이 안 된다. 이는 뉴진스, 피프티피프티 사태에서 잘 드러났다.

 

대중문화예술제작물 제작 현장에서는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용역 시간 제공 기준이 잘 지켜진다고 볼 수 없다. 법정대리인과 합의가 되면 용역 시간 제공 기준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K팝 연습생의 경우에 용역 시간이 모호한 상황이다. 연습시간은 연습생 개인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기업에게 용역을 제공한 셈이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처럼 연습생들이 월급을 받는 시스템이 된다면 용역 시간 적용이 연습생들에게도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습생들에게도 분명하게 대가가 주어지는 법적 체계가 필요하다. 

 

연령 기준도 세분화돼야 한다. 현행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과 관련한 연령 규정은 15세 이상과 15세 미만이 기준이다. 아이돌이나 아역 배우 보호의 역설이 다른 법 규정과 달리 일어나고 있어서다. 연령기준에 대해 다른 관련법들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볼 수 있다. 청소년기본법에서는 9세부터 24세를 청소년으로 규정한다. 민법과 청소년보호법은 만 19세 미만으로 규정한다. 아동복지법,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공연법, 음악산업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도 청소년보호법을 따른다. 근로기준법은 연소자를 만 15세에서 만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만 15세 미만은 노동(근로)을 시킬 수 없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대중문화산업법은 만 15세 미만 청소년도 주당 35시간 이내에서 노동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오후 10시에서 오전 6시까지는 금지하는데, 이것도 다음 날이 학교 휴일이면 청소년과 법정대리인의 동의에 따라 자정까지 제공이 가능하다. 15세 이상 청소년은 주당 40시간 이내로 용역을 제공할 수 있다. 청소년이 합의할 경우에는 1일 1시간, 1주일 6시간 한도 연장이 가능하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금지되는데, 이 경우에도 청소년과 법정대리인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이는 근로기준법과 배치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주당 노동시간은 원칙적으로 최대 35시간이다. 그런데 대중문화산업법은 만 15세~18세 대중문화예술인의 다섯 시간 초과 근무를 당연시하는 셈이다. 현장에서 이를 관리 감독하기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더 노동을 제공할 수 있다. 을의 입장에서는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대중예술계의 특성상 모든 예술인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문화예술인은 관련 기관에 의무등록을 해야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계약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또 대중예술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아역들은 영유아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에 나이대에 따라 용역 규정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15세의 35시간과 유아의 35시간은 노동의 강도가 완전히 다르다.

 

청소년 문화예술인을 단순히 보호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산업의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생성형 AI

 

대중문화산업법 개정에 따라 8월 1일부터 청소년보호책임자 지정 제도가 시행됐다. 청소년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모든 사업자가 청소년보호책임자를 지정해야 하며, 청소년보호책임자는 그 사업체의 임원이나 청소년 보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장에 해당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지정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의 내부 직원이나 의사결정자를 청소년보호책임자로 지정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개정된 법률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중문화예술 사업자 및 스태프에게 청소년 인권보호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도 신설되었다. 그러나 청소년보호책임자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어떤 책임과 처벌이 부과되는지는 규정이 없다. 이를 감시할 객관적인 제3의 기관이나 존재가 필요하다.

 

법률상으로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보호가 강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아티스트들의 권리가 ‘너무’ 강해졌다고도 한다. 뉴진스 사태를 두고도 그런 주장이 나왔다. 일부 청소년 스타들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보는 것인데, 이는 법적 제도적인 권력이 아니라 팬덤의 힘이다. 아직도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보호조치는 미흡하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그들을 보호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성장하고 성장을 통해 사회구성원이나 산업의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와 상응해 기업의 이익과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필자 김헌식은 20대부터 문화 속에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길이 있다는 기대감으로 특히 대중 문화 현상의 숲을 거닐거나 헤쳐왔다.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가 활약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같은 믿음으로 한길을 가고 있다.​​​​​​​​​​​​​​​​​​​​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K컬처 리포트] '대도서관'을 보며…아티스트 건강권 지킬 방법은?
· [K컬처 리포트] 케데헌 이어 '케이팝드', K팝 넘어 K콘텐츠로
· [K컬처 리포트] '빌보드 200' 7연속 1위 스트레이 키즈의 언어유희
· [K컬처 리포트] 이병헌 누르고 최승현 '골드더비 남우조연상' 수상…무슨 일?
· [K컬처 리포트] 한한령 해제, 기대보다 냉정한 판단을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