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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 리스크'에 발목 잡힌 통신3사 CEO 운명은?

인사 시즌 개막, 스타트 끊은 SKT·KT 공모 돌입…AI 신사업·해킹 리스크 풍랑 속 물갈이 '촉각'

2025.11.04(Tue) 17:33:56

[비즈한국] 통신업계 인사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SK텔레콤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법조인 출신 CEO를 선임하고, KT가 차기 대표 공모 절차에 돌입하는 등 리더십 변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올 한 해 통신3사는 해킹 리스크와 AI 전환이라는 파고를 동시에 맞았다. 업계 전반의 신뢰 회복과 함께 신사업 확장이 요구되는 국면에서 각 사가 어떤 리더십 모델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올 한 해 해킹 리스크로 홍역을 치렀던 통신3사가 어떤 리더십으로 개편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3일 SK AI 서밋 기조연설에 나선 정재헌 신임 SK텔레콤 CEO. 사진=SK텔레콤


#SK, ‘판사 출신’ CEO로 신뢰 회복 드라이브  

 

예년보다 한 달가량 일찍 사장단 라인업을 공개한 SK텔레콤을 시작으로 통신업계 인사 시즌의 막이 올랐다. 올해는 단순 세대교체가 아니라, 위기 수습과 AI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개편 전략이 힘을 얻는다.

 

지난달 30일 SK텔레콤은 법조인 출신의 정재헌 대외협력사장을 CEO로 선임했다. 유영상 대표는 SK텔레콤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 SK그룹의 AI 전략을 총괄한다. 정 CEO의 선임을 두고 유심 해킹 사태 이후 내부통제 및 경영 시스템 재정비의 상징성을 강조하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재헌​ CEO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으로 2020년 SK그룹이 ‘New ICT’ 사업 확대를 추진하며 영입했다. 당시 법무·리스크 검토를 강화하기 위해 신설한 법무2그룹의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이어 2021년 SK스퀘어 설립 시 투자지원센터장을 맡아 창립 멤버로서 전략, 법무, 재무 등을 총괄했다. 

 

SK텔레콤은 “AI 추구가치와 행동규범을 구체화한 ‘AI 거버넌스’를 정착시키고 사이버 침해사고 관련 고객 신뢰 회복과 정보보호 시스템 강화를 주도한 정 CEO는 AI와 통신사업을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독특한 이력이 두드러진다. 정 CEO는 법조인 출신이지만 국가 전산·보안 인프라 운영 경험을 갖췄다. 부장판사 재직 전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을 이끌었다. 전산정보관리국은 법원의 사법정보화 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곳이다. 정보화 정책 입안, 재원 조달을 위한 예상 확보, 시스템 구축과 관리를 담당한다. 전산정보관리국은 정 CEO의 국장 재직 당시 법원 직원 130여 명과 외주 직원 800여 명으로 구성된 조직이었다. 

 

지난달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참석한 유영상 사장과 김영섭 KT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해킹 리스크가 통신업계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상황에서 법률과 보안,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두루 아우르는 정 CEO가 SK텔레콤의 신뢰 회복과 경영 안정에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 CEO는 지난 3일 ‘SK AI 서밋 2025’에 기조연설자로 올라 “AI 대전환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AI 기업의 CEO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SK텔레콤은 AI 강국 도약에 기여하는 ‘국가대표 AI 사업자’로 성장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 의미 있는 성과로 다시 뵐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김영섭 연임 포기, KT 리더십에 쏠리는 눈 

 

4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섭 KT 대표는 이날 열린 KT 이사회에서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여러 추측이 나오면서 KT 측은 한때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일축했지만, 이사회 종료 이후 “김 대표가 차기 KT 대표이사 공개모집에 불참한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2023년 8월 취임한 김 대표는 한때 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잇단 악재가 발목을 잡았다. 결정적 요인은 지난 9월부터 불거진 무단 소액결제·해킹 사태였다. 정치권에서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되며 경영진 책임론이 커졌고 김 대표의 입지도 좁아졌다. 김 대표는 지난달 21일 국회 청문회에서 “일정 수순 수습이 되고 나면 마땅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며 사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연임론 폐기가 거론되는 가운데 KT는 차기 대표이사 공모에 착수한다. 이번 선임 절차는 공개경쟁 체제로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KT 재직 경력을 가진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부터 홍원표 전 삼성SDS 대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등이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AICT(인공지능·정보통신기술) 기업’ 전환을 내세운 KT가 AI 사업의 연속성과 혁신 리더십의 균형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 대표는 KT의 AI 기업 전환 전략을 주도하며 대규모 조직개편과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2조 3000억 원 규모의 MS 클라우드 계약을 성사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다만 AI 강화와 비용 절감에 대한 내부 비판 등 결속이 흔들리는 양상도 나타났다. 혁신을 이어가면서도 조직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리더십이 차기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라는 평가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가 지난달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LG유플러스, 유임 가능성 높아

 

LG유플러스는 대표 유임 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점쳐진다. 내달 예정된 정기 임원 인사에서 올해 공식 취임한 홍 대표가 교체될 여지는 작은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경영컨설팅 회사 출신의 홍 대표는 전략 기획과 신사업 발굴에 강점을 가졌다. 취임 이후 AI·데이터 기반 신사업 확대를 핵심 축으로 삼아 LG그룹의 AI·DX(디지털 전환) 역량을 회사의 통신 인프라와 결합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기업용 AI 솔루션과 산업 맞춤형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며 AI 서비스를 키우고 있다. 

 

해킹 사태에서도 상대적으로 비껴나 있었지만 지난 10월 해킹 정황을 뒤늦게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안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가 새롭게 불거졌다. 내부적으로는 재발 방지를 위한 보안 조직 강화와 관리 체계 점검이 진행 중이다. AI 신사업의 가시적 성과를 내는 동시에, 고객 신뢰 회복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룹 내 AI 협력 허브 역할을 강화하며 안정 속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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