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26년 한국 부동산 시장에는 거대한 구조 변화가 찾아올 전망이다. 바로 ‘8년 장기 임대사업자 의무기간 만기’가 본격화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2017~2018년 정부가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십만 채의 민간 임대주택이 8년의 의무임대기간을 채우고 시장에 풀리게 된다.
그동안 세제 혜택과 규제에 묶여 있던 이 물건들이 대거 ‘자유매물’로 전환되면, 가격·수익률·임대료가 동시에 재조정되는 이른바 ‘시장 리셋 구간’이 도래한다.
이 변화는 단기적인 가격 하락이나 공급 충격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구조적인 기회이자, 자산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해야 한다.
#임대사업자 제도, 정부가 만든 ‘공급자 세대’
2017년 말부터 정부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이유로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권장했다. 임대 기간을 8년 이상 유지하면 취득세·재산세·양도세·종부세를 대폭 감면해 주는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졌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2018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15만 명 이상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했고, 등록된 주택은 80만 호를 넘어섰다. 특히 서울 강남·송파·서초, 경기 성남·용인·고양, 인천 연수,
부산 해운대·수영 등 인기 지역에 집중됐다. 이 시기의 투자자들은 정부의 정책 유도 속에 생겨난 일종의 ‘임대사업자 세대’였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제도 축소와 혜택 폐지로 이들은 8년이 끝나는 2025~2026년을 기점으로
대거 시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60만 호 만기, 공급 폭탄일까 기회의 창일까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18년에 등록된 장기임대주택 중 약 60만 호가 2026년까지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된다. 서울에서만 약 2만 4000호, 경기도는 20만 호를 넘는다.
이 중 절반이 아파트이며, 나머지는 오피스텔·다세대·다가구다. 겉으로 보면 공급 폭탄처럼 들리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지역별로 다른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서울 강남·송파·서초권은 수요가 탄탄해 만기 매물이 나오더라도 곧바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비브랜드 구축 아파트나 오피스텔·빌라형 임대주택은 임차 수요가 줄어드는 순간 급매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2026년의 시장은 일괄적인 폭락보다 “유형별 양극화”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지역별로 달라지는 대응법
①서울 핵심권: 희소성과 교체 수요
강남3구와 송파·성동·동작 등은 8년 만기 매물 자체가 귀하다. 가격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학군·교통·브랜드가 뒷받침되는 단지는 즉시 ‘갈아타기 수요’가 흡수할 것이다. 이 지역의 투자 전략은 “일시적 하락=진입 기회”다.
반면, 리모델링 이슈가 없는 비브랜드 구축 단지는 공급 확대로 조정 폭이 클 수 있다. 결국 입지와 리모델링 가능성이 승부를 가른다.
②경기권: 성남·용인·고양의 전환점
성남·용인·고양은 8년 코호트가 집중된 핵심 지역이다. 분당·판교는 실수요층이 두터워 매물 흡수력이 높지만, 수지·기흥·일산 등은 전세가율 하락 시 가격 조정 폭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구간에서 ‘급매 후 재임대 전략’이 통한다. 보증금 대비 월세 수익률이 4~5%를 넘는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저가 매입해 리모델링 후 재임대하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③광역시권: 변동성이 곧 수익
부산 해운대·수영, 인천 송도·연수, 대구 수성구 등 광역시 주요지 역시 2018년 등록이 집중된 곳이다. 특히 2017~2018년 준공된 오피스텔 물량이 2026년 한꺼번에 시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지역은 공실과 가격 하락이 동반되지만 바로 그 시점이 진입 타이밍이 된다. 전세가율이 60% 이상이면 리모델링 후 월세 전환, 50% 이하이면 급매 후 재판매 전략이 유효하다.
투자자는 ‘구조’를 봐야 한다 2026년 임대만기 현상의 본질은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니다. 그동안 제도에 의해 묶여 있던 물건들이 한꺼번에 자유화되면서 시장 구조가 새롭게 재편되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는 가격보다 구조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세금 리스크가 만든 급매 포착
만기 후 세제 혜택이 사라지면 종부세·양도세 부담이 급증한다. 이때 발생하는 급매 물건은 단기 차익형 매수 타이밍이 된다.
임대차 시장 리셋의 활용 임대등록 물량이 빠져나가면 전세공급이 줄어 전세난이 재연될 수 있다. 만기 매물을 매입해 월세형 상품으로 돌리면 연 5~6%대 안정적 수익이 가능하다.
#리모델링으로 수익 구조 개선
의무기간 동안 손을 못 댄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리뉴얼만으로 임대료 20~30% 인상 여력이 있다. 매매 차익과 임대 수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리스크 관리가 곧 수익이다.
하지만 모든 만기 매물이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첫째,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2025년 5월) 시점과 맞물릴 경우 단기적으로 매도 물량이 몰리며 가격 하락이 커질 수 있다. 둘째, 금리가 고착되면 투자 수요가 제한되고 매도자들이 버티지 못해 손절매가 늘어난다. 셋째, 공실 위험이 높은 지역은 월세 수익보다 유지비가 커질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감안해 고정금리 대출, 역세권·직주근접형 선별, 보증금 대비 월세 수익률 4% 이상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데이터로 읽는 만기 매물의 지형
이제는 ‘감’으로 움직이던 시대가 아니다. 프롭테크 기술을 활용하면 임대매물의 증감, 보증금 추이, 생활인구 변화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실·밸류맵·직방·부동산지인 등은 ‘최근 7일 신규 임대매물’, ‘가격하향 비율’, ‘동일 건물 다수 등록’ 같은 유용한 지표를 제공한다. 공공데이터포털에서 제공하는 ‘등록민간임대주택 데이터셋’을 이용하면 읍·면·동 단위의 등록 밀집 지역도 분석 가능하다. 이 데이터를 교차하면 2026년 만기 폭탄의 중심지는 송파 문정동, 성남 분당 정자동, 용인 수지 풍덕천동, 고양 백석동, 인천 송도동 등으로 압축된다. 데이터는 시장의 ‘미래 지도’다.
#임대만기, 위기가 아닌 구조적 기회
결국 2026년의 임대만기 현상은 한국 부동산 시장이 지난 10년간 겪어온 정책–공급–임대–세제–가격의 순환 고리의 끝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누군가에겐 세금 폭탄의 서막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가격 왜곡이 해소된 첫 투자 기회가 된다. 승자는 공포 속의 구조를 읽는 사람이다.
“시장은 한 번의 충격 후에 재조정된다. 정부는 제도를 만들고, 시장은 그 틈을 찾아 움직인다. 진짜 기회는 정책이 아니라 만기에서 나온다.”
2026년, 한국 부동산은 또 한 번의 분기점을 맞는다. 그것은 누군가의 종료이자, 누군가의 출발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예측이 아니라 준비다. 만기 매물이 쏟아질 때, 누가 그 구조를 이해하고 선점하느냐—그 답이 바로 앞으로 10년의 부동산 성적표를 결정할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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