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롯이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획으로 시작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가 10년을 이어왔다. 처음 마음을 그대로 지키며 230여 명의 작가를 응원했다. 국내 어느 언론이나 문화단체, 국가기관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 10년의 뚝심이 하나의 가치로 21세기 한국미술계에 새겨졌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10년의 역사가 곧 한국현대미술 흐름을 관찰하는 하나의 시점’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이제 시즌11에서 한국미술의 또 하나의 길을 닦으려 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감동’의 의미를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예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울림을 새겨 넣으려고 한다. 울림의 정도는 예술적 가치를 말해준다.
미술이 주는 감동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손맛이 아닐까. 손이 빚어내는 시각적인 흔적에서 미술의 감동이 나오는 것이다. 땀내 나는 노동 흔적의 결과물이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려 마음의 문을 여는 셈이다.
요즘 우리 미술계에서는 이런 울림이 있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어쭙잖은 아이디어, 지적 허영심에 호소하는 얄팍한 작품, 국적이 불분명한 팝아트, 깜짝쇼를 위한 충격 요법을 보여주는 작품. 이런 것으로 버무려진 정체불명의 미술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세를 거슬러서 자신만의 미술 언어를 탐구하는 작업을 만난다는 것은 분명 소중한 시각 경험이다. 이혜원의 작업이 그렇다. 장인의 자세로 진득한 작업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종이의 재질과 은은한 색감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노동의 결정체가 빚어내는 감동을 찾아가려는 자세다. 그는 채색한 한지를 켜켜이 겹쳐서 나타나는 추상적 효과에서 깊이 있는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려고 한다. 한지에 스며든 색채의 투명하고도 속 깊은 울림과 여러 겹의 한지를 쌓아올리면서 생기는 선, 그리고 색면에서 한국적 추상 언어를 보여주고 있다.
이혜원의 회화는 재료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미니멀리즘 추상 화면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책을 쌓아올린 서가의 단면을 연상시킨다. 이런 느낌이 나오는 이유는 노동의 흔적 덕분이다.
그는 색채를 입힌 한지나 두터운 하드보드 종이 혹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아이들이 제작한 그림, 정성을 담아 포장한 종이 등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캔버스에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든다. 종이의 두께가 겹치면서 책의 단면 같은 색면이 화면을 채우는 것이다.
그런 탓에 이혜원의 작업은 공력과 물리적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엄청난 손노동 흔적의 결과물이 그의 작업인 셈이다. 이처럼 무모해 보이는 작업 방식을 고수하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제 작업의 모티브는 책입니다. 책은 작가의 생각을 담은 종이가 겹쳐서 만들어지죠. 저는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담은 종이를 겹쳐서 추상적 화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하나의 단위로 만들고 그걸 쌓아올리는 방식이 제 회화의 결과물인 셈이죠.”
그가 선택한 회화 단위인 여러 가지 종이는 각기 다른 사연을 담은 것이다. 그런 사연을 쌓아올려 조화로운 화면을 만드는 것이 작가의 바람이다. 우리의 삶도 여러 가지 모습이지만 한데 어우러질 때 조화를 이루고 평안한 것처럼 이혜원이 추구하는 한국적 미감도 이런 것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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